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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Fany/Review

SPACE : 201510 575호



 불현듯 지나간 시간에 해왔던 과제처럼 SPACE의 리뷰를 하다가 오래간만에 시리즈로 연재되고 있는 지역 건축에 관한 탐구가 제법 흥미로웠다. 현재 호남-광주지역에 대한 기사는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지만, 다른 지역에 비해 정보력 낙후지역이었던, 영남 대구지역의 소식은 아주 반가웠으며, 그에 대한 지역 건축가들의 논의와 함께 그들이 마주했던 한계에 대한 이야기들을 들어볼 수 있었던 SPACE의 리뷰를 간단하게 해보았다. 



지역 건축의 이슈와 현재 ‘대구와 영남, 공허한 신도시와 겨루다.’


껍질에 가려진 본질


대구와 영남지역의 지역 건축 화두를 쉽게 분류해 대구 지역의 신도시 개발의 현재와 지역의 건축유산 재활용. 대구건축의 근대성 접근과 함께 보존방식. 마지막으로, 지역 건축가들의 생존기를 통해 어딘가에서 들려왔던 망치소리 혹은 어둠이 내린 동네 한 켠에 소주잔을 채우면서 나누었던 그들만의 이야기가 한 데 모였다. 건축계의 이슈에서 지방은 상대적으로 변방에 속한다. 여느 도시보다 대구는 그 이슈의 변방에서 안타깝게도 더 고립된 지역처럼 보인다. 인근의 대도시인 부산은 북항지구에 국제현상공모로 주목을 받았던 ‘오페라우스’가 건립을 앞두고 있으며, 광주에서는 올해 11월 정식 개관을 준비중인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있다. 물론 대규모의 문화시설이 생겨야만 건축계의 이슈로 떠오르는 건 아니지만, 잠시 운동이 둔해진 도시에 새로운 활력소로써 심폐소생술을 하는 긍정적인 측면과 학문적으로도 다시 한 번 도시를 진단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에 단순히 개발사업으로 치부하기에는 오류가 있다.


하지만,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했을 뿐. 그 조용했던 도시에도 개발의 소리는 들렸었다. 최근에 완공된 경북도청 신청사와 대구 월배 아이파크(입면설계 UN스튜디오)가 그 주인공이었다. 우리나라 공공기관에 관한 현상공모를 아직 참여해 본 경험은 없더라도, 미루어 짐작하더라도 설계공모에 빠지지 않는 조건의 한국 전통건축의 계승을 바라는 건축적 개념은 무조건 있었으리라 생각된다. 물론 지역과 건물에 생길 부지에 따라 저마다 다르겠지만, 적어도 이 지역에서는 더욱 간과해서는 안될 문제라고 생각한다. 합법적 자금으로 한국 전통건축의 현대화 혹은 지역성에 관한 고민을 할 수 있는 기회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완성된 도청사는 흔히 볼 수 있는 대리석 건물에 얹힌 기와지붕으로 끝을 내었다. 


물론 턴키사업의 특성상 건축설계에 대한 심도있는 고찰보다는 공기단축 우선이라는 미션이 더 중요했을 것이다. 우리는 지역성 혹은 전통건축의 현대화라는 풀리지 않는 문제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보다는 그리고, 그 문제를 풀기 위해 신중하게 꺼지지 않는 연구실에서 거듭되는 실험과 이론적 토대를 만들기 위해서 다소 소극적인 자세로 비추어졌을 그들을 비웃듯 그들의 방식은 상당히 쿨하게 진행되었고. 마치 별 고민 없이 대량생산을 위한 기계처럼 익숙한 현대와 전통의 콜라보레이션의 재현을 보여준다. 앞으로 국가예산이 투입되는 건축물에 관한 설계방향의 룰을 다시 재정립 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았으면 한다. 적어도 국가가 합법적인 기회를 통해서 이 땅의 건축가들에게 현대와 전통 건축의 실험기회를 주었으면 한다. 너무 익숙해서 무뎌진 콘크리트에 기와지붕의 단짝을 때어낼 시점이다. 


마지막으로 UN스튜디오가 맡았던 아이파크의 파사드 디자인은 지극히 주관적인 입장으로는 대기업이 입주자를 위한 홍보장치 수단으로 이용하기 위한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돈을 위해 돈을 투자한 그럴싸한 전략이다. UN스튜디오에게 아파트 설계를 맡기기에는 비용부담이 크지만 반대로, 소비자로 하여금 환심을 사기 위해서는 그들의 이름이 필요했다. 그래서 기업은 건축가를 화가로 채용해서 그들이 만들어 놓은 거대한 캔버스 위로 컬러풀 대구를 그려 넣었다. 중요한 사실은 UN스튜디오와 작업을 했다지 어떻게 왜 작업했는지는 중요치 않았다. 끝으로 새길 시그니쳐 자리에 ‘made by UN studio’를 위해.


근대건축을 활용한 대구 건축의 전략적 차별화


       대구 건축의 키워드로 지역의 건축계에서는 근대성을 화두로 잡은 듯하다. 대구 구도심에 알알이 박혀있는 오랜 역사를 간직한 다이아와 같은 건축물들을 발견한 지역건축가들은 그들의 세공이 필요한 시점임을 깨닫고 앞다퉈 나서고 있다. 그들에 근대성의 접근은 대구 지역 건축의 정체성을 구축 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라고 생각된다. 상황적으로 보았을 때 지역의 기성세대 건축가들의 먹고사니즘에 대한 걱정으로 등한시 되었던 다이아들은 해외유학을 마친 건축가 혹은 젊은 건축가들의 손으로 세공이 이뤄졌다. 그들이 작업한 작품들과 작업과정에서 겪었던 경험들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각오와 반성들이 인터뷰에 담겨 있다. 어쩌면 고스란히 당신들의 소중한 경험이 밑바탕이 된 거름과 같은 이야기지만, 이와 같은 지역 건축을 위한 문제제기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서로 공유하며 알리는 자세는 다른 근대문화유산을 보유하고 있는 도시의 건축가들이 참고해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아직도 개발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서울시의 공격적인 재생마케팅처럼 이제 슬슬 앞으로 노를 젓는 것도 중요하지만, 잠깐 뒤를 돌아 뒤쳐진 시간들을 회복하기 위한 자세들이 보는 것도 게을리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그 지점에서 대구는 건축가와 시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사투를 벌이는 것 같아 그들만의 건축문화에 새로움을 느낀다. 다른 도시에서도 물론 국소적 방법으로 재생을 하고 있는 실정이지만, 하나의 건축 생태계를 구축해 나가는 대구 지역 건축의 발걸음이 기대되는 바이다. 두 가지의 역사성 충돌로 인해 흥미로운 지점인 중구에서 이루질 그들의 세공으로 인해 탐구하게 될 지역 건축의 전략과 지역성에 대한 이야기를 대구만의 색을 지닌 방법으로 이끌어 갔으면 하는 기대가 있다. 




공간 space (월간) 10월호
국내도서
저자 : 공간사편집부
출판 : CNB미디어 2015.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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