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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건축배낭여행] 일본 3대 고베야경과 근교 아와지섬(물의 절, 유메부타이) 건축산책




 어쩌면 이번 여행에서 처음으로 대도시에서 여유를 부려보는 시간을 가졌다. 여유라기 보다는 지난 날의 일정이 너무 힘들었고 도시가 아닌 작은 마을들이었기에 사람냄새도 잘 맞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다. 오히려 그래서 처음 고베에 도착했을때 적응이 안되었다. 분주한 사람들의 움직임, 3개의 기차노선이 하나의 역이름(산노미야)으로 존재하며, 지옥의 신도림역을 방불케 하는 블랙홀과 같은 곳이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고베에서 꼭봐야 할 야경은 이 곳의 여느 청춘남녀의 데이트 하는 모습처럼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서 즐기니 잠시 들떠 있었던 여행의 설렘과 흥분을 잠시 안정시켜주었다.



PM 18:35_ JR SANNOMIYA St.


 고베 포트타워 호텔로 향하는 무료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산노미야역으로 왔다. 이 곳은 내일 일정을 위해서라도 똑똑하게 길을 잘 숙지해야 했던 역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기차 노선의 3개 구간이 만나는 곳이자 JR, HANKYU에 대한 개념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아서 다음날 많이 혼란을 겪었다. 그럼에도 쉽게 관광객정보센터와 함께 코인락커를 쉽게 찾았으니 다행이다.  다행히도 직원이 호텔셔틀을 타는 곳을 알고 있어 이 곳에서 하염없이 기다렸다. 얼마나 기다렸을까...약 30분을 기다리니 일어로 적혀져 있는 호텔셔틀이 왔고 물론 우리는 이 차가 호텔차인지 모르고 멍때리고 있다가... 순간적인 예감에 들이대정신으로 물어보니 맞단다... 웃긴게 이 차에는 어느 곳에도 고베 포트타워 호텔이라고 적혀있지 않았다. 물론 영어로...얼추 고동색과 금색의 오모한 색상의 봉고차 같은 셔틀이니 혹시라도 이 호텔을 이용하는 사람은 참고하면 좋겠다. 



PM 21:35_ FISHERMAN'S MARKET, RESTAURANT


오늘 한끼도 못먹었다. 판단착오와 함께 밥을 먹을 상황과 기회도 계속해서 어긋났다. 그래서 결국 둘은 폭발했고, 잠시 어색한 시간을 가졌다. 솔직히 나도 안먹었고, 힘든상태인지라 많이 짜증이 난 상태이지만 화낼 힘도 없고 화내는데 열량소모와 스트레스를 받고 싶지 않았다. 최초에는 고베야경을 보는 수변공원쪽에 독일식 펍이 있는 줄 알고 갔으나... 망했는지 못찼았던건지 패스하고 바로 입구 앞에 웅장한 실내공간을 자랑하는 씨푸드뷔페가 있었다. 가격대가 조금 나가 잠시 고민하고, 우리는 한끼도 안먹었고 야경을 반찬삼아 천천히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로 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별로였고 추천하고 싶지가 않다. 인기메뉴가 대게인 것 같아서, 미친듯이 먹었지만 북극해 연안에서 그대로 잡아올려왔는지 아직도 식지않고 차가웠고, 식감도 좋지 않았다. 배고프다고 뷔페를 선택하는 착오를 다음부터 하지 않을 것이고, 좋은 교훈을 남겨준 곳이지만 나름대로 야경을 감상하는데 뷰도 훌륭하고 내부공간도 크고 분위기도 좋아서, 맛보다 분위기라고 생각되면 나쁘지 않았던 곳. 









PM 22:20_ HARBOR LAND


배도 부르겠다. 소화도 시킬겸 하버랜드 산책을 해본다. 조용한 분위기의 수변공원과 함께 고베항의 야경이 펼쳐져 있다. 몇 개의 건축물 혹은 조형물들이 은은하게 조명이 들어오면서 바다물에 그대로 반영된다. 가족들과 연인들이 삼삼오오 벤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너무 평화롭고 일상적인 풍경들이다. 천천히 둘러보니 나도 바다냄새도 맡고 자라다 보니 바다를 끼고 있는 도시에 대한 로망이 있다. 그런 부분에서 고베는 내가 자란 도시 여수보다는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여기서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방부제가 들어가 있는 음식과 같은 느낌? 도시에서의 삶이나 시간이 축적된 고즈넉한 풍경보다는 애초에 계획되고 몇 명의 도시나 건축업자에 의해 그려진 모습이다. 그래서 크게 감흥은 없었다. 





PM 22:45_ EARTHQUAKE MEMORIAL PARK, MERIKEN PARK


시간도 늦었고, 많이 피곤했던 관계로 호텔 넘어 위치한 고베의 차이나타운 '난킨마치'는 가지 않는 것으로 하고, 지진피해 메모리얼 파크와 메리겐 파크에 있는 건축가 프랭크 게리안도 다다오가 함께 설계한 피쉬댄스를 보고 숙소로 북귀하기로 했다. 95년도 1월 효고현 남부에 진도 7의 강진이 발생했다. 그로 인해 고베항은 동서 120KM의 해안선이 파괴되었다. 그 이후 2년 뒤 고베 개항 130년 기념식을 통해 대지진으로 부터의 부흥을 선언했다.


고베항은 3개의 공원이 오픈된 공간으로 자리잡고 있다. 수변과 함께 쇼핑을 즐길 수 있는 하버랜드, 전시와 전망 및 산책을 위한 메리겐파크, 과거 고베의 잊을 수 없는 기억을 고스란히 남겨둔 메모리얼파크. 3가지의 표정이 균형을 이뤄가며 바다를 안고 있다. 메모리얼 파크를 지나서 보이는 피쉬댄스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실제로 보아도 큰 감흥이 없었다. 한가지 썰이 있다면, 고베시에서 녹이 슬어 보기 싫었던 이 조형물을 핑크색으로 도색하려다가 그 소문이 게리한테까지 가면서 프랭크 게리는 고베시를 강하게 비판했다고 한다. 


물론 혼자가 아니라 안도와 함께 '무슨 교양없는 짓이냐며' 날을 세웠고, 결과적으로는 철갑을 두른 한마리의 생선은 다행히 껍질을 벗겨내 핑크빛을 드러내지 않았다는 전설이 있다... 



TIP : JR 간사이와이드패스를 이용해서 고베에서 아와지섬으로 들어갈 수 있는 방법을 소개한다. 버스요금은 따로 정산을 해야하지만 JR패스 구간이 마이코역까지 해당되므로 아와지섬을 가고자 하는 사람에게 유용한 팁일 것이다. 물의 절까지 가기가 무리라면 유메부타이에 내려서 지금 한창인 꽃 박람회를 보고 오는 것도 좋은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AM 09:20_ MAIKO St.


아와지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일찍 고베에서 나왔다. 전날 숙지해 두었던 산노미야역 코인락커에 짐을 보관하고 마이코역으로 가기 위해 기차를 타고 갔다. 아카시해협을 감상하며, 저 멀리 등장한 아카시해협대교 아와지시와 아와지섬을 잇는 다리 전체길이로는 3.9KM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라고 한다. 예전 티비에서 본 기억이 났지만, 실제로 보니 어마어마한 규모였으며, 기차에서 내려 터미널을 가기위해 교량의 밑을 통해 가야했는데 그 스케일을 느껴볼 수 있는 사진을 담아보았다. 마이코역의 터미널은 교량 위에 있으며 에스컬레이터와 엘리베이터, 계단을 통해 올라간다. 애초에 이 곳에 터미널이 계획된게 아니라 차후에 생겨난 것처럼 보이는 철제구조물들의 모습이 낯설게 느껴진다. 섬으로 들어가기 위해 아와지고속버스를 이용했다.

















AM 10:20_ WATER TEMPLE


나오시마 섬에서 나와 가장 기대되었던 건축물. 건축가 안도 다다오물의 절(혼푸쿠지)이다. 아마도 오늘의 첫 방문객 인 것 같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작품 중 대표작품을 꼽는다면, 빛의 교회와 물의 절이 있다. 물론 더 많은 작품이 있지만, 스케일면에서나 전체적인 건축어휘를 녹여낸 작품 중 최고로 꼽는다. 그래서 더욱 깊이있게 감상하고 싶었다. 그의 건축작품을 감상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것은 건축적 스토리를 느껴야 한다.


그의 건축에는 배치에서 부터 재료까지 모두 상황과 의미를 부여한다. '건축의 본질'에 대한 강한 관찰과 의지가 엿보인다. 건축물의 입구에 들어서기까지 몇 번의 장면의 교차가 발생한다. 그가 잘하는 표현이다. 건축물을 쉽게 보여주지 않고 마치 축구 선수로 치면 가벼운 기술을 통해 상대를 따돌리는 것 처럼 주변의 풍경을 보여준다. 상-중-하의 명확한 표현으로 땅과 숲 그리고 하늘을 통해 속세와의 안녕을 강요한다. 


그리고 다다른 수반과 같은 형태의 물의 절. 본당은 이 연못 아래에 위치해 있다.  아직 내부로 들어가지 않았지만 엄청난 전이를 예고한다. 속세와의 경계가 너무 뚜렷하기에 마치 성당의 문을 열기라도 한 듯 강한 종교적 기운을 발산해 낸다. 창 하나 없는 두터운 벽 사이의 계단은 천천히 심리적인 콘트라스트를 유도한다. 한없이 작아지는 인간으로 어두운 공간으로 진입하게 된다. 


본당은 원형으로 빨강페인트로 칠해진 목재로 감싸져 있다. 은은한 빛의 유입으로 내부는 금새 법당에 와 있음을 느끼게 해준다. 천천히 돌아 들어간 법당에서는 경건하기 보다는 소박한 곳으로 꾸며져 있다. 한번 정도는 그립을 푼 공간에서 편안하게 참배하면 된다. 그리고 다시 나와 콘크리트 벽과 본당사이를 걷게 되면 자연광과 함께 창살과 창살로 이내 재료가 변화되면서 내외부의 경계를 허무는 장소로 만들며 깔끔하게 여운을 닦아낸다. 


마침내 마지막 지상으로 돌아가기 위해 올라가는 계단(하)과 하늘(중) 그 넘어 속세와 잠시동안의 단절로 부처님(상)을 보게 된다. 마치 신이 있음을 이 곳에서 증명하고 필연적으로 조우하게 된다. 사실 속으로는 더 깊이있는 체험을 했지만, 종교건축에 관한 더 많은 지식이 부족한 관계로 구체화 된 언급은 하지 않는 것으로 하고, 최대한 사진과 함께 안도 다다오가 물의 절에서 보여준 건축적 스토리를 느껴볼 수 있도록 기록해 본다. 


마지막으로, 근대적 건축재료인 콘크리트가 과연 불교건축의 현대화를 어떻게 풀어낼 수 있었을 까? 라는 강한 의구심을 가지고 향했던 물의 절은 우리가 경험했던 법당의 분위기와 색채, 대웅전 가는 길 등 여러가지 불교건축의 디테일 한 건축어휘를 복합해서 이질감 없이 녹여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적어도 군더더기 없는 이 곳의 종교시설은 전통건축에 관한 현대적 해석에 관한 교본이라고 생각된다. 





AM 12:00_ HIGASHIURA BUS TERMINAL


물의 절에서 나와 히가시우라 버스터미널에서 다시 유메부타이(꿈의 무대)로 향하는 길. 애초에는 마을버스가 가격이 싸서 타려고 했지만, 버스 배차간격도 1시간에 한 대라고 해서 시간을 잘 맞춰야겠다라고 생각했는데... 마을버스를 타러 가는 길이라고 했던 곳에 다른 버스터미널이 등장. 당황했지만, 유메부타이 가는 버스가 있다고 하니 10분 남짓 기다리다가 버스를 탔다. 기약 없는 기다림보다 돈을 더 내더라도 빨리 유메부타이로 넘어갈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PM 14:30_ AWAJI YUMEBUTAI


유메부타이에 도착과 동시에 또다시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물론 우산은 없었고 시원한 비세례를 맞으며 앞으로 향했다. 실내부분과 실외부분을 적당히 눈치껏 돌아보며 비와의 숨바꼭질을 시작했다. 아쉽게도 마지막 백단원에서 폭우가 쏟아져 안에 들어가지는 못했다. 그래도 이 멋진 광경을 사진으로라도 잠시 담아보고자 해서 촬영을 하고 바로 철수. 가장 많은 사진을 찍었던 이 곳에서는 그만큼 큰 규모의 건축물들이 자리잡고 있으며, 건축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정원과 꽃들의 향연을 볼 수 있다. 또한 지금 한창 박람회기간이라 사람들도 많아서 분위기도 좋다. 


많은 미사여구보다 한마디로 이 곳은 '안도 다다오 건축박물관' 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선굵은 건축형태와 배치, 계획 등이 총망라한 곳이다. 자세히 보면 정말 자신의 작품의 디테일과 조형적 요소, 빛, 수공간 등 여러가지 건축어휘들을 다 가져왔다. 하지만 이들이 번잡하지 않고 적당히 잘 섞여 있는 모습이 볼만하다. 더많은 건축이야기를 하기에는 너무 방대한 양의 공간들이 숨겨져 있어 사진과 함께 상상해보면 좋을 것 같다.




COMMENT


아와지섬에서 마주한 안도 다다오의 대표작들인 물의 절과 유메부타이. 종교시설과 복합문화리조트시설과 함께 추모공간이 마주하고 있다. 다양한 기능들 만큼이나 안도의 다양한 건축어휘로 채워나간 이 두작품은 보기위해 오사카의 여행시간을 양보했다. 물론 후회가 없을 정도로 좋았으며, 세계에서 가장 긴 현수교라는 아카시해협대교를 건너는 기회도 얻을 수 있었다.  육중한 건축물이라기 보다는 하나하나 장인정신이 깃든 핸드메이드 아니 웰메이드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다양한 조형적 요소와 건축어휘들이 한 곳에서 마치 안도 다다오 백화점처럼 진열이 되어있다. 심지어 평면도와 스케치까지...


일본 내에서도 안도 다다오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오죽하면 복도에도 그의 스케치들이 하나의 작품처럼 액자 안에 모셔져 있기에 모를래야 모를 수 없는 상황을 만드는데 그만큼 일본인들 속에 안도 다다오는 깊게 자리잡고 있으며, 하나의 생활 그 일부분으로 역할을 다하고 있음에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마지막 사진은 유메부타이 내부에 있는 안도 다다오의 바다의 교회 그리고 그가 디자인 한 의자. 의자도 그의 콘크리트 앞에서는 작품처럼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