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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런던건축일기]

[6주차] 봄이 왔으니 즐겁게, 일을 합시다.

X Teo


6주차


주택 확장 프로젝트들을 계속해서 하고 있다. 어쩌면 나는 이 소규모 주택 프로젝트들만 계속 진행할지도 모르겠다. 

이번주는 두 프로젝트를 왔다갔다하며 동시에 진행했다. 특별히 시간에 쫓기지 않았기 때문에 마음이 여유로운 한 주를 보냈다.


시간에 쫓기지 않으면서 여러 일을 동시에 진행할 때, 좀더 내 능력이 한껏 발휘고 왠지 모르게 재미도 있다. 아마 내가 바쁜 것을 즐기는 것 같다. 

한가지 일을 마무리 하면 바로 다음 일을 진행하고, 틈새의 시간에 또 다른 일을 진행하고. 

시간에 쫓기거나 누군가의 지시로 움직이기 보다는, 나 스스로의 페이스에 맞춰서 여러 일을 진행 할때가 즐겁다.


사실 지지난주에 계속 일정에 쫓기면서 일을 할때는, 엄청 바빴음에도 시간이 빨리가서 좋다는 생각은 전혀 안들었다. 

돈을 많이 받는 것도 아닌데 이러면서 일을 해야하나 싶더라. 


재작년에 학교를 다니면서, 공간학생기자 활동과 동아리 운영 등의 여러 활동을 했을때가 기억 난다. 쉴틈 없이 계속해서 무언가를 해야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바빴던 것이 즐거웠고 뿌듯했다. 다만 공간학생기자 활동을 더더 열심히 할 수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다.



소장님도 직원 전체의 회의시간에 (물론 영어로) '비록 작은 프로젝트지만, 태호가 프로젝트를 3개나 진행하고 있다니 놀랍다!'며 칭찬 해주셨다 흐흐.

(카운실에서 검토 중인 것 까지 포함하면 3개가 된다.) 

당근 전략이다. 곧 또 채찍이 올거다...



금요일 오후에 한번 시간에 쫓긴 적이 한번 있긴 했다.

그 프로젝트는 이미 건축주의 요구대로 도면을 모두 작성했고, 카운실에 허가를 받을 준비까지 끝낸 상태였다. 건축주의 최종확인만을 남겨둔 것이다.

그럼에도 소장님의 한마디로 우리는 다시한번 바쁘게 움직이게 되었다.


건축주의 요구는 이미 충족 시켰지만, 우리가 좀더 매력적인 디자인을 제시해 볼 수 도 있지 않겠냐는 말씀이셨다.

주말동안 건축주가 가족과 함께 계획 안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퇴근 전까지 추가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보기로 했다.

소장님은 Bi-Fold Door나 천창에 색다른 매력을 주면 어떻겠냐고 하셨다. 나와 Alex는 급하게 제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우리의 확장안은 기존의 지붕과 천창을 가능한 남기고, 확장이 필요한 곳에는 동일한 재질의 마감을 하고 천창도 가급적 동일한 것으로 하나 더 넣어주고자 했다. 그런데 입면상의 문제로 기존과 동일한 것은 불가능 했다.

기존의 천창은 피라미드 형태의 굉장히 큰 천창이었다. 만약 확장되는 부분에 동일한 천창을 만들면, 2층의 창 일부를 막게되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가능한 비슷한 크기의 평평한 일반 천창을 삽입해 뒀다. 가급적 비슷하게 맞추었다고는 하지만 시각적으로 편안한 상태가 되지 못했다.

공간의 밸런스가 안맞는 느낌이 있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이 프로젝트에서는, 그 무엇보다도 내부 공간에 색다른 제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주방을 확장하면서, 면적이 넓어진 것은 좋으나 너무 과하게 넓어져서 오히려 불필요할 만큼의 확장이었다. 공간의 활용도가 너무 떨어지는 것 이다. 

주방은 엄청나게 넓지만 1층의 간이화장실은 간이 일 뿐이긴 하지만 굉장히 협소한 상태로 남아있었다.

하지만 일단은 건축주가 아주 큰 주방을 요구한 상태이고, 시간이 3시간정도 밖에 없었기에 내부공간의 새로운 대안을 만들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결국은 나도 천창 디자인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나는 확장되는 부분의 지붕을 기존의 마감과 동일하게 만들지 않고, 아예 전체를 유리로 만드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확장되는 부분이 형태적으로는 통일감을 가지면서, 재질상의 대비를 줄 수 있는 방법이다.

어중간한 언밸런스가 아닌, 극명한 대비를 준 것이다.

그런데 모델링을 하고 프레임까지 넣고 보니, 온실 같더라; 그래서 우리는 그 안을 GreenHouse라고 부르기 시작했다ㅋㅋ 


Alex는 원래 우리의 제안보다 작은 천창 두개를 넣어서, 계속해서 남아있게 되는 천창의 전체폭과 맞춘 대안을 제시했다.

지붕을 지지하는 보가 천장아래로 내려온 부분이 있었는데 이는 확장 후에도 여전히 남게 된다.

그래서 Alex는 확장되는 공간의 천장을 더 낮게 만들어서 보를 가려줌과 동시에 다른 공간감을 줄 수 있는 대안을 만들었다.


그리고 미팅때문에 먼저 퇴근한 소장님에게 메일을 보냈다.

소장님께서 두 안 모두 좋으니까, 바로 건축주에게 보내자고 승낙을 하셨고, 건축주에게 이메일을 보낸 뒤 퇴근을 했다.


3시간만에 급박하게 진행 된 아이디어였기에 완성도는 떨어졌지지만, Revit의 3D뷰가 그럭저럭 괜찮게 나와주었다.

한동안 도면 그리는 업무만 계속 하다가, 잠깐이나마 디자인 안을 만드니까 괜히 신나기도 했다. 

금요일이었기에 더 빨리 퇴근하지 못한 건 아쉬웠지만ㅋ 여튼, Alex와 즐겁게 업무를 마무리하고 퇴근했다.


다음주는 화요일까지 Alex가 휴가라고 하는데.. 아 심심하고 우울할 것 같다..



드디어 봄이 왔다!!



점심시간에 밥을 먹으면서, 작년 바베큐 파티 이야기가 나왔다.

이번에는 좋은 곳을 물색해서 5월쯤에 1박2일로 가면 좋겠다고 의견이 종합되었다!

그리고 기획은 막내인 내가 하는 걸로..... 여행계획을 짜는 것을 좋아하지만, 부담스럽다......





East London에 새로운 집을 구하다!


드디어 걸어서 출퇴근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싸고 좋은 집을 구했다.

런던의 유명한 운하인 Regent Canal이 흐르고 요트와 Houseboat가 정박되어 있는 Basin도 있는 동네다!! 


이전에 살던 집이 워낙 집세가 저렴했지만, 아침 출근시간의 지옥철과 교통비 때문에 이사를 하게 되었다.

집세는 조금 더 올랐지만, 교통비가 안들게 되므로 생활비는 오히려 줄어들게 되었다!!

런던 생활을 할 수록 생활비를 아끼는 노하우가 계속 늘어가고 있다. 초기에 비하면 약 30%를 절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방이 저렴한 이유는, 역시나 크기가 작기 때문이다. 

방에서는 잠만 자고, 노트북 놓을 작은 테이블만 하나 있으면 충분하다. 이미 작은 방에 익숙해졌기에 나에게는 충분했다.

새 방은 오히려 지금 지내는 방보다는 약간 더 넓고, 심지어 개인 발코니가 딸려있어서 정말정말 최고다!! 단점이라면 건물보수를 위해 임시로 설치한 비계가 아직 철거가 안되었다는 건데... 아마 곧 철거할 것 같다. 보수공사가 끝이 난 듯해 보였다.


돈을 송금하고나서도 집주인이 혹시 사기꾼은 아닐까 의심을 했을 정도 나에게는 너무너무 마음에 드는 가격의 방이다.

단독주택이 아닌 아파트이고, 가벽을 세워서 추가로 작은 방을 만든거라 방음이 완벽하지 않은 등, 저렴한 이유가 있긴 하다ㅎ


사진은 이사가 끝난 뒤에 올리는 걸로!!



Cockney English



런던의 Bank를 중심으로 서쪽으로는 웨스터민스터를 향하게 되고, 동쪽으로는 Canary Wharf를 향하게 된다.

현재 카나리워프는 Bank를 대체하는 새로운 금융중심지 이지만, Wharf의 단어가 의미하듯이 원래 선착장이 있던 곳이다.

카나리워프 뿐만 아니라 East London에는 굉장히 많은 선착장이 있었다. 로마시대 이후로 런던은 무역의 중심지였기 때문이다.

런던 탬즈강의 바닥은 진흙으로 되어있고 배들이 다니기에도 그 폭이 충분해서, 내륙임에도 항구도시로 발전하기에 최적이었다고 한다.

East London에 항구가 많았던 만큼, 이곳은 노동계층이 많이 살았던 곳이다. 빈민촌에 매음굴이 있었고 런던에서 굉장히 낙후 된 곳이었다. 하지만 현재는 개발이 계속 이루어지고 있고, 다양한 문화가 섞이게 되면서 오히려 런던의 새로운 매력을 발견 할 수 있는 곳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곳이 Shoreditch일대와 Brick Lane이다.


노동계층이 많이 살았던 지역인 만큼, 지금도 오랜 역사의 동네 펍들이 많다.

내가 이사를 하게 될 이 곳을 다니다가 우연히 한 펍에 들어가게 되었다. 

커튼도 쳐져있고 밖에서 보기에 썩 들어가보고 싶은 펍은 아니었다. 그런데 친구와 나는 일단 문을 열어보기로 했다.


그 순간,

마치 영화처럼 펍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동시에 우리를 쳐다봤다.

대부분이 백발의 백인 할아버지들이었다. 일단 우리는 펍의 분위기가 어떠한지 둘러봤다. 역사가 오래되었음이 느껴졌고, 생각보다 분위기가 꽤 좋았다.

우리가 돌아다니는 동안 할아버지들이 계속 우리를 주시했다ㅋㅋ

그리고 맥주를 마시러 왔느냐 어디서 왔느냐 질문을 자꾸 하시는거다ㅎㅎ

그런데, 특히 영국 악센트가 굉장히 우리에게 낯설어서 알아듣기가 힘이 든데, 이 할아버지들의 말은 더 알아듣기가 힘든거다;

단순히 영국 악센트도 아니고 정말 너무 알아듣기가 힘들었다.

심지어 Nice to meet you를 3번이나 듣고서야 알아들었다. North you라고 하는 줄 알았다ㅋㅋ 


이 펍에 동양인들이 온 것은 우리가 처음이라면서 여러 할아버지들이 우리에게 굉장히 관심을 가졌다.

런던은 한국인을 환영하고, 만나서 반갑다면서ㅎㅎ

마치 할아버지들이 손자,손녀를 귀엽게 보는 듯한 느낌이기도 했고, 우리가 신기해서 그런 느낌이기도 했다ㅎㅎ

동양인이 아예 없는 동네는 아닌데, 아마 그 펍이 주로 토박이 할아버지들이 많이 가는 곳 이었던 모양이다ㅎㅎ

뜻밖의 환영과 관심에, 외로운 워홀러 둘은 마음이 따뜻해졌다ㅋㅋ



알고보니까 Cockney English라는 것이 있더라.

London East-End 태생인 사람을 Cockney라고 부르고 그들이 쓰는 영어를 Cockney English라고 한다.

East London에 사는 노동계층이 쓰는 사투리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참고로 영국에서는 런던말도 사투리다. 그도 그럴것이 런던에는 토종 영국인보다 외국인이 더 많이 살고 있으니.

영국의 표준어는 '일정 수준의 교육을 통해 얻게 된 말'을 표준어로 친다. 어렵다... 인구의 6%정도가 구사 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