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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Fany/Diary

140531 산책

 

 

 

 

 

 

 

 

근황_
마감을 치루고 난 뒤에 항상 피곤한 몸을 이끌고, 술집에서 눈꺼풀이 닫히기 전 상태로 기숙사에 간 뒤 영화 한 프로 보고 자는게 나만의 보상적 여유였다.

 

하지만 어제는 5학년이라는 시기가 주는 압박인지 몰라도 요즘은 산책을 몇 번 다녀보았다. 큰 목적은 없고 설계실에만 있다보니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아름다운을 만들고자 하는 이 일도 직접 아름다움을 대면하지 않고 무엇을 만드리오"라는 생각에서 5학년 들어서 휴식을 빙자한 나들이가 잦아졌다....

 

그래서 좋아하는 광주천-사직공원-양림동 일대 돌아다녔다. 카메라 산지는 꽤 오랜시간이 되었지만, 나는 사진을 배우지도, 관련 책도 읽지 않고, 오로지 감과 순간 만을 기록하는 도구로 사용했다. 포토샵으로 따로 조작이나 왜곡도 하지 않는다.(이유는 귀차니즘도 있지만 다른이유가 지배적) 그리고 어제는 수동초점모드로 불편하지만 몇장을 찍었고 새로운 세상과 만남 느낌이었다.

하지만, 5장의 사진 중 1장만 DSLR의 사진이고 3장은 폰카다. 은근히 폰으로 찍는 사진의 손 맛도 괜찮은 편이고, 찰나를 찍기에 적격이다. 옛 수영장 부지였던 곳에 '흐르는 풍경'이라는 작품인 신혜원 건축가의 벤치 앞에서는 숲 속을 떠드는 새처럼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새어 나온다. 귀여운 친구들이 삼삼오오 짝지어 배드민턴을 치기 시작한다.

 

근데 누군가 아는척을 하길래 인사를 하고 보니 기숙라 룸메이트의 여자친구였다. 그 여자친구는 사회복지사를 일하는 중이었고, 나랑은 구면이었다. 보아하니 이 아이들은 지역아동센터의 아이들 같았다. 약간의 담소를 나누고 돌아오는 길에 생각해 보니 참 대단한 분인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곰곰히 생각해보았다. 최근에 어머니와 통화를 일부러라도 하지 않는다. 항상 멘트가 바뀌지 않아서... 1.공부는 잘되나?(5년간 공부를 하고 있는 건지, 설계가 공부인지? 잘 모르겠다.) 2. 취직할 자리 좀 알아보고 지원해봐라(아직 구체적으로 어디를 가야할지와 가고 싶은 곳이 똑부러지게 선택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물고기가 몰리는 곳에 껴서 함께 인생의 목표없는 경쟁하고 싶지 않다. ) 그래서 인지 영 반갑지가 않다. 나쁜놈이겠지만, 지금 시기에 있어서 부모님의 뜻보다 더 냉정해야 되는 시기임에 휘둘리고 싶지 않다.

 

아버지는 다르다. 아버지는 단순하시지만 강단있는 분이시다. 1. 밥무나? 2. 결정은 했나? 3. 무등산 언제탈고? 딱 세마디가 주요 키워드다. 나에게서 아버지는 훌륭한 친구이자 인생의 선배이다. 물론 형과는 꽤 다른 사이임에는 최근에 형을 통해 듣게 되었다. 마지막으로 이 근황의 마지막은 설계실에서 구글링이나 잡지를 통해 아름다움을 복제하기 위한 고독한 싸움보다 세상으로 나와서 아름다움을 해석하고 발견하고 감동할 수 있는 마음의 창고를 채우는게 더 중요함을 깨닫는다.

 

또한 설계실의 시간은 빨리가나 세상의 시간은 걸어다녀야 하니까 느긋하다. 그만큼 생각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어지는 의미이다. 고로 내게 가장 필요한 시간은 아버지와 등산을 다녀오는 것이다. 돈벌고 성공한 뒤 돈을 무기로 효도하는 것은 나는 못할 수도 있다. 그 대신 젊을 때 호화스러움이 아닌 여유로움을 함께 즐겨 줄 수 있는 효도는 할 수 있다.

이상 결론없는 근황과 어머니 디스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