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Teo/[런던건축일기]

[43주차] 사다리를 오르다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

x Teo



사다리를 오르다 아래를 내려다 보는 것


어느새 11월의 마지막 주도 끝이 났다.

이번달은 벨기에와 네덜란드 여행도 다녀오고, 마감에 임박한 프로젝트 두개를 정신없이 끝냈다.

시간은 늘 빠르게 그리고 야속하게 지나가 버리고, 이번달 역시 그렇게 흘러가버렸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내가 무엇에 집중하고 있는지 조차 스스로 알지 못한채, 나 자신을 내버려두었던건 아닐까 하는 후회가 남았다.


여행을 가기전에는, 들뜬 마음으로 가득했다.

하지만 막상 여행지에서는, 내가 지금 왜 여행을 하고 있는건지 스스로도 이해가 되지 않는 순간들이 있었다.

벨기에는 사실 처음부터 큰 기대가 없었고, 네덜란드에서는 날씨가 심하게 좋지 않아서 고생스러웠다.

여행을 다녀와서는, 업무에 별로 집중을 하지 못하고 딴 생각만 계속 했던것 같다.


그러다 마지막 주가 되었고, 이번달에도 여러 손님들을 이벤트에 초대했다. 아마 근래 이벤트 중에서 이번달에 가장 많은 손님이 온 것 같다.

이번달은 UCL에서 강의를 하는 교수님이 오셔서, 도시개발과 관련된 주제로 유익한 프레젠테이션이었다.

프레젠테이션 후에 맥주와 와인을 마시며, 모두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었고 소장님들과 교수님도 마지막까지 남아서 흥미로운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다.

새벽 2시가 되어서야 사무실을 나왔다.


이번달 우리 회사 Monthly Event는 내가 호스트로서 손님을 맞는 마지막 이벤트가 되었다.


12월은 내부적으로 크리스마스 파티를 하기로 했고, 내년 초에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기 때문이다. 

1월 한달간 여행을 하다가 2월 초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권을 예약했고, 사무실은 12월까지 출근하기로 했다.

이제 출근할 날이 한달도 채 남지 않은 것이다.


그동안 정말 다양한 프로젝트를 접했다. 한국에서, 학교에서 그리고 우리 사무실이 아니라면 절대 알 수 없는 것들을 경험하고 알게 되었다.

특히 이소장님께서는 늘 본인의 경험이나 지혜를 우리에게 나눠주려고 애쓰신다. 

하지만 정작 나는 지난 10개월간 얼마나 변화하고 발전했나 되돌아보면 스스로가 한심스러울 정도다.





금요일 늦게 퇴근을 한 뒤, 집에서 책을 보다가 잠시 눈을 감았더니

눈 앞에 한 장면이 떠올랐다.


좁은 수직 통로에서

끝을 알 수 없는 사다리를 오른다

바닥이 까마득할 만큼 올라왔지만

차라리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은 아프지만 쉬운 일이다

고개를 위로 쳐드는 것은 어렵고 막막한 일이다.


사다리에서 손을 놓아버리면 저 아래로 떨어질 것은 예상할 수 있지만

이 사다리가 무엇을 위한 것인지 그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알 길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