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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Urban X Architecture

[파리건축배낭여행] Louis Vuitton Foundation 루이비통 미술관

X Teo



프랑스 파리의 서쪽 Bois de Boulogne볼로뉴 숲 공원에 위치한 Foundation Louis Vuitton 이다.


Frank Gehry의 최신작으로 작년 10월에 개관하였다.


Schooners 라고 부르는 범선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었다고 한다.

게리 측에서 내세운 이 이미지와 건물이 꽤 유사한 느낌을 주고 있긴 하다.

하지만 그 설명을 보기전부터 내 개인적인 느낌으로는 역시나 이번에도 물고기에서부터 나온 형태가 아닐까 싶었다.

오래전부터 게리가 동경해오던 물고기의 유연한 신체가 물위로 튀어오르는 듯한 형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물고기를 모방한 건축을 계속해서 만들어 오고 있다.


특히 초기 작품에서는 아예 대놓고 물고기를 만들기도 했고, 후에 큰 명성을 가져다 준 Guggenheim Museum Bilbao나 Disney Hall 등에 쓴 외장재인 티타늄 역시 물고기와 같은 유연한 곡선을 만들기 위한 기술적 방법이자 물빛에 반짝이는 은빛 비늘과 유사한 느낌을 주는 재료였다. 


역시 사람은, 큰 건축가는 하나만 죽어라 파면 언젠가는 성공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게리는 물고기만 아주 죽어라 물고 늘어진 물고기성애자다.




















© Iwan Baan

공원의 컨텍스트? 파리의 건축적 분위기? 그딴거 다 필요없다. 그냥 온전히 독립적인 조형적 건축이다. 나는 게리다... 



이때만 해도 하늘이 참 예뻤는데, 이후로 흐려져서 아쉬운 사진이 많다.


입장권을 구입해야 들어갈 수 있다. 모든 전시를 보기위해서는 학생기준 10유로 이고, 전시를 제외하고 건축물만 둘러보기위해서는 4유로다.

엄청 고민했다. 사실 건축을 보려고 간 것이기 때문에 굳이 전시를 안봐도 될 것 같지만 전시공간 또한 건축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지금 전시 중인 현대미술도 나의 흥미를 끌만 했기에 결국은 전시를 포함한 입장권을 샀다.


모두 둘러본 느낌으로는, 전시에 관심이없다면 4유로만 내도 상관없다. 전시실 내부에는 건축적으로 볼만한 것이 딱히 없다. 

하지만 전시가 꽤 훌륭하기 때문에 전시를 같이 보는 것도 추천한다.


외관과는 무관하게 내부공간의 구성은 이런식이다. 

방향감각이나 위치감각 따위는 쓸모가 없어지고, 지도를 들여다 보면서도 원하는 곳으로 이동하기 위해서 헤매는 경우도 생긴다.

지도 조차도 관람객들의 동선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고 그저 각 갤러리의 층별 위치만 표시되어 있는 것에 불과하다.


특히 로비에 들어선 이후로는 당최 어디로 이동을 해서 전시를 봐야하는지, 내 발걸음은 어디로 옮겨야 하는지 당황스럽다.

공간과 매스의 배치에 대한 고민은 어느정도 있는 듯 하지만, 효율적인 동선에 대해서는 거의 고민이 없었던것 같다.


프랭크 게리의 이름을 딴 레스토랑이 운영되고 있다. '나는 잘나가는 건축가라 여행을 많이 다니는 물고기성애자야' 라고 말하는 것 같다.

메뉴판은 보지도 않았지만 생선만 있을까봐 무섭다.


시각적으로 가장 멋졌던 것은 거대한 구조체 혹은 장식적 구조물들이 결합되는 모습들이다.


빌바오 구겐하임 등에서 볼 수 있는 휘감기는 듯한 볼륨감을 가진 그의 건축은 비정형의 형태로 인해 어쩔 수 없이 쓸모없이지는 내부 공간이 많이 생긴다.

또한 외부의 형태나 질감 따위가 내부로 연속되지 않는 등의 점에서 그의 건축은 외부형태적 조형성만을 크게 강조 되었다.


루이비통 미술관에서는 투명한 재질의 외피를 이용하였다. 

외부형태는 얇은 막과 같이 건물의 전체적인 형태만을 만들어 내고, 그 막 속에 내부 공간을 위한 매스가 배치되어 있다.

투명한 막과 매스 사이에서 형성되는 반외부공간에서는 전시실과 전시실 사이에서 휴식을 취하거나 설치작품이 전시 되기도 한다.


그 막이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사용된 구조체들은 동시에 장식적인 역할도 하면서 건축적·구조적 아름다움을 준다.

실제로는 구조적 역할을 하지 않지만 장식을 위해 사용된 것 들도 간혹 섞여있는 듯 했다.


특히, 단순히 철제 구조체로 남겨둔 것이 아니라 나무를 입힌 것을 적절히 섞어 둔 것이 인상적이다.

명품을 만드는 루이비통 재단의 미술관이기에 건축자체가 매우 고급스럽고, 정성을 들였다는 느낌을 확실히 주고있다.


프랭크 게리의 기존 작품들이 그저 구겨진 티타늄조형물 이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어느정도 진일보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게리 작품을 직접 보는 것은 처음이라 개인적인 감상조차 완전한 비교는 불가능하다.


맥락을 중시하기 보다는 조형성이 강한 건축을 많이 하는 그의 건축을 그리 좋아하진 않는다. 


하지만 이런 장면의 연출은 멋지다고 인정을 할 수 밖에 없다.


금속구조체와 목재구조체의 만남이 썩 어울리고 멋지기까지 하다. 나무는 그냥 껍데기 불과하겠지만.


나무의 휘어진 결을 보라. 얼마나 정성을 많이 들였는가 느낄 수 있다.


어쨌건, 멋지다. 그건 인정 할 수 밖에 없다.


서울-파리 자매결연 10주년으로 만든 서울공원이 보인다.


알록달록.. Ellsworth Kelly의 작품 일부인지 게리가 가져다 걸어놓은건지 정확히 모르겠다..

어쩌면 게리 할아버지가 아무래도 요즘, 손자와 색종이 접기를 많이 하시는 걸지도 모른다.


이 건물의 설계과정도 전시되고 있다.

퐁피두 센터에서도 게리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사진으로 올리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스터디 모형들이 있다.

게리도 작업초기에는 정형의 공간으로 디자인을 하더라. 

그 다음부터 매스를 비틀고 비정형의 볼륨을 입히고 다시 비틀어가며 수정하는 과정으로 설계를 하더라.

처음부터 비틀어놓고, 날라다니는 스케치에서 시작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근데 어쩌면.. 게리는 날라다니는 스케치를 해놓고 놀러다니면, 밑에 직원들이 필요한 공간설계부터 시작해서 그 스케치에 점점 맞춰가는 과정을 진행하는 건 아닐까.... 아마... 그럴거 같다.......


물고기가 아니라 이무기 한마리가 내려앉은 것 같기도 하다.


반투명한 조각들이 흩날리고 공중에 떠있는 건물의 표피가 썩 신비롭기까지 했다.


전시로는 Alberto Giacomatti, Ed Atkins와 백남준 등의 작품을 볼 수 있으며, Olafur Eliasson 이라는 작가의 특별전시가 이루어 지고 있다. 

이번에 처음 알게된 작가인데, 굉장히 재미있는 작업들이었다. 위의 사진 3장이 모두 그의 작품이다.


돈많이 벌어서 게리 레스토랑에서는 고등어구이를, 하디드 레스토랑에서는 달팽이무침을 사먹을 수 있으면 좋겠다. White 와인이랑 먹어야지.



컨텍스트나 외부로의 뷰를 그닥 신경쓰지 않았기 때문에 파리 어디에서나 지겨울만큼 보이는 에펠탑 조차 시원스래 볼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나마 좁은 틈으로 보이는 에펠탑이, 석양에 보랏빛으로 물든 이 곳이 파리임을 깨닫게 해주었다.



개선문에서 1유로를 내면 탈 수 있는 미니 셔틀버스. 

가장 가까운 지하철역인 Les Sablons에서도 꽤 걸어야 하기때문에 귀여운 맛에라도 1유로 내고 타볼만 할 듯 하다.

하지만 난 무조건 걷는다.


파리를 들르게 된다면,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현대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식상하고 사람 많은 유명 관광지에 지친다면.  지금 파리는 공기반 한국인반

Foundation Louis Vuitton루이비통 미술관을 가볼 것을 추천한다.



Frank Gehry와 Bernard Arnault


Foundation Louis Vuitton 건물은 당초 계획으로 1,348억원이 들어갈 것으로 예상되었지만 실제로는 훨씬 많은 금액이 소요되었다고 한다. 

1,348억원도 상상이 안가는 금액인 건 마찬가지다.

실제 얼마가 투자되었는지 묻는 질문에 LVMH그룹의 회장 베르나르 아르노의 대답이 정말 멋지다.


"꿈의 가격을 매기려고 하지마라"


캬아... 역시 다르다.

요즘 사람의 인성은 돈으로 결정된다고 했던가..


1500억원이 넘었을 건물 앞에서 10유로 입장권을 살것인지 4유로 입장권을 살 것인지 고민했던 내 자신이 참... 난 자랑스럽다. 쳇.


그래서 게리는 얼마받았을까...후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