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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Fany/Review

서울국제건축영화제 :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의 부활(Modern Ruin: A World's Fair Pavilion)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의 부활(Modern Ruin: A World's Fair Pavilion)


미국 USA | 2015 | 77분 | 다큐멘터리 Documentary | 매튜 실바 Matthew Silva | 아시안 프리미어 Asian Premiere

 

    1964년과 1965년 뉴욕 세계 박람회의 찬란한 상징물이었던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은 시간이 흐르면서 세계 경제 낙관론이 팽배했던 1960년대를 떠올리게 하는 씁쓸한 유물처럼 그 빛을 잃어갔다. 이 작품은 건축사 필립 존슨이 세운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이 전성기를 누렸던 50년 전과 그 이후 50년 동안 이 건축물이 서서히 잊힌 시간에 대해 이야기한다. 60년대는 콘서트 장으로, 70년대는 롤러스케이트 장으로 사용됐고, 한때 버려져있기도 했던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이 지역 단체와 운동가들의 손에 의해 복원되어 이제 새로운 탄생의 기회를 맞았다. 큰 국제 행사가 끝나면 골칫거리로 변모하는 대형 건축물의 쓸모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들 작품이다.



   특히, 오늘은 오랜만에 뵙는 월간 SPACE의 심영규 기자님의 GV와 함께 즐길 수 있었다. 사실 우연히 이 영화를 보게 되어서 어떠한 배경지식이나 줄거리에 대한 어떠한 분위기도 인지하지 못한 상태로 이화여대 ECC 아트하우스 모모로 향했다. 잠깐 소개하자면 올해로 7회째 개최되는 서울국제건축영화제로 6일간 건축과 도시 관련한 영화들을 소개하는 자리라고 보면 된다. 올해의 개막작으로는 뵘 가문의 건축과 함께하는 삶이 상영되었다.

 

    영화 시작에 앞서 심기자님의 GV에서는 상징 건축의 폐허와 미래라는 제목으로 간략하게 영화의 줄거리를 돕는 내용들로 평소에 엑스포와 건축의 관계에 관한 관심(SPACE 구독)이 있었다면, 알 수 있었던 내용으로 관객들에게 소개해주었다. 개인적으로 나는 엑스포가 개최되었던 도시(여수)에서 자랐으며, 그 곳에서도 공식 봉사단원으로 활동함으로써, 나름의 배경지식과 경험이 있었기에 이번 영화의 내용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다. 엑스포에 관한 이야기를 더욱 알고 싶다면 Space 2012.6/ 2015.7월호 특집기사를 참고하면 된다.  





VMSpace 2012.6 http://www.vmspace.com/kor/sub_emagazine_view.asp?category=architecture&idx=11659

VMSpace 2015.7월 http://www.vmspace.com/kor/sub_emagazine_view.asp?category=architecture&idx=11994




엑스포가 폐막하면, 항상 숙명과 같은 과제가 있다. 바로, 사후활용에 대한 전략이다. 단언할 수 없지만, 우리나라에서 개최된 두 번의 엑스포(1993대전엑스포, 2012여수엑스포)는 사후활용에 대한 사업은 현재까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하는 실정이고, 여수엑스포의 경우에는 폐막한지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갈피를 못잡고 있는 상황이다




UK Pavilion, 2010 Shanghai Expo _ Thomas Heatherwick




Denmark Pavilion, 2010 Shanghai Expo _ BIG




    영화에 리뷰에 들어가기 앞서 간략하게 엑스포에 관한 상식을 전하자면, 엑스포행사는 등록박람회와 인정박람회로 구분이 된다. 2010상하이, 2015밀라노엑스포등록박람회에 해당하는데 5년이 한 번씩 개최되는 등록박람회는 광범위한 테마를 통해 참가국의 전시관 별로 각자 다양한 콘텐츠를 구성한다. 그리고 전시관은 참가국이 각자 건립 하는게 인정박람회와 큰 차이다 






Big-O, 2012 Yeosu Expo _ Mark Fisher




Big-O, 2012 Yeosu Expo _ Mark Fisher





   우리나라에서 개최한 2번의 엑스포는 인정박람회. 명확한 주제를 가지고 3주에서 3개월간 전시기간이며 등록박람회에 비하면, 다소 짧은 기간이다. 그리고 박람회 면적도 25미만으로 제한되어 있으며 전시관은 개최국이 모든 비용을 충당한다. 이 점을 우리는 주목해야한다. 등록박람회에 비해 인정박람회를 개최한 우리나라는 사후활용에 대해서 더욱 진지하게 생각해야했다. 국가적 행사를 다른 국가에 도움 없이 순수하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이 된다. 엑스포 당시 전국민적 관심을 무차별 입장권 배포로 관객동원 하는데에는 성공했을 수 있다. 하지만 엑스포가 지난 지금 더 이상 국민들은 그들에게 관심이 없다. 그리고 관객동원을 위한 명분도 없고 힘도 없다. 그냥 이 시설들은 과거의 기억을 등지고, 천천히 녹이 슬어가고 있다






ⓒ http://mashable.com/


1964년 뉴욕세계박람회 당시의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





[MOVIE REVIEW :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의 부활(Modern Ruin: A World's Fair Pavilion)]


   영화에서는 건축가 필립 존슨이 설계했었던 뉴욕스테이트파빌리온에 대해 추억하고 있는 사람들과의 인터뷰. 그리고 그 소중한 기억들을 천천히 반추하며, 점진적인 재생활동을 통해서 기억을 통해서만 영원할 것 같았던 파빌리온의 생명력에 심폐소생술을 가한다.

 

    그 과정에서 과거의 추억들을 건축과 함께 하고 있음을 감사하고, 사라지지 않고 현재에도 존재함에 있어 감사함을 느끼지만, 그 시대에 살고 있지 않았던 다음세대들은 항상 호기심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몇 번의 재생시도들은 마치 이 녀석이 죽으면, 우리의 기억도 죽는다 라는 몇 명의 로맨티스트들에 의해 계속해서 고민을 했다.

 

    흥미로운 부분은 엑스포가 열렸을 당시의 추억도 있지만, 파빌리온을 활용해 시도했던 다양한 변신을 꽤했던 그 순간을 추억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름은 파빌리온이었지만, 누군가에게는 스케이트장 등으로 행복한 시간을 함께했었던 공간이었다.

 

    수차례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현재 건축물의 가치도 중요했지만, 그 기억의 가치와 지키고자 했었던 사람들의 노력으로 이 건축물은 다음세대를 위한 해피엔딩(?)_스포방지)의 결과로 영화는 마무리하게 된다.

 

    다들 각자에게 소중한 공간들이 있을 것이다. 그 공간이 건축가 없는 건축의 공간일 수도 있고, 유명건축가가 지었던 건축물의 공간일 수도 있다. 그 공간의 특별함은 건축가로 하여금 추억이 배가되거나 하지는 않을 것이다. 시간의 연대가 켜켜이 쌓여있었지만, 단순히 인간은 콘크리트 수명보다 길지 않기에 당신보다 더 영원할 건축에 대해서 당연시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 당연할 건축의 영원성에 대해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할 수 있다. 누군가에게 추억일 수도, 영광의 순간을 함께한 그 곳이 사라진다면 어떠할까?

 

    우리는 사랑니를 빼면 잠시 그 부재를 인지하지만, 시간이 지나 상처가 아물면서 어떠한 음식에 대해서도 그 자리를 인지 못한다. 조금은 불편했던 사랑니가 사라지는 것은 앞으로의 치아건강을 위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만, 전문의들의 말을 들어보면 무조건적이지는 않다고 한다. 사랑니 발치를 위해 긴장하고 걱정했었던 젊은 청춘의 사소한 시간처럼 시간이 흘러가면 그 기억과 기능은 무뎌지는 것은 당연하다.

 

    이처럼 거대한 도시 속에서 우리가 기억하고 있는 특정 장소 혹은 공간에 대한 기억의 부재는 다음세대 또는 앞으로의 도시발전을 위한 당연한 현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도시의 움직임 속에서 적응을 못하고 저 멀리 한 켠에서 잉여취급을 받는 존재라 하더라도,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시간을 꺼내 볼 수 있는 훌륭한 앨범이자, 다음세대와 추억의 연결고리로 사용될 수 있는 흑백사진과 같은 역할을 할 것이다.

 

    그랬기에 뉴욕의 로맨티스트들은 움직였고, 다소 아방가르드한 건축물의 고귀한 가치보다 자신들의 기억과 그 기억의 공유를 위한 가치가 인정받게 되는 순간의 기록과 함께 다시 한 번의 재기를 위한 움직임이 다음세대에게는 어떠한 파빌리온으로 남을지 기대가 된다.

 

    엑스포는 산업화시대의 상징이자 국가적인 쇼맨쉽을 발휘하는 이벤트이다. 그리고 생성과 해체의 당연한 순환구조에서도 즐거웠었던 영광의 추억 혹은 예상치 못한 경험의 기억들은 엑스포와 파빌리온(일시구조물)에 대한 선입견을 역설적인 내용을 통해 풀이해내서 생각지 못한 감동이 있었다. 초반에는 다소 지루했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마치 이 파빌리온과 함께 동시대를 거쳐 온 세대처럼 공감할 수 있었고, 짜릿했다. 엑스포에 대한 남다른 추억고 감흥이 있었던 나로서 이 영화는 감동적이었고, 단순히 건축을 사업적 물리적 심미적원리의 기계라고 생각했던 자들에게 던지는 일종의 메세지와 같은 영화다.




Modern Ruin: A World's Fair Pavilion - TRAILER 2015 from Matthew Silva on Vim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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