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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런던건축일기]

[10주차] Alex와의 마지막 프로젝트

X Teo


10주차


이번주는 '하얗게 불태웠다'는 말이 딱 들어맞는다.

건축주 미팅 준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다음주 월요일 마감에 맞춰 디테일 도면을 완성하기 위해 엄청난 몰입을 했다.

일주일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목요일에는 새벽 3시에 퇴근을 했고, 금요일은 밤을 세서 토요일 새벽 6시에 퇴근을 했다.


이틀간 39시간을 일한 셈이다. Alex나 소장님이 일을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니었고, 퇴근을 안하면서 까지 해야할 의무는 없었다. 

그냥 계속 Alex를 돕고 싶었고 이상하게도 피곤하지가 않았다.

Alex와 즐겁게 일을 했기 때문일거다. 그리고 Alex와 함께 하는 마지막 프로젝트 이기도 해서다.

토요일 늦은 밤에는 퇴근하셨던 소장님께서 갑자기 다시 돌아오셔서는 상세도면 작성에 도움을 주셨다. 레드불과 함께 보이지 않는 에너지도 듬뿍 주고 가신 덕분에 밤을 세면서도 전혀 졸리지 않았다.




Tender Package를 작성하면서 내가 지금까지 전혀 그려보지 않았던 상세도면을 집요하게 작성해야 했고, 구조에 대한 이해도 필요했다. 

구조도면은 Constructure Designer로부터 받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건축도면도 변경을 거치며 여러번의 조율을 했.



지금까지 나는 건축가가 설계를 해서 도면을 그리면 구조적 해결은 구조기술자의 몫이라 생각했다.

건축가는 구조적으로 불가능한 디자인이나 불필요한 공사비를 지출지 않기위해, 구조적 이해가 필요하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구조기술자와의 조율 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것을 깨닳았다.

건축가가 구조적 이해와 구조적 제안을 하지 않으면 건축은 디테일을 잃고, 공간의 완성도를 떨어뜨릴 수 있다.


단순히 구조기술자에 의해 구조설계를 하면 끝이 나는 것이 아니었다.

구조 도면을 읽어서 구조체에 의한 공간의 디테일이 어떻게 될지를 예상하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서 새로운 제안을 한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이 과정을 직접 겪으면서 상세도면을 그리고 나니, 구조와 디테일을 등한시 한 나를 되돌아 보게 됐다.

설계에 있어서 구조와 디테일에 대한 애착이 없다면, 집쟁이 건물처럼 영혼없는 건축을 만들어 내는 것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자연스레 그것은 좋은 건축과는 멀어지는 일이다.


건축을 소우주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하나의 건축물이 땅위에 서기위한 과정은 마치 한 생명체를 빚어내는 것과도 같다

물리적으로 세워지기 위한 구조와, 인간의 기본 욕구와 요구에 맞추기 위한 설비 그리고 미적 아름다움까지. 

이 모든 것을 만족시키는 하나의 완전한 건물을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수 많은 것들을 고려하고 이해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건축가는 실로 신에 가까운 능력을 요구받는다. 결국 신은 아니기에 과정에서 항상 문제가 발생한다. 

그것을 바로잡기 위한 열정을 쏟아 붓고, 그로 인한 경험을 쌓으며 조금씩 조금씩 그 경지를 향해가는 것이 바로 건축가의 업이다. 


이런 말을 종종 듣는다. '잘하는 사람이 이기는게 아니라, 끝까지 남는 사람이 이기는 것이다.'

어쩌면 건축가라는 직업에 딱 맞는 말인 모른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며 건축에 대한 열정으로 자신의 경험과 능력을 쌓아나가며 더 좋은 건축을 만들기위해 애쓰는 사람이 바로 건축가 인 것이다.


건축을 공부하는 모두모두 화이팅!


근데 또 건축을 공부한다고 모두가 건축가가 될 의무는 없다. 우리를 필요로 하는 곳은 많으니까.

열정에 기름을 붓다말고 갑자기 김빼는 말이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