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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런던건축일기]

[47주차] 끝이라는 것. 이별이라는 것.

x Teo


끝이라는 것. 이별이라는 것.

금요일의 크리스마스를 시작으로 새해가 되기까지 긴 연휴가 시작되었다.

영국은 크리스마스와 부활절이 가장 큰 명절이다. 그 중에서도 크리스마스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의 가장 큰 명절이다.
대부분의 회사가 25일부터 1월1일까지 휴가기간이고, 개인이나 회사에 따라서 더 긴 휴가를 갖기도 한다.

우리 사무실은 24일이 공식적인 마지막 근무일이었다. 
그리고 나의 마지막 근무일이기도 했다. 



마지막 프로젝트

나의 마지막 프로젝트는 백소장님과 함께 진행되었다.

4층짜리 빅토리안 하우스에 4개의 가구가 들어가야 했다.
우리나라의 원룸과 비슷한 개념인 Studio가 2가구, 2Beds House가 2가구 들어가야 했다.
London Design Guide에 의해 각 가구는 권장되는 최소 면적이 있다.
그것을 만족시키면서도 좋은 평면을 짜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대상 건물의 앞쪽과 뒤쪽의 플로어가 약간의 단차를 가지고 있어서 더욱 어렵기도 했다.

클라이언트와 어느정도의 가능성만을 보는 단계여서, CAD로 간단하게 평면만을 작성을 했다. 
하지만 평면과 3D가 유기적이고 논리적인 Revit에서 계속 작업을 하다보니, 평면만을 그리는 것이 더 어렵고 성가신 일이 되어버렸다.
결국은, 평면 상에서 실수를 몇번 하는 바람에 소장님 앞에서 꽤나 진땀이 났다.
백소장님은 굉장히 꼼꼼한 성격이시고, 나는 마지막 프로젝트라는 생각과 시간에 쫓기며 작업을 하다보 더 긴장됐다.
조건을 만족하는 좋은 평면을 만드느라, 처음 목표로 두었던 날짜를 지나서야 마무리 되었다. 

프로젝트를 끝내고 클라이언트에게 보낸 뒤,
그동안 맡고 있었던 사무실 IT와 관련된 업무를, 내가 없이도 다른 사람이 이해하기 쉽도록 도표화, 서류화 했다.
이소장님과 함께했기에, 마지막까지도 이소장님이 생각하는 건축가가 가져야 하는 태도와 도구로 활용되기 위한 문서를 만드는 좋은 방법에 대해 피드백 받으면서 진행할 수 있었다.



누군가 떠난다는 것


지난주 목요일에 미리 나의 송별회로 Whitechapel에 있는 유명하고 맛있는 레스토랑에 다 함께 가서 Leaving lunch를 가졌다. 

다음날에는 크리스마스 파티를 했다. 
크리스마스 연휴가 시작되기 전에 미리 휴가를 떠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모두 미리 행해졌다.

크리스마스 파티 때는, 가족과 애인을 초대해서 가족적인 분위기의 파티를 가졌다. 나와 소장님이 Alex도 초대했다.
사모님들께서 온갖 맛있는 음식을 해오셨고, 몇 주 전 미리 제비뽑기로 정해진 사람에게 선물을 주는 시크릿 산타도 진행하고...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난 일주일 간은, 업무와 관련된 이야기가 아니라면 내가 사무실을 떠나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만 내내 했던 것 같다.
내가 했던 많은 프로젝트들, 내가 사무실에서 담당하고 있던 역할들 등등... 

한 조직에서 나름의 역할을 맡고 있던 사람이 갑자기 빠지게 되면, 얼마간 그 조직은 당황하게 된다.
하지만 건강한 조직일 수록, 한 사람의 빈자리를 다른 사람들이 매울 수 있는 능력을 잘 갖추고 있다.
만약 누군가가 휴가를 갔을때, 그것 때문에 일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다면 그건 그 조직에 문제가 있는 것이다.
나는 Alex와 SA누나가 사무실을 나가고 나면 큰일이 날 줄 알았다. 근데 결국은 그 자리는 다른 사람에 의해서 채워져 나갔다.

소장님들이 나의 역할에 대해 높게 인정해 주시며 대체할 사람이 있을까라는 말씀을 많이 하셨지만, 결국은 내 자리도 누군가에 의해 잘 채워질거라 믿는다.



이별


그리고 나의 공식적인 마지막 업무일인 24일..

평소보다 일찍 업무를 마무리하고, 다같이 모여서 샴페인을 마셨다.
동료들이 써준 편지와 함께, 이소장님이 준비하신 선물도 받았다. 런던에서 함께 일한 시간을 잊지말라는 의미의 탁상시계였다.


나는 지금까지도 더이상 내가 출근하지 않는다는 사실이, 런던을 떠나야 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하는 꿈도 꾸었다. 아무래도 다시 출근을 하고 싶은 것 같다.
단순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최소한 몇년은 만나기 힘든 사람들이기에 더 슬프다.
런던을 떠나기 전에, 동료들을 위해 사온 선물을 전하며 마지막 인사를 할 생각이다.

지난 11개월 간, 사무실에서 일을 하면서 배운 것들은 학교에서나 다른 사무실에서는 절대 배울 수 없는 것들이었다.
나에게 많은 것을 직접 가르쳐주신 소장님들께 크게 감사함을 느낀다. 내가 가진 모든 경험과 고마움은 한국에 돌아가서 나 또한 베풀어야 한다는 소장님들의 말씀을 잊지 않을 것이다.
영어가 유창하지도, 경력이 많지도 않은 나와 일하면서 늘 나의 의견을 들어주고 챙겨준 동료들에게도 참 고맙다.


끝이라는 것, 이별이라는 것. 그게 익숙해 질 수도 있는걸까.







안녕.









단순히 기록을 위해 시작했던 일인데, 이 연재 덕분에 새롭게 알게 된 사람들이 정말 많네요.


건축관련 취업이나 인턴과 관련된 메일 및 질문을 참 많이 받았습니다.

영국에서 유학을 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전혀 걱정하실 필요 없고 얼마든지 많은 기회가 있습니다.

여러 조건에 맞는 회사에 들어간다는게 쉽지는 않겠지만요. 제가 아는 몇 분도 어려움이 있긴 했지만, 결국 모두 좋은 곳에 취업이 되었습니다.

Part1을 마친 후 인턴으로 경험을 쌓는 것은 보편적인 일 입니다. 동양인, 학생이라는 이유로 주저하지 마시고, 일단 한발 내 딛으세요.


한국에서 아직 학생이거나 졸업만 한 상황이라면 조금 더 어렵습니다.  

런던의 높은 물가와 전세계에서 몰려드는 이민자들 때문에, 전공을 막론하고 대부분의 경우 카페나 레스토랑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활비 벌기에 급급합니다. 저도 1년 정도는 식당 등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유럽 여행을 다닐 수 있다는데에 만족하고 지냈습니다.

하지만, 런던에서 작은 경험이라도 해보고 싶다는데에 목적을 둔다 기회를 잡을 수도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Indeed와 같은 구인구직사이트에서 건축설계분야의 인턴이나 Part1(우리나라의 건축학전공 3학년 수료와 유사)구인이 종종 올라오는 편이니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동안 Teo의 런던건축일기를 읽어주신 들께 고맙습니다.

연재는 끝이나지만, 궁금한 점이나 하고 싶은 말씀은 언제나 환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