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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런던건축일기]

[3주차] 새로운 프로젝트를 맡다.

X Teo


3주차


드디어 Roof floor extension 프로젝트가 끝이 났다. 우리말로 주택 증축이라 하면 되겠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문제점을 모두 바로 잡았다.
그 과정에서, 같은 동네의 다른 집의 사례를 더 찾아보았다.
그동안 옆집만 참고하며 계획안을 만들고 있었는데, 진작에 다른 사례도 많이 찾아봤어야 했다. 

같은 거리에 있는 다른 주택에서 지붕경사면을 최소로만 뒤로 물리고 내부의 공간을 더 많이 확보한 것을 찾았다.

덕분에 내부공간이 다소나마 넓어졌고, 테라스로 나가는 문의 폭이 좀더 여유가 생겼다.


Planning Package의 완성도를 높이는 작업도 모두 끝을 냈다.

이 과정에서도 배운 것이 많다. 허가를 받고, 건축주와 협의를 위한 도면상 표현의 전략이랄까?

완성된 Package로 건축주에게 최종 승인을 받고, Council Planner구청 건축담당자에게 제출할 여러 문서의 작성을 Alex의 도움으로 완성했다. 

Planner의 특별한 요구나 거부가 없으면 계획단계는 모두 끝이 난다. 제바알ㅜㅜ!!

Alex와 퇴근하는 길에, 3주째 계속 디테일한 부분에서 다시 수정하고 또 수정하기를 반복하다보니 너무 지겹다고 하소연을 했다.
그랬더니 자기는 8개월 동안 그 짓을 해봤으니 3주는 아무것도 아니라는데, 이건 위로인지 약올리는 건지 모르겠다.

여튼!! 드디어 나의 첫 프로젝트가 끝이 났다!!
소장님이 고생했다며 토닥토닥을 해주셨다a
시공 과정과 완공 후에 직접가서 볼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


하루 중, 테라스에 빛 한조각이 들어오는 순간이 가장 좋다. 어서 그 시간이 늘어났으면 좋겠다.


새로운 프로젝트도 두개 맡았다.
두번째 프로젝트도 전과 비슷하게 집의 평면을 변경하고 한 층을 증축하는 프로젝트다.
소장님이 이미 건축주와 조율이 끝난 스케치를 그대로 CAD로 옮기는 작업이었다.

하루하고 반나절 만에 끝.
소장님께서 생각보다 빨리 끝냈다며, 이제 일이 손에 좀 붙은 것 같다며 또 약간의 당근을 주셨다ㅋㅋ
Mike가 대강의 틀을 이미 그려 둔 상태여서 더 빨리 끝났다.
UCS가 잘못 설정된 상태로 그려진 도면이라, 아주 미세하게 돌아간 선들 때문에 꽤 애를 먹었다.
소장님과 상의 후에 그냥 내버려두고 새로운 선만 제대로 그리기로 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꽤나 많은 시간을 뺐겼다.
소장님께서 말하시길, Mike가 휴가에서 돌아오면 일 좀 똑바로 하라고 따끔히 한마디 하라셨다. 내가 감히 어떻게 ㅋㅋㅋ
알고보니 Mike, Alex 둘 다 자기 사무소도 경영한 적이 있단다ㅎㄷㄷ

이 작업이 빨리 끝난 덕에, 또 다른 프로젝트를 받았다.
주택의 1층 뒷쪽 주방을 확장하는 프로젝트인데, 이미 건축주에게 보여 줄 4개의 설계안이 만들어진 상태였다.
그런데 돌연 건축주가 사진 한장을 들고오더니 그것처럼 공간 디자인을 해달란다.

덕분에 다소 변경이 필요해져 그 일이 나에게 온 것이다.

이전보다도 훨씬 작은 부분이지만, 다시 평면계획을 하게되어서 기분이 좋다.

컴퓨터와 씨름하기 보다는 차라리 펜들고 선을 긋는게 훨씬 좋다.
몇주 내내 모니터만 들여다보고 있으니 아주 죽을맛이었다.
목요일 오후 쯤 되니까 술이라도 마신것 마냥 머리가 어질어질 했다.
확실히 난 스트레스에 취약한 것 같다.
이래서 건축을 계속 할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ㅋ
줌토르나 스페인 건축가 누구처럼 어디 산 속에 사무소 만들고 작품성 있는 프로젝트 몇개만 하며 여유로운 삶을 살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대부분의 건축가들이 꿈꾸는 생활이겠지ㅋㅋ

목요일에 마침,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 중인 이소장님과 같이 퇴근 했다.
덕분에 펍에 들러 맥주를 얻어 마셨다.
이제야 왜 영국애들이 그 복작복작한 펍에서 다리도 안아픈지 서서 맥주를 마시는게 이해가 간다.
열심히 하루 일과를 끝낸 후 펍에서 맥주 한잔은 정말 기가 막히다.

이미 머리가 어질했지만, 소장님이 사주시는 맥주를 어떻게 거절할 수 있겠나!!
사실 맥주보다는, 배울 점이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20살때부터 선배들이 있는 자리는 빠지지 않고 다 찾아다녔고, 그 덕분에 지지난주 목요일을 사무실 바닥에서 오들오들 떨면서 잠을 잤었지만, 또 그런 내 이상한 취향 덕분에 이 사무소까지 올 수 있었기도 하다.

소장님은 나를 학부생으로 보지 않고 자신과 동등한 수준의 건축가로 생각하고 나를 대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내가 아직 어리다는 것을 감안해 그러려니 내버려 두지 않는다는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사람의 가치를 객관적인 한계에 묶어두지 않고 무한한 잠재력과 가능성을 가진 사람으로 믿고 대할때, 그 사람의 능력으로는 이루지 못할 것 같은 일도 해낼 수 있으며 그로 인해 더욱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냥 맞는 말이다 싶지만, 아랫사람을 진정으로 믿으며 그렇게 대하는 것은 쉽지않은 일 일듯 하다.

다시한번 이 사무실에서 일할 수 있게 해준 나의 모든 우연과 인연들에 고마움을 느끼며 집으로 돌아왔다.
지하철에서 잠이 들어 두정거장이나 지나쳐서 정신이 들었지만, 집으로 돌아가는 마음은 가뿐했다.



영국의 법체계



영국은 우리가 영미법이라 부르는 법체계를 따른다.

영국에서 시작되어, 그들의 식민지국가나 미국 등에서 채택한 법 체계로써 가장 큰 특징은 유사 사례의 판례를 가장 우선시 하는 판례법주의 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대륙법을 따르고 있는데, 이는 로마법에 기초하였으며, 독일과 프랑스로 대표된다. 

입법 기관에 의해 제정, 공포되어 문서화 된 법체계인 성문법이 큰 특징이며 판사에 의해 적용되고 해석된다.

현대 국가의 대부분은 극단적으로 한쪽 체계만 따르기 보다는 장단점을 수용하여 어느정도 혼합 된 법체계를 이룬다.

출처 : 위키피디아


건축법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영국의 모든 건물의 변경사항에 대한 도면과 자료를 누구나 해당 Council 홈페이지에서 열람할 수 있어서 몇몇 사례의 도면과 문서를 보았을때,

대륙법, 성문법에 기초를 둔 우리나라처럼 '어디까지는 된다, 무엇은 안된다' 하는 식이 아닌 듯하다.

우선은 경관을 고려해 주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가장 크게 보고, Planner가 판단 해서 허가를 내 주는 것 같다.

유사하게 기존에 허가가 난 사례가 있다면 그 계획안은 거의 확실히 허가를 받는다고 보면 된다.

허가신청은 모두 인터넷을 통해 이루어진다. 

우리나라처럼 인허가 과정에서 모종의 협상(?)이 이루어지기도 하는지는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