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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Fany/Review

보이지 않는 집, 백희성


[BOOK REVIEW : 보이지 않는 집, MAISON INVISIBLE]


그를 알게된 시간은 얼마되지 않았다. 우연히 인터넷 뉴스로 접하게 된 그는 2010년도 폴 메이몽 건축가 상을 수상한다. 한국인으로는 처음 수상을 한 젊은 건축가이다. 


여기서 폴 메이몽 건축가 상이란 무엇인가?

프랑스 전통 건축가,엔지니어 협회에서 1968년 이후 해마다 프랑스 그랑제콜 건축학교 20곳으로부터 각 학교마다 최우수 졸업작품을 추천받아 누가 최고인지 가리는 자리.

 

처음에는 호기심으로 시작된 그에 대한 관심 즉, 한 명의 젊은 건축가에 대한 삶에 대해서 궁금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페이스북 친구를 맺어 그의 글들에 공감을 하게 되었고, 시간이 흘러 마치 페이스북에 게시된 그의 아름다운 글과 사진들은 복선처럼 느껴졌다.


마침, 그는 첫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그 책은 [파리를 놀라게 한 백희성의 환상적 생각] 이다.  사실 온라인에서 몇 번 접했던 그의 감성적인 글과 사진들이 쌓이고 쌓여서 만들어진 책처럼 어색함이 없는 내용들이 었다. 또한 '보이지 않는 집'을 읽고 나서 드는 생각으로는 마치 2편을 먼저 본 사람들로 하여금 찾아서 읽어보기를 강요하지 않고 궁금증을 야기 시킬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그 정도로 건축가 백희성씨는 상당히 매력적인 사람이다.


그의 모든 글과 사진, 건축작품에 대해서 알지 못하지만, 이번 '보이지 않는 집'을 통해서 적어도 독자와 작가 간의 간극을 아름다움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쉽게 공감하게 만들면서도, 아차! 싶을 정도로 깊은 생각을 하는 그러한 사람이다.  



선입견


나는 그와 직접 대화를 하거나 만난 적도 없다. 사실 나는 그를 알게 된 것도 신문상에서도 프랑스 유학을 했던 젊은 건축가이자, 그의 작품으로 폴 메이몽 상을 수상해 현재는 프랑스의 자랑이자 현대건축가 중 거장이라고 불리우는 장 누벨 건축사무소에서 일했던 사람이니 대단하게 볼 수 밖에 없었고, 왠지모르게 자기개발서에 자주 등장하는 성공한 사람 처럼 보인다.  물론 그의 책  [파리를 놀라게 한 백희성의 환상적 생각] 에서 자신이 처한 상황이나 작품에 대한 이야기 등 많은 부분을 알 수 있었고, 세바시라는 프로그램에서 자신에게 단호하면서도 겸손하게 자기를 표현했다. 그래도, 마치 그가 걸어온 길이 대중으로 하여금 비현실적인 드라마틱한 부분이 많았기에 교감할 수 있는 부분이 극히 조심스러웠다. 그리고 이번에 그의 두번째 책인 [보이지 않는 집]은 호기심이 생기기 이전에 나는 어느 신문기사를 읽고, 또 다시 선입견을 갖게 되었다...

“쉿! 저 기품있는 파리고택의 비밀을 말해줄게”… 한국 건축가, 저택구경담을 팩션으로 풀다 (동아일보)

지금에서야 상당히 바보같은 생각을 한 것이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기사의 제목을 통해 별로 흥미를 갖지 못하게 되었다. 왠지모를 선입견으로 "뭐야?! 이번에는 그냥 파리주택이야기를 하는 건가? 이 곳은 어떤장식이 있으며, 어떠한 생각을 갖고 만들어졌다. 아르누보 어쩌고 저쩌고 하며, 마치 교과서적인 지루한 건축교양서적인가?" 라는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마치 난독증 환자처럼 기사도 대충 훑어보면서 추측했던 그 생각으로 사실 백희성이라는 사람은 좋았지만, 이번에는 내가 크게 흥미를 못느낄 것 내용아닐까? 라는 생각으로 시간은 흘러갔다. 



Hee sung Baek


탐닉


선입견을 갖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백희성씨가 이벤트로 진행한 한정판 [보이지 않는 집] 리폼책을 여자친구가 선물해 주었다. 그리고 그 선물을 받은 타이밍이 절묘하게 내가 파리를 다녀온지 몇 일 지나지 않은 시점이고, 아직도 꿈에서 파리가 나올 정도로 여운이 남아있는 시기라 궁금증을 참지 못하고 책을 펼쳤다....


표지에서부터 마지막 바코트 인쇄면까지 구석구석 글을 쓰는 작가가 아닌 건축가의 솜씨가 묻어났다. 표지에 새겨진 정성들(시각화)은 그의 글에서 나오는 글귀처럼 "바니쉬 칠이 마르기 전에 소중한 것을 놓아두면 책상이 그걸 평생 기억해 준단다." 바니쉬 칠처럼 책은 날카롭고 투박해 보일 수 있는 칼집의 흔적은 독자들로 하여금 백희성씨가 주는 아마추어 책상이 아닐까? 여러분의 아마추어 책상...(책 내용을 보면 아마추어 책상이 주는 큰 감흥을 느낄 수 있음)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나는 그가 설정한 3곳의 공간을 왔다 갔다 했다. 몽마르뜨 언덕의 그의 월세집과 시테섬에 위치한 고택, 그리고 시테섬의 고택의 집주인이 있는 스위스의 요양병원. 소설인지 사실인지 모를 정도의 중간 경계 팩션의 방법으로 글은 상당히 박진감이 넘친다.  그래서 더욱 나는 책장을 넘기는 속도를 줄이고, 상황을 머리 속으로 상상하며 재현해 본다. 마치 내가 그 곳에 있었던 것 처럼...

lle de la Cité


4월 15일의 건축가


책은 작가의 실화를 비롯한 약간의 과장을 더한 이야기로 전개해 나간다. 물론 과장 또한 불편함이 없이 윤활유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책의 진정한 매력은 아름다움 혹은 놓칠 수 도 있었던 상황을 정말 섬세하고 동화처럼 만들어 나간다. 그래서 그런지 그가 바라보는 세상은 많은 부분 아름다움으로 해석하려는 마음이 보인다. 기분 좋다.


이 책의 주인공은 희성씨가 아니다. 생소하지만 책장을 넘길 수록 궁금증을 자아내는 인물인 건축가 '프랑스와 왈쳐'가 주인공이자 결국 책의 내용 전부인 사람이다. 그가 없었으면 과연 작가는 "모든 이들의 기억의 장소는 바로 집"이라는 주장을 할 수 있었을까?

4월 15일을 위한 건축을 한 건축가와 그 속에 담긴 어마어마한 이야기 그리고 그 이야기들을 아름다움으로 만들어내기 위해 수북히 쌓인 먼지를 털어가며, 시대를 초월한 건축가들의 교감을 통해 서서히 드러나는 진실. 


마치 꿈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가 사실이라는 것에 너무 소름이 돋는다. 전과 다르게 이번 건축에세이는 사진이 없다. 오로지 글로만 채워져 있고, 독자로 하여금 이해하기 쉽도록 몇 개의 평면도와 배치도만 존재한다. 완벽한 보조재의 역할을 했으며, 이 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것은 진실을 말하는 인증사진이 아니라 작가가 바라 본 시점에 의존하면 된다. 


하이(Hi? High)건축


이야기 없는 집이 어디 있을까? 

건축가의 깊이가 빗어내는 이유있는 건축적 어휘와 시간이 지나 그 어휘를 올바르게 해석을 하거나 혹은 의도된 내용과 다르게 해석이 되거나 하는 것들도 다 이야기이고 건축이고 공간이다. 


책을 다 읽고나서, 예전 독락당을 답사하고, 진행했던 한국건축사 과제의 주제로 '조선시대 주거건축과 서원의 건축공간에서 나타나는 유교미학에 관한 조사'를 진행했었던 기억을 상기시켰다. 책에서 처럼 직접 보고 듣고 기록하면서 실마리를 찾아나가지는 않았다. 학문적 분석을 토대로 보고 기록했지만, 그 안에서 유교미학과 선비정신에 대한 건축어휘 혹은 그 분위기를 찾아내기 위해 혼자 끙끙 앓고 발표했던 기억이 난다. 


건축가의 의도 혹은 의도하지 않았지만, 의도했다고 생각하는 건축가의 소소한 디테일과 장치들은 실제로 마주하지 않고는 그 설레임을 느낄 수 없을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시시콜콜하게 건축의 조형이나 공간, 어휘 등의 언어로 포장된 건축보다는 궁극적으로 사소한 배려 혹은 미쳐 생각하지 못한 부분에서 발견되는 디테일에 많은 감동을 받고, 그 부분을 찾기 위해 건축여행을 하는 것 같다.


마치 이러한 여행처럼 백희성씨는 우연히 만나게 되는 프랑스와 왈쳐라는 건축가의 고택과 요양병원을 오가며, 그 건축가의 섬세하면서도 이유있는 디테일(?)이라기 보다는 더 감수성있는 표현이 있을 것 같은데 생각나지 않는다. 왠지 여기서 디테일이라는 표현은 뭔가 테크닉한 어휘같아서 어울리지 않는데... 여튼..섬세한 마감과 감성적인 요소들을 맞이하게 된다. 이유있는 건축적 장치들... 그 장치들을 알아 낼 수록 전율이 일어나고, 결국 미소로 까지 번지는 오묘한 화학적 반응을 일으킨다. 



그 이유로는 건축가의 매우 지능이 높은 수수께끼와 같은 비밀로 건축을 만들었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작가=건축가는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High 한 건축을 맞이한다. 여기서 High는 건축적으로 우연을 빙자한 필연적 사유로 만들어낸 공간으로 만들어졌고, 그리고 그 스토리텔링이 이 책에 적혀있다. 솔직히 믿기 힘들지만, 믿어야 한다. 그게 건축이다. 우연이든 필연이든 우리가 당도한 공간과 건축의 아름다움은 결국 의도된 건축가의 아름다움의 표현이기에...


많은 말보다 이 책은 읽으면서 상상하거나 혹은 직접 그려보면서 체험해 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단지 읽기 위한 책이 아니라 독자로 하여금 더욱 특별한 경험을 선물해주고자 하는 의도가 작가=건축가의 디테일인 것 같다. 이 책은 그래서 단순히 활자를 담은 책이라기 보다는 활자로 최대한 감성을 담기위해 노력했고, 팩션을 위한 포장의 도구를 절제했고, 향기를 간직하고, 시간을 기록할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순수하게 건축을 느끼고자 한 독자라면 이 책은 무조건 추천한다. 대게 무수히 많은 건축적 어휘와 공감하기 힘든 이기적인 미적강요보다는 순진무구한 아름다움을 봄날의 흩날리는 민들레 씨앗처럼 편안하게 다가온다. 책의 말미에 이런 말이 있다. 


"세상의 모든 불편해 보이고 부족한 것들은 어찌 보면 깊은 사연을 담고 있을지도 모른다."


간편하거나, 화려하거나, 과하거나, 부족하거나, 편하거나, 불편하거나 결국 다 사연이 있고, 우리는 그 안에 살고 있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연을 아직 묻지 않았거나, 관심도 없어서 그저 보이는대로 생각하는대로 판단하고 살아왔다. 그동안 우리 주변은 어떠한 이야기로 가득차 있었고,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하고 싶었을까? 지금이라도, 궁금하다면 귀를 기울려 보자.




보이지 않는 집

저자
백희성 지음
출판사
레드우드 | 2015-01-25 출간
카테고리
시/에세이
책소개
저자를 닮은 주인공, 루미에르 클레제, 세대를 넘나들며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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