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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사소한 영국]

IKEA Wembley 방문기와 셀프문화에 대한 단상.

내 집[각주:1]을 구해서 살게 된지 이제 열흘정도 되었다.



침대. 책상. 옷장 뿐인 방에 들어와 생활하기 시작 하니까, 필요한 물건이 한두개가 아니였다.


Argos에서 베게와 이불커버 등을 샀고, 

2014/04/26 - [Teo/UK] - 영국의 창고 주문형 마켓 Argos 체험기



영국사랑 이라는 재영 한인 커뮤니티에서 중고로 밥솥과 드라이기 등을 샀다.


그러고도 스탠드와 BookEnd[각주:2], 신발장 등이 필요했다.


그릇도 내 것이 좀 있었으면 싶고.. 그래서 결국! IKEA가 도대체 어떤곳인지 구경도 할겸.. 출동!!



IKEA는 보통 도시 외곽에 아주크게 들어서는데, 내가 살고 있는 Golders Green에서 그나마 가까운 Wembley는 버스를 한번 갈아타야하고 40분 정도가 걸리는 곳에 있었다.



스웨덴 국기를 연상하게 하는 파랑과 노랑의 조합이 아주 강렬하다.




입구에 들어서니 신상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어린이 놀이시설이 있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윗층으로 올라갔다. 사진이 없네.




2층[각주:3]은 전체가 Showroom 이다. 


사실 쇼룸을 보는 순간 약간 충격적이였다.


엄청난 규모와 엄청나게 많은 가구들이 전시되어 있는 모습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던 모습이다.


난 그저 코스트코와 같이 엄청난 창고형 마트일거라고 생각했다. 가구가 대충 전시되어 있고, 선반에서 대충 물건을 골라 담을 줄 알았다.


그런데, 모두 IKEA의 제품들로 하나의 완벽한 공간구성을 해놓았더라.


지금 생각해보면 당연한 것일 수도 있고 별거 아닌데. 그 규모와 치밀함에 조금 놀랐다.


고객들은 전시된 가구들을 직접 만져보고 비교해보고, 비치된 일회용 줄자를 이용해 길이를 재보기도 한다.



다소 불편한점은, 동선이 꼬불꼬불 계속 이어지게 되어있다.


거실가구들을 지나야 사무용 가구들이 나타나고, 그걸 지나야 아이용 가구가 나타나는 식이다.


자주와봤거나 평면을 꽤고 있는 사람이라야 지름길을 알 수 있다. 


일반 대형마트에서 원하는 곳만 찾아서 갈 수 있는 것을 생각하면 상당히 불편하다.




사진을 잘 보면 알겠지만, 모든 제품에는 길죽한 딱지가 붙어있다. 그 딱지에 제품명, 사이즈 등이 적혀있고 가장 아랫쪽에는 창고의 통로와 위치가 적혀있다. 그럼 곳곳에 배치된 쇼핑리스트와 연필을 이용해 적어둔다. 






아이들이 자연스럽게 그림도 그릴 수 있도록 종이와 색연필이 배치된 공간도 있었다.




한바퀴 쭉 둘러본 뒤에 배가 고파서 IKEA Restaurnat에서 밥을 먹었다.


접시를 하나 챙긴다음에 먹고싶은 음식(미트볼, 생선튀김, 감자칩, 샐러드 등등)을 말하면 접시에 담아주고, 내가 고른 음식을 계산원이 보고 알아서 계산을 해준다. 


음료와 커피는 75펜스에 셀프바에서 무한히 사용가능 하다.


무료로 IKEA FAMILY 등록을 하면 이마저도 평일은 그냥 무료.




왼쪽에 연어와 샐러드는, 고른것이 아니라 포장된 채로 가져갈 수 있게 되어있었다. 그리고 오른쪽은 바로 피쉬앤칩스. 하나만 먹자니 한쪽이 아쉬워서 두개 다 먹었다; 영국와서 돼지가 되어 돌아갈 판이다; 


그리고 스웨덴에서 온 라거 맥주. 대낮에 맥주를 먹는것이 아무런 흠이 되지 않는 것이 너무 좋다!! 




혼자 창가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아이들이 창가에 붙어서 놀길래 말을 걸었다. 금새 내 앞에 앉아서 조잘조잘 거린다.


일본인 부모를 둔 아이들이었는데, 영국에서 지낸지 몇년 된 듯 했다. 너무너무 귀엽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이다.


영국에 온 이래로 이 아이들과 가장 오래 영어로 이야기 한 듯 하다ㅋㅋㅋ





이제 본격적으로 쇼핑을 시작했다.


필요한 물건들 중에서 전시되어 있는 것중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을 쇼핑리스트에 적었다.


그리고 아랫층 창고로.





빨간색으로 윗쪽에 통로번호가 적혀있고, 통로로 들어가면 다시 위치번호가 적혀있다.




창고에도 최소의 직원만 배치되어 있으며, 제품검색도 컴퓨터로 가능하도록 되어있다.




쇼룸에서 상품의 위치번호를 적어오지 않았거나 아예 쇼룸을 가지않았다면 , 카테고리별로 제품을 검색할 수도 있다.



내가 골랐던 물건들의 위치를 찾아다니며, 카트에 모두 담은 후 계산까지 완료! 




대부분의 부피가 있는 가구들은 이렇게 조립식이다. 요건.. 일종의 신발장.


더 마음에 드는 물건이 있었지만, 그냥 젤 싼걸로 샀다ㅜㅜ 단돈 5파운드. 우리돈 만원이 채 안된다.




요렇게 조립방법이 상세하게 그림으로 나와있고, 필요한 경우에는 조립을 위한 간이 도구도 들어있다.




완성!! 저렴한 만큼 허접하긴 하다; 돈 많이 벌면 좀더 좋은거 사야지ㅜㅜ




IKEA에 간 가장 큰 목적 중에 하나가 이 스탠드 때문이였다. 


사실 너무너무 이쁘고 갖고싶은 조명들이 정말 많았지만ㅜ 이 스탠드만큼 나에게 가장 적합하면서도 저렴한 아이는 없었다.


책상이 그리 넓지 않기때문에 클램프형 스탠드가 필요했고, 가격은 8.5파운드! 15,000원 정도다!




사족 1.


IKEA로 적고 '이케아'라고 읽는다. 이는 스웨덴 발음으로 이케아 이기 때문이고, 영어권에서는 '아이키아' 라고 읽기도 한다.



'베네치아'냐 '베니스'냐와 똑같은 이야기.



사족 2.


우리나라에도 곧 IKEA가 들어온다.


그동안 IKEA가 심플한 디자인의 고급 가구인 것 마냥 여기는 분위기도 있었다. 아마 보따리상들의 고가전략 때문이였을 듯.


그리고 가구업계의 강력한 반발이 있기도 했다.


일본에서는 IKEA가 실패했다고 하는 글을 본적이 있는 듯 한데. 정말 실패였는지, 어떻게 실패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내가 느낀바로는, IKEA가 큰 성공을 할 것이라 장담은 못하겠지만 그럭저럭 잘 될 듯 하다.


저렴하게 가구와 식기를 사려는 수요는 당연히 꽤 많을테고, 심플한 디자인을 추구하는 젊은 층이 매우 두터워졌다.


더구나 지금까지, 저렴하게 가구와 식기를 사려면 대형마트의 몇개 되지도 않는 상품 중에 어쩔 수 없이 골라야만 했던 상황을 생각하면, IKEA를 찾는 고객들은 충분할 것이다.


더불어, IKEA가 일반인들의 디자인에 대한 감각과 관심을 키워줄 수도 있을거라는 기대를 약간 해본다.  


IKEA 제품들이 모두 디자인이 매우 뛰어나다고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든 제품에 디자이너의 이름을 명시하는 그 자신감은


군더더기 없이 기능적이며 간결한 디자인으로 완성되어 있다.


고객들은 그런 제품들을 비교하며 고르고 사용하면서, 알게모르게 디자인을 접하며 안목이 생기는 것이다.



가구업계나 대형마트에서는 IKEA 개점 직후 당장의 손실이 있을지는 몰라도, 


일반인들의 가구와 디자인에 대한 관심은 분명 업계에 시장 확대로 이어질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



그리고 솔직히, 자국 기업 보호는 이제 그만 할때도 됐다.

 

이제는 더이상 보호가 아니라, 소비자만 손해를 보는 짓이다. 좋은 물건을 자국기업보호라는 명분으로 소비자는 접할 수가 없거나


비싼 가격에 구매해야 한다.



국민인 소비자를 위해서는 좋은 물건과 정정당당히 경쟁하도록 해야하고


경쟁력있는 좋은 물건은 수출로 이어져, 우리또한 세계시장에서 정정당당히 경쟁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진정한 자국을 위한 일이다.



'자국기업보호=국민은 봉'인 짓거리는 제발 그만하자 이제.


뭐 가구 업계가 그렇다는건 아니다. 여튼.




사족 3.


흥미로웠던 것 중 하나는, IKEA 매장 내에서 적극적으로 스웨덴 음식을 홍보하며 판다는 것이다.


그와함께 당황스러운 것은 제품명이 스웨덴어라는 것;;


다국적 기업임에도, 모국인 스웨덴을 떠올리게 하는 파랑과 노랑을 일부러 사용[각주:4]하고


제품명으로 스웨덴어를 사용하고, 스웨덴 음식을 판매하는 것으로 보여지는 그들 자국에 대한 자부심과 홍보는 꽤나 흥미로웠다.



마케팅 원칙에 대한민국의 기업이라는 점을 철저히 숨기도록 명시하는 한 기업과 정말 극단적으로 대조되는 모습이다.


로고에 파란색을 쓰는건 마찬가지인데 말이다. 




사족 4.


IKEA와 Argos를 이용해보고, Sainsbury나 TESCO등 마트의 Self 계산대를 체험하면서,


인건비를 줄이기 위한 많은 노력들을 볼 수 있었다. 사실 스타벅스가 만들어낸 카페의 '셀프문화'도 마찬가지다.


과연 셀프문화가 인건비 감소를 통한 저렴한 가격으로 이어지는 것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었다.



매장을 돌아다니거나 카탈로그를 보고 상품을 고르고, 셀프계산대에서 나 스스로 바코드를 찍고 계산을 한다.


내가 원하는 상품을 일일이 찾고, 상품을 비교해보고 고르는데에는 상당히 많은 시간이 소비된다.


상품의 위치와 특징을 잘 알고 있는 점원이 이것을 도와준다면 꽤나 시간을 절약할 수 있고, 쉽게 상품의 특징을 알 수 있는데 말이다.


또한 계산을 할때에도 내가 직접 바코드를 찍고 결제까지 하는 것은, 숙련된 점원보다 시간이 더 걸릴 수 밖에 없다.



결국 이런 셀프문화는,


고객이 더욱 많이 자기 시간을 할애하게 되고, 모든 고객이 할애하는 그 시간의 총량은 엄청난 것이 된다.


그 시간의 총량을 사회적 비용으로 환산한다면, 기업이 지출 할 인건비보다 훨씬 높은 금액이 되지 않을까. 



기업이 부담해야할 인건비 대신, 나의 시간을 소모하는 것이다.


미하엘 앤데의 소설 [모모]에서 시간을 훔쳐가는 도둑들이 바로 기업은 아닐까하는 과장된 상상을 해본다. 


더불어 사람을 마주하는 일은 더욱 줄어들고 기계와 마주하는 삭막함이 더해지게 된다.



우리 사회애서 이런 기업중심의 사고는 이제 점차 금이 가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가 실패한 개념이라는 것은 이미 분명하다. 그보다 나은 대안이 없기에 아직 자본주의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이런 기업중심 사고부터 하나씩 깨트려 나가는 것이, 더욱 발전되는 새로운 사회로 나가는 길이라 생각한다.



  1. 정확히는 Flat Share - 방 하나와 공용공간의 공유 [본문으로]
  2. 이건 한국에 있을때부터 우리말로 뭔지 모르겠다;; [본문으로]
  3. 영국에서는 1층. 우리의 1층은 영국에서 0층(Ground Floor) [본문으로]
  4. 원래 IKEA의 로고는 파랑과 노랑이 아니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