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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시자와 류에가 말하는 열린 건축



[BOOK REVIEW : 니시자와 류에가 말하는 열린 건축]





왠지 모르게 건축 서적을 의도적으로 경계하고 있었던 요즘. 반가운 책을 발견했다. 일본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의 에세이인데 이 책은 프리츠커상 수상 이 후에 정리해서 내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전에 건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의 속편에 해당된다고 한다. 내용들은 그간 인터뷰를 통한 내용과 더불어 강의, 메모 등의 내용들을 콜라주 해놓은 방식이다. 예전 페터 춤토르의 서적인 건축을 생각하다’, ‘페터 춤토르 분위기처럼 파편화된 조각들이 질서 없이 방치된 형태로 기록이 되어 있을까 우려했지만, 다행히도 차분하고 간결한 문장들은 최소한의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그리고 마치 연대기처럼 차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단지, 글로만 보더라도 마치 세포 분열하듯 그의 건축관은 변화를 더해가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그가 메모해둔 짧은 단막극들은 직접 경험해 보지 않더라도 그 풍경이 생경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예를 들어, 맨하튼의 비인간적인 스케일을 담당하던 마천루의 밀집과 도로를 깊은 골짜기 아래처럼 느껴진다.”라고 표현하는 방법에 있어 쉽게 공감이 간다. 고층 호텔방에 머무르며 쏟아지는 아침햇살을 맞으며 골짜기 아래를 보니 아직 그곳은 밤이라는 모습은 맨하튼을 가보지 않더라도 쉽게 상상이 가능했다. 지난 2012년 이화여대 김옥길 기념강좌에서 그가 발표한 내용과 더불어 강연후기는 다소 부정적인 시선들과 의견들을 접했던지라 선입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와 SANAA가 만들어내는 건축 작품에 비해서 그의 건축적 사유는 크게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하지만, 이 책을 통해서 직접 경험치 못한 가벼운 선입견은 그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통해 쉽게 산화되었다.








#부분과 전체, 표층과 골격의 전달 방법에 대해서



“건축가가 표면과 구조에 집착하는 이유는 사람은 극히 일부를 체험해도 그 건축의 전체성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개념을 체험하기 때문이다.”



ⓒ https://en.wikipedia.org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은 평면도의 모든 장소를 체험하는 방문자는 거의 없더라도 그들은 미술관의 전체적인 감상을 갖게 된다




#‘쉬운 이해’를 목표로 한다



“텍스트부터 건축까지 되도록 이해하기 쉽고 심플하게 만들고 싶다." 

"전문적인 지식과 정보 없이 무심하게 감각적으로 전달되는 건축, 그런 명확함을 가지고 건축을 하고 싶다.”


니시자와 류에의 정체성이 드러난 내용이다. 그가 말하는 나는 ~하고 싶다라는 직접적인 표현은 그를 더욱 매력적으로 느끼게 되었다. 글에 양념이 없다. 그렇다고 담백하지도 않고, 날카로운 칼끝과 같은 매력이 엿보인다.



#정원 같은 집



“주택은 거주하는 사람이 재미있는 사람이면 주택도 즐겁고 재밌어집니다. 삶의 즐거움이 전면에 나타나는 주택은 매력이 있어요.”







ⓒ http://www.designboom.com/



 ‘HOUSE A’ 정원을 품은 집



세속적으로 번역하자면, 설계를 하는데 있어 경제적 압박으로 부터 자유를 주는 건축주, 비범한 건축주의 직업과 라이프 스타일, 건축가가 설득하는 대로 잘 수용해주는 건축주라면, 이정도의 흥미로운 건축물 제공받을 수 있다. 이 번역이 불편하겠지만, 니시자와 류에는 대중을 위해 구태여 포장한 모습일 것이다. 아마도...


그가 설계한 건축의 규모는 다양하다. 이 글들을 쓰던 시점에도 분명 그랬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가장 아끼는 프로젝트로 보이는 ‘HOUSE A’는 규모와는 상관없이 장고 끝에 탄생한 건축물임에 틀림이 없어 보인다



ⓒ http://www.designboom.com/



건축이 없는 자연스러운 상태의 건축의 ‘HOUSE A’의 평면도


ⓒ http://www.designboom.com/



거실 같은 욕실, 거실이지만 욕조가 붙어 있는 방. 어떤 방이든 개별적 기능으로 부터 해방된 ‘HOUSE A’ 내부





#신경 쓰이는 가구, 신경 쓰이는 건축가



사리넨처럼 전구까지 디자인 하지 않더라도, 주변환경과 어떤 관계를 가지면 좋을지 상상해야한다.



http://www.filmandfurniture.com/



사리넨은 인간 활동과 관련된 모든 사물을 매우 독창적인 형태로 설계했고 그의 강력한 미래사상을 표현했다



니시자와가 말하는 미스 반 데어 로에, 임스 부부, 르꼬르뷔지에는 짧으면서 동의를 구할 필요 없이 논리적이다. 특히, 르코르뷔지에의 작은 집(어머니의 집)’을 통해서 그가 제창한 근대건축의 5원칙(자유로운 평면, 파사드, 옥상정원, 필로티, 수평창)이 모두 들어 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고 한다. 이유로는, 자신에게 가장 소중한 사람인 부모님에게까지 이론을 버리지 않고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여기며 5원칙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폐허성 또는 원초성



건축가 스즈키 료지는 흥미로운 이야기를 전해주었다. 좋은 건축의 폐허성에 관한 이야기인데 루이스 칸의 작품은 그리스나 로마 특유의 폐허성을 계승한 건축이며, 르코르뷔지에는 말 그대로 원초적인 포지션을 내포한 건축이다. 이 부분은 조금더 깊은 지식이 있어야 공감할 수 있을 것 같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나오는 미스와 알토, 르코르뷔지에에 관한 담론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오스카 니메예르



문득, 드는 생각인데 건축은 루이스 칸처럼 인생은 오스카 니메예르 같이라면 어떨까? 브라질을 거점으로한건축가 오스카 니메예르는 100세 넘어서도 활동하였고 2012년도 운명을 달리하기 전까지만 해도 브라질월드컵을 위한 건축설계 감리를 직접 나갈 정도로 왕성한 활동을 했었다고 알고 있다. 건축가들이 사랑하는 건축가 루이스 칸과 건축가들이 존경하는 오스카 니메예르의 삶은 워낙 동화와 같아서 위와 같은 문장처럼 표현하더라도 어색하지가 않다. 니시자와 류에가 만난 그는 건축의 거장이라는 르꼬르뷔지와 미스 만큼이나 매력적으로 보인다.



#관계성에 대해서



 "다양한 창조적 전개의 발생으로 관계성이 생기고 관계성을 만들기 위해 열린 건축을 지향한다."



ⓒ http://www.architectural-review.com/




롤렉스 러닝센터는 커다란 원룸을 바탕으로 다양하고 입체적 공간의 관계성을 만들어 낸다





책의 말미에서는 그가 최근 주목하는 3가지의 이슈에 대해 정리를 해놓았다. 아무래도 그가 강조한 것처럼, 동일본 대지진 이전의 건축적 태도였을 것이다. 첫 번째로 새로운 건축과 공간의 경험에 대해서’, 두 번째는 환경과 건축의 관계에 대해서’, 세 번째는 인간이 건축을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이다. 건축이 태어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어떤 시대의 건축이든 인간은 이렇게 살아야 풍요로울 수 있다.’라는 건축은 삶의 방식을 공간적으로 제안해왔다. 그가 말하는 건축은 결국에 공간적 대안이 아닌 시대정신을 담아내고 가치관을 만드는 계기를 건축을 통해 실행해야한다고 말한다.




#지진 재해



 “이 토지에서 살아가기로 결정한 사람들의 긍지가 지역 문화 (여기에서 문화는 예술과 다른 의미의 문화이다. 예를 들어, 지역적 삶과 방식의 차이 등을 말하고자 한다.)의 중심이 되길 바란다. 아니, 반드시 그럴 것이다.”



ⓒ http://cft.or.kr/



'건축의 공공기여'에 관한 의식을 재고하는데 토요 이토가 큐레이팅한 일본관은 베니스 비엔날레 '황금사자상'을 수상했고, 다음해에 '프리츠커상'을 받았다.




동일본 대지진을 통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일본 건축가들의 건축을 대하는 태도가 많이 변화된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태도를 실행에 옮기는데 적극적이었던 이토 도요와 시게루 반은 2013, 2014프리츠커상 거머쥐었다. 이들의 연속 수상이 건축의 사회적 책임이 프리츠커상을 받기위한 자격이 아니냐는 부정적 시선도 있었지만, 오히려 정치적이라기 보다는 건축의 시대정신을 반영한 결과라고 생각된다. 니시자와 류에 또한 건축에 대한 생각을 달리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위에 적힌 메시지는 건축가로서 국가와 도시를 위한 제언으로 받아드려진다.









니시자와 류에와 SANAA에 대한 호기심을 가지고 프로젝트를 살펴보았을 때, 평면과 재료와 구조, 형태적 어휘를 넘어 그들의 건축 철학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없었다. 이번 책을 통해, 조금이나마 궁금증을 해소 할 수 있었던 기회라고 생각되었으며, 찬찬히 그들의 프로젝트를 곱씹어 본다면, 그들이 만드는 평면과 형태들은 오랜 시간동안의 팀구와 스터디가 있었기에 존재한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들이 맡았던 세계 도처의 프로젝트들은 그 시기 그들이 생각한 건축적 사고를 실험을 하는 계기 그 차원을 넘어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by 0Fany

 



니시자와 류에가 말하는 열린 건축
국내도서
저자 : 니시자와 류에(西澤立衛) / 강연진역
출판 : 한울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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