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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Fany/Review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몇 번째 책선물인지 모르겠다. 내 책장에는 내가 산 책보다 여자친구의 책선물이 내 책장의 지분을 많이 차지하고 있다. 고맙습니다.

이 책을 알게 된 이유는 전남대 도서관에서 주최한 '2014 한책' 선정을 위해 선정한 10권 중 한 권으로 후보에 올랐기 때문이다. 평소에도 SNS로 구본준씨의 글과 기사를 자주 접하기에 그리고 그의 글솜씨는 많은 사람으로 하여금 건축을 가식적으로 포장하기 보다는 따뜻하고 이해하게 쉽게 다가오기에 부담없이 읽기 좋다고 생각한다.

 

 

[사진 : https://www.arenakorea.com/article/arena_view.php?cd=0403&seq=1807 ]

 

 

공교롭게 책표지는 짙은 노랑색과 함께 최근에 다녀왔었던 전쟁과 여성인권 박물관의 사진이 걸려있다. 나에게는 짜릿한 공간을 경험하게 해준 곳이라 어떤 글이 실려 있을지 더욱 기대하게 된다. 책의 프롤로그는 아직 고민해 본 적 없는 나에 던지는 말처럼 생각하게 끔 만들었다. "왜 건축에 빠져들었는지 아직도 정확하게 설명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저절로 이 매력적인 장르에 빠져들 수 밖에 없었다. 책을 쓰게 되면서 왜 건축은 재미있는지, 왜 나는 건축을 좋아하게 되었는지를 생각해본다." 나는 왜 건축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나는 왜 건축공부를 하게 되었을까? 라는 자문에 나는 중학교 시절 류춘수건축가가 설계한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의 한 장의 스케치와 그 일화를 알게된 뒤 건축에 관심을 갖게 된 것 같다.

 

 

[그가 설계를 한 상암월드컵 경기장은 98프랑스월드컵을 보기 위해 파리로 가던 비행기 안에서 스케치한 안이 그대로 지어졌다]

 

건축을 알게된 계기가 경기장인 만큼 유년시절 나는 어떠한 건축물보다 경기장 디자인에 관심이 많았고, 중학교 2학년때부터 고3때까지 교과서 한켠 혹은 노트에 생각나는대로 스케치를 했었던 기억이 난다. 이 시절이 나에게는 건축이 나에게 재미와 관심을 갖어다 준 계기라고 생각한다.

 

[중학교 시절 그린 대구월드컵 경기장 옆 대구야구경기장]

저자인 구본준씨는 건축은 희로애락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극장이라 표현하며 목차를 희, 로, 애, 락이라는 감정과 건축물들을 결부시켜서 책의 내용을 엮어나간다.

 

1. 희(喜)

- 이진아기념도서관, 대한성공회 서울대성당, 어린이대공원 꿈마루, 기적의 도서관

 

2. 로(怒)

- 전쟁과 여성인권박물관, 도동서원,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옛 부여박물관

 

3. 애(哀)

- 봉하마을 묘역, 시기리야 요새, 프루이트 아이고와 세운상가, 아그라포트

 

4.락(樂)

- 창덕궁 정자, 선교장, 충재, 문훈발전소

 

사실 건축학과 학생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만한 건축물과 건축가의 프로젝트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건축이론서적이나 교양서적으로 접하는 내용보다 건축과 공간 그리고 사람의 이야기가 가미되어 다소 흥미로운 내용들이 소개된다. 건축전문기자라서인지 글들이 마치 건축물을 밀착취재하는 느낌의 글은 관광명소 혹은 유적지 앞에 적힌 안내글의 정형화된 글이 아닌 관광가이드에게 소개받는 혹은 지역주민이 말해주는 이야기처럼 신선하게 다가온다.

 

국내 건축서적 중 레전드라고 생각되는 서현교수님의 '건축, 음악처럼 듣고 미술처럼 보다'처럼 대중으로 하여금 건축에 관심을 갖게 해줄 책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의 마지막에 저자는 독자와 손을 잡고 건축가 사무실로 들어간다. 사실 많은 건축학도들은 건축가의 작업, 작품에 대해서는 쉽게 접하겠지만, 사무실의 분위기나 스타일을 알기에는 직접 혹은 주변 지인이 취직하지 않는 이상 쉽게 알 수가 없다.  그래서 하나의 별책부록의 개념처럼 건축가 문훈, 안도 다다오, 리차드 로저스 사무실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이들 중 문훈, 안도 다다오는 영상과 영화를 통해 조금이나마 알고 있었고, 리차드 로저스는 작년 런던오픈하우스 시즌에 방문한 적은 있었지만 책에 나온 내용은 방문 때도 듣지 못했던 이야기라 상당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기회가 된다면 작년에 다녀온 런던오픈하우스에 대한 이야기도 한 번 포스팅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오픈하우스 당시 리차드로저스 사무실 풍경]

 

책은 건축물에서 부터 건축가 개인에 대한 이야기 끝으로 건축가의 사무실과 철학에 관한 이야기로 우리가 접하는 실체로의 건축을 보여주고 설명하기 보다는 건축과 공간 그리고 인간과의 관계로 건축을 사랑하게된 이유를 설명하는 듯하다. 

 

건축과 친구가 되고 싶거든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을 추천합니다.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 집

저자
구본준 지음
출판사
서해문집 | 2013-02-10 출간
카테고리
기술/공학
책소개
건축은 희로애락의 드라마가 펼쳐지는 극장!처음에는 디자인이 멋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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