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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교동 앤트러사이트 한쪽 손은 턱을 괴고서 창밖을 보며 르코르뷔지에 연필로 작은 수첩에 적은 기록. 연필의 쓱싹거리는 소리가 좋다. 고요 속 마찰음을 즐기기 위해 습관처럼 꺼내본다. 카페로 가는 길. 한 쪽에 홍시가 바닥에 떨어졌다. 바람에 떨어진 나뭇잎이 창문을 노크하는 소리가 고스란히 들리는 내부. 진공의 공간처럼 실내에는 가공된 소리가 없다. 필요한 소리만이 적막함에 기댄다. 바람에 날리는 나뭇잎과 모카포트 위로 스쳐 가는 아지랑이의 일렁거림이 풍경과 중첩된다. 나의 커피는 실내의 분위기에 적응하기 위해 김을 모락모락 내며 식어간다. 기체의 움직임은 그렇게 안과 밖에서 3중주를 시작했다. 밖의 풍경을 보고 있으면 안도 다다오 뮤지엄 ‘산’의 중정을 떠올리게 된다. 파편화된 돌들이 가득 채운 마당은 실내와 마찬가지로 긴..
시간의 무게를 담아낸 벽돌과의 대화 : 정동길
7개월간의 이야기 16.11.02 - 13 Cappadocia, Turkey 늦었지만 7개월간의 블로그 공백에 대한 기록을 전하려고 합니다. #8월 저는 영어시험을 준비하기 위해 고군분투 했습니다. 약 1년 동안 준비한 공부의 성과가 좋지가 않아 8월 시험을 마지막으로 시험결과에 따르는 방향으로 결론지었고 다행히도 다음 도전을 위한 자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실력이기에 더욱 노력해야 합니다. #9월 끊임없이 고민해왔던 포트폴리오에 대한 생각들을 정리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포트폴리오 내용으로는 건축작업뿐 만 아니라 중학교 때 부터 스케치했던 경기장을 비롯해 다양한 작품들을 수록했습니다. 포트폴리오 작업과 더불어 건축 사진과 디자인 공모전에도 출품하기 위해 준비했습니다. 각각 입선과 특선을 수상했습니다. #1..
[근대 건축] 청도의 재발견 우리학교의 4학년 2학기 건축설계 프로젝트는 '리노베이션' 이다. 교수님께서, 올해에는 대구를 벗어나 경북으로 눈을 돌려보는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하셨고, 그 중에서도 청도의 가능성에 대해 소개를 해주셨다. 그리고 우리는 청도군에 대해 조사를 시작했다. 일부 자료는 원제작자나 출처를 표기했다. 청도의 중심은 읍성이 있던 화양읍이었으나, 지금의 청도읍에 경부선 역사가 생기면서 새로운 중심지로 급속히 이동하게 된다. 먼저 청도역 주변과 청도시장 일대를 둘러봤다. 청도역앞에 비늘판벽으로 마감된 일식 건물이 있다. 꽤나 널널한 땅에 똑같이 생긴 두개의 건물이 있는데, 관사로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청도시장 곳곳에서도 다양한 건축언어의 근대건물을 볼 수 있다. 청도역 뒷편은 일본인들이 많이 거주했다고 하는데, ..
시대를 담은 아파트 - 2. 대구 남문시장 건립계획서 남문시장에 대한 설명과 분석을 담은 이전 글 2016/06/23 - 시대를 담은 아파트 - 1. 대구 남문시장 2지구 남문시장에 대한 작업 이후에도, 자료조사를 계속했다. 그러다가 부산 국가기록원에서 남문시장 건립계획서와 계획도면을 소장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직접 방문해서 열람한 후 도면의 사본을 챙겨왔다. 5개의 동의 블록형 상가아파트로 계획 된 모습.3층 이상의 주거부분은 도로에서 상당히 물린 후 중복도형으로 계획했던 점을 볼 수 있다.실제로는 가운데 3개 동이 조금씩 다른 중정형으로 지어졌다. 공중에서 브릿지를 통해 동이 연결되는 모습이 계획 되었던 모습을 볼 수 있다. 1층 상가의 층고가 굉장히 높고 개방감을 줄 수 있도록 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모든 상행위는 내부공간에서 이루어지도록 하..
니시자와 류에가 말하는 열린 건축 [BOOK REVIEW : 니시자와 류에가 말하는 열린 건축] 왠지 모르게 건축 서적을 의도적으로 경계하고 있었던 요즘. 반가운 책을 발견했다. 일본 건축가 니시자와 류에의 에세이인데 이 책은 프리츠커상 수상 이 후에 정리해서 내놓은 것이라고 한다. 이전에 ‘건축에 대해 이야기해보자’의 속편에 해당된다고 한다. 내용들은 그간 인터뷰를 통한 내용과 더불어 강의, 메모 등의 내용들을 콜라주 해놓은 방식이다. 예전 페터 춤토르의 서적인 ‘건축을 생각하다’, ‘페터 춤토르 분위기’처럼 파편화된 조각들이 질서 없이 방치된 형태로 기록이 되어 있을까 우려했지만, 다행히도 차분하고 간결한 문장들은 최소한의 수사를 통해 명확하게 내용을 전달하고 그리고 마치 연대기처럼 차츰 변화하는 모습을 보인다. 단지, 글로만 보더라..
시대를 담은 아파트 - 1. 대구 남문시장 2지구 처음 남문시장을 알게 된 때는 2학년, 2009년 이었다.동기들과 학교 프로젝트의 대상지 선정을 위해 대구 이곳저곳을 답사하던 중 처음 알게 되었다.이 건물의 매력에 큰 감흥을 받은 나는, 이후로도 종종 찾아가 사진을 찍었다. 영국에서 귀국한 뒤, 다시한번 들려온 남문시장 재개발 움직임에 너무 속이 상했다. 이 곳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알리기 위해서, 4학년 1학기 친환경건축물 설계 프로젝트로 이 건물을 선정했다. 이번 글에서는 그 동안 작업한 사진과 프로젝트 자료를 담아 남문시장을 소개하고, 나의 생각과 아이디어를 사람들과 함께 공유하고자 한다. 남문2지구 - 시대를 담은 아파트 대구의 지리적, 상업적 중심지인 중구에 위치하고 있고 대구도시철도 3개 노선이 모이는 구역에 위치하고 있다. 중구에..
[News] Archist x 여행상점 2016. 08. 19 ~ 27, LONDON, UK with 0Fany x Teo 작년 12월 처음 여행상점 대표님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런던에서 귀국한 태호와 함께 다양한 아이디어를 토대로 여행메이트로서 프로그램을 완성했으며 마침내, 계약서 사인과 함께 얼마 지나지 않아 '여행상점'이 정식으로 오픈했습니다. 사실, 처음에는 많은 호기심과 함께 말도 안 되는 의심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서울에서 광주까지 우리를 만나기 위해 먼 발걸음 해주신 대표님과의 대화는 의심을 확신과 기대로 바꾸는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 정도로 인상적인 만남이었습니다. 과연 우리 블로그가 타자로 하여금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는가? 그 물음의 첫 응답자로 '여행상점'과 함께 새롭고, 설레는 동행을 하기로 했습니다. 여행상점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