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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런던건축일기]

[17주차] 새로운 사람과 일을 한다는 것

x Teo

3주간의 근황

여전히 집에 인터넷이 안되서 거의 한달을 일기를 못썼다. 는 핑계고 놀러다니느라 바빴다.

Bath와 Stonehenge를 다녀왔고, 그간 만나지 못했던 사람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했다.


KK형이 새로운 곳에 정식으로 취업이 되어서 우리 사무실을 떠났고, SP누나도 한국에 몇 달간 다녀와야 할 일이 생겨서 사무실을 그만두게 되었다.

런던에 처음왔을 때, 한식당에서 같이 일하던 친구들까지 모두 한국으로 돌아간 뒤, 한동안 외로운 감정이 극심 했었다.

이번에는 사무실에서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다니. 왜 모두 나를 떠나는가.. 심지어 소장님들을 제외하고 이제 한국인은 나 뿐이다. 흑. 외로워..


KK형의 마지막 날에는, 펍에서 다같이 맥주를 한잔하다가 갑자기 흥이 오른 SP누나의 제안으로 모두 같이 노래방을 갔다ㅋㅋ

굉장히 즐거운 시간이었고, 옛날 노래를 많이 알고 있는 나는 소장님들에게 큰 인상을 남겼다ㅋㅋㅋ




새로운 사람과 일을 한다는 것


Becky에 이어서, 스페인에서 온 Antonio가 새롭게 합류를 했다. 그리고 이번주는 Antonio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Alex나 KK형과 일을 할때는, 나에게 어떤 것을 해야할 지 알려주고 내가 한 것을 확인해 주었다.

Antonio는 실무경험도 있는 엄연한 건축사[각주:1]임에도 아직 우리 사무실의 도면작성 스타일을 모르기 때문에 나로써는 같이 일을 하면서 굉장히 난감 상황이 많았다. 


우리 사무소에서 이용하는 BIM프로그램인 Revit을 쓰면, 하나의 프로젝트 파일을 여러명이 동시에 작업 하는 것이 가능하다. 한 사람이 도면을 수정하면, 자동으로 다른 사람이 작업중인 컴퓨터에서도 변경이 되는 식이다.

내가 우리 사무소 스타일대로 회색으로 그려놓으면, Antonio가 검정으로 바꾸어 놓고, 모델링이 잘못 된 것을 바로잡아 놓으면, 또 이상하게 만들어 놓았다...

Anotonio로서는 우리 사무실의 스타일을 아직 모르고, Revit으로 실무를 한적이 없어서 당연하다.

그런데 또 내 입장에서는 내가 한 작업을 검토받는 식으로 일을 하다가, 이번 프로젝트에서는 Antonio로부터 내가 어떤 점검이나 지시를 받을 수가 없는거다. 

오히려 Antonio가 내 자리까지와서 자기가 무엇을 했다고 나한테 봐달라고 하는 상황이니.. 그렇다고 내가 Antonio에게 이래라저래라 지시를 하거나 가르칠 위치는 아닌 것 같고..

그래서 참.. 애매하고 약간은 비효율적으로 일주일간 같이 일을 했다.


그런 고민을 가지고 있던 차에 KK형과 통화를 하면서 조언을 들을 수 있었다.

분명 Antonio가 나보다 경력자이고 나이도 많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내가 시킬 것은 시키고 우리 사무소의 스타일을 알려주어야 한다고 했다.

내가 가르친다기보다는 Antonio가 우리 사무소의 스타일을 알 수 있게 하나하나 알려주어야 했던 것이다.

소장님들이 그런 것들을 하나하나 다 알려 줄 수는 없으니, Antonio보다는 우리 사무소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내가 알려주는게 맞는 것이다.

진작에 형과 통화를 했어야 했다.


다음주에는 백소장님께서 내 도움이 필요하고 하시는데, Antonio와의 프로젝트가 완전히 끝난것은 아니라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Monthly Event


이번달 Monthly Event에는 Alex가 와서 Computation Architecture에 대해 PT를 했다.

Alex는 Bartlett에서 Adaptive Architecture and Computation이라는 이름도 긴 공부를 하고 있다.

바틀렛 안에 있는 석사 학위의 전공인데, 실제 배우는 내용은 건축보다 프로그래밍이 주를 이룬다고 한다. 그것을 건축에 활용하는 것은 각자의 몫인 듯.

Alex가 직접 작업을 한 사례들을 많이 보여주었다. 매개변수를 통해 결과물을 생성하는 다양한 방법들을 볼 수 있었다.

사실, Alex의 PT가 좀 길어져서 모니터에 나오는 시각자료들은 꽤나 흥미가 있음에도 PT가 다소 지루한 감이 있었다.

하지만 PT가 끝난 후, 질의응답시간이나 술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에는 굉장히 활발하고 심도있는 대화가 오고갔다.



자하를 비롯해 몇몇의 건축가가 파라메트릭 아키텍쳐를 한다고 하지만, 매개변수를 통해 도출되는 결과물을 활용 하는 것이 건축계에 널리 퍼져있지는 않은 상태다.

방법론적으로는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을 뿐, 지금으로써는 파사드 디자인에 활용하는 것이 가장 가시적인 성과일 듯 하다.


앞으로 점점 건축가의 업역이 줄어들 것 이라는 전망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

컴퓨터를 활용한 디자인이 점점더 널리 퍼질 수록 디자이너로써의 건축가의 역할은 줄어들게 될것이다.

꼭 컴퓨터에 의한 것 만이 이유는 아니지만, 심지어 RIBA영국왕립건축가협회에서는 전통적인 형태로써 건축가라는 직업은 사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날 이벤트에 참석한 사람들의 대화에서도, 파라매트릭 디자인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것과 앞으로 건축가의 업역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루었다.







어느 오월의 점심시간



  1. 스페인은 건축학과를 졸업하는 즉시 건축사 자격이 생긴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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