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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Fany/Urban X Architecture

인스타에 의한, 인스타를 위한, 1913송정역시장




인스타에 의한, 인스타를 위한, 1913송정역시장



 

현대카드와 건축의 만남은 유쾌하면서도, 상당히 높은 질적 만족도를 고객들에게 제공을 해왔다. 예를 들어, 현대카드 디자인 라이브러리와, 트래블 라이브러리, 뮤직 라이브러리가 있다. 곧이어, 쿠킹 라이버리도 신사동에 오픈할 예정이다. 다가보지는 않았지만, 지인들의 의견과 더불의 내 경험에서도 상당히 훌륭한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으며, 건축공간 자체도 현대카드의 아이덴티티를 잘 담아내고 있는 듯 하다. 현대카드 정태영 부회장의 건축과 디자인에 관한 특별한 관심은 기업차원에서 빠르게 현실화 되었고, 대중들의 반응도 괜찮은 것 같다. 최근, 광주에 처음으로 현대카드가 주도한 프로젝트는 '송정역시장' 재생이라는 과제를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와 함께 진행했다. 






(좌) 디자인 라이브러리, 삼청동 (우) 뮤직 라이브러리, 한남동

ⓒ 현대카드 라이브러리



현재 광주 송정역은 KTX 개통 1주년을 맞이 했다. 그리고 앞으로 복합환승센터 건립을 위한 추진도 진행 중이라고 한다. 광주교통의 요지로 송정역은 앞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충분하다. 이 좋은 역세권 앞에 과거 '송정역전매일시장'이 위치해 있다. 하루 평균 송정역 이용객 1만 3000~5000명인데, 계속되는 유입인구로 하여금 '송전역시장'의 재생은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위치성과 경제성 그리고 역사성까지 모두 안고 갈 수 있는 기회를 디자인에 관한 철학이 확고한 '현대카드'가 맡았다는 점에서 더욱 기대가 되는 프로젝트였다.





입구에서 부터 잘다듬어진 폰트는 역시나 가독성을 높였고, 콘타모형들이 송정역시장의 전반적인 지도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시장 입구에 위치한 정육점부터 슬슬 분위기가 세련됨이 물씬 풍겨온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시장의 향기와는 다른 전이단계다. 하지만, 수평으로 쭉뻗은 축을 따라 걷기로 했다.





간판부터 캐노피 그리고 상품배치 등 모든 것이 조금씩 바뀌었다. 마치 도시설계에서 정해주는 가이드라인처럼 튀지 않으면서 일정한 질서가 있어보이는 다양한 시각디자인들은 지방에서는 익숙하지 않은 생경한 풍경을 자아낸다. 시각적인 만족도는 개개인의 차이는 있을 수 있으나, 현대적인 혹은 레트로한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만족감을 줄 수 있는 장소라고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가장 훌륭해 보였던 공간이다. 휴식공간과 함께 마련된, 짐보관소와 실시간열차시간표는 신의 한수라고 생각한다. 누구나 생각할 수 있었다라기 보다, 배낭여행이나 여행을 조금 다녀본 사람들이라면, 겪는 문제를 쉽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장소이자 오아시스와 같은 장소라고 생각된다. 추측하건데, 이 공간은 계속해서 변화가 가능할 수 있는 능동적인 장소로 설정값이 세팅된 것 같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고 하면, 위 사진에서 보이는 긴줄은 기존 장터의 긴 보행도로를 막고 있다. 한 곳 뿐 만이 아니라, 몇 곳(얼추 맛집이라고 소개된 신생 가게로 추측됨)에서 이러한 현상이 보여줬고, 보행에서도 불편하고 경관적인 측면에서 짜증을 유발한다. 전통시장에서 줄이라니... 그리고 상점들을 주목해서 보진 않았지만, 품종들이 타지역에서 유명했던 소재들을 이 곳 스타일로 리뉴얼해서 파는 것 같던데, 마치 전국 맛집 투어를 한 방에 할 수 있도록 공간에 마련되어 있다. 너무나 식상할 뿐더러 이 곳의 장소와는 맞지 않은 상당히 자본주의적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KTX를 타고 광주를 처음와서 이 곳을 방문하게 된다면, 전통적인 광주의 음식을 기대해서는 안될 것이다.





송정역시장에서 시선을 끌었던 밀밭양조장'이다. 이 건물이 본래 양조장임은 확인할 수 없지만 양조장을 컨셉으로 인테리어를 꾸며놓았다. 창틀 또한 런던 브릭레인의 양조장을 떠올릴 만큼 서양의 빈티지한 디자인이 거칠게 표현되었다. 의구심이 드는건 이 곳에 있는 전반적인 건축물 리노베이션은 누가 진행했는지 궁금하다. 





눈에 잘 띄지 않는 2층 상가는 폐허로 남아있다. 아니면, 단계적 개발을 기다리는 아이들일 수도 있다. 하지만, 오히려 이 거칠어진 역사의 기록은 이 곳이 정말 오래된 곳임을 상징적으로 알려주는 예쁜 상처이다.





최근에 개봉했었던 영화 '배트맨 V 슈퍼맨'처럼 이 곳도 나에게는 상생보다는 현대 VS 과거, 자본 VS 삶의 경계로 나눠지는 것 같다. 이 모습이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동거로 보이거나 혹은 불편한 동거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깊은 속내를 모를 뿐더러, 이 프로젝트가 진행초기에 겪었을 많은 갈등들을 정말 잘 해결해서 지금의 결과로 마무리 되기까지 헤아릴 수 없는 수고가 엿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이 보았을 때는 아직은 물과 기름처럼 확실한 경계를 드러내보인다. 단순히 비평적인 시점으로써가 아니라 함께 동행한 지인들의 의견들도 거의 비슷했다. 시장은 조연이 되었고, 전체적으로 잘 다듬어진 청년상인들이 주연처럼 보였으며 기존의 상인들은 관광객들이나 젊은 친구들에게 조금은 배제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물론, 전통시장의 기존 상인들의 판매타겟층이 다르기 때문이지만 이 대안은 크게 마련하지 못하고 오픈이 되어서 마음 한 구석이 아쉬울 뿐이다.







거창한 글의 제목처럼, "인스타에 의한, 인스타를 위한, 1913송정역시장"은 비판적인 생각보다는 시대의 흐름을 읽어 보는 견해라는 점을 밝히고 싶다. 최근에 한남동에 새로 생긴 대림미술관 디뮤지엄에서 'Color you life'라는 전시를 진행 중인데, 관련된 기사를 읽던 중 주목하게 된 표현이 있었다. 디뮤지엄은 젊은이들의 인스타 인증을 위한 장소적 마케팅을 이용한 성공이라고... 건축공간도, 전시의 질이 아닌 관람객들의 인증샷을 남기기에 최고의 장소라는 말은 한편으로는 씁쓸하면서, 아... 시대가 이렇게 변했고, 빨리 인정해야 된다라는 생각을 했다. 하나의 문화로 자리잡은 인증샷과 감성사진들(본인도 아주 잘 동참하고 있음^^)의 기록은 이제 기업의 마케팅 도구로 사용하는데 이제 필수가 되었다. 


그 부분에서 1913송정역시장도 늦지 않은 시기에 디뮤지엄과 크게 다른 맥락을 가지고 있다. 먼 길을 걷지도 찾지 않더라도 그럴싸한 레트로+모던의 경계를 쉽게 오고 갈 수 있다. 어느 포인트에서 찍을만 고민하면 그만이고, 낮에 올지 밤에 올지 선택하면 되는 다양한 모습을 지닌 곳이다. 물론, 첫 시작이기에 아쉬운 점이 보일 수 있더라도, 현대카드와 광주창조경제혁신센터는 단순히 창조경제를 이바지 하기 위한 행정적인 선행사례가 아니라 상생에 관한 키워드를 놓치지 않기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을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


대중적인 하드웨어 디자인은 잘 마쳤으니, 이제 보이는 부분보다 더욱 세련된 소프트웨어와 디테일들이 자리잡게 된다면 정말로 지역의 모든세대가 공감하고 아우를 수 있는 근사한 전통시장이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인스타의, 인스타에 의한, 인스타를 위한 1913송정역시장으로 지배되지 않기를 기대한다. 



추가적으로, 위에 언급했었던 대림미술관 디뮤지엄에 관한 리뷰.


http://photohistory.tistory.com/163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