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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Fany/Urban X Architecture

150521 도시 곳곳을 침투한 실험적 공간, 틈새호텔






도시 곳곳을 침투한 실험적 공간, 틈새호텔 



 

광주폴리 프로젝트 중 유일하게 체험하지 못한 '틈새호텔' 2015년도 상반기 1차 체험자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보고 주저하지 않고 바로 예약을 했다. 그리고 지난 21일 오후 5시 체크인을 시작해 다음날인 22일 9시 체크아웃까지 어쩌면 이렇게 오랜시간 함께하는 폴리작품은 처음이기에 간략한 후기를 남겨보고자 한다. 사실 틈새호텔은 지난 2012년도에 처음 공개되었다. ‘틈새호텔 마크I’을 통해 체험운영을 해왔다. 그리고 2013년도 이후에는 새로이 업그레이드된 ‘틈새호텔 마크II’로 보다 더 새로워진 모습으로 운영되었다. 마치 영화 '아이언맨'에서 나오는 주인공의 로봇수트의 버젼을 연상시키는 ‘틈새호텔 마크II’를 경험해보면서 앞으로 진화 될 ‘틈새호텔 마크Ⅲ'를 기대해본다. 




틈새호텔이란?



 2012 광주 비엔날레에서 처음 선보인 작품으로 서아키텍스의 서을호, 설치 미술과 서도호의 아이디어와 함께 기아자동차의 협업으로 만들어졌다. 도시의 틈새를 새롭게 인식하면서 시작된 프로젝트로 도시의 틈새를 쓸모 없는 곳이 아니라 서로 다른 것들을 잇는 하나의 매개체로서 공간화를 시도한 작업이다. 사이공간에 이동식 호텔을 통해 색다른 시간과 경험을 하게 해준다. 

ⓒ서도호+스튜디오 와이+어바인덱스.랩


서도호 작가의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틈새호텔은 기아자동차의 봉고 Ⅲ 1,2톤 트럭, 호텔의 전반적인 디자인을 맡은 서아키텍스 등 다양한 사람들의 협업을 통해 이루어졌다. 우선 광주의 역사적이고 물리적인 면을 리서치 해 이 도시에 위치한 틈새들을 찾아내는 것부터 작업을 시작했다. 


호텔에 적합한 3~5m 폭을 가진 공간을 찾고, 주변의 환경과 편의 시설등을 고려해 최종 후보지를 선정했다. 총 3개월 동안의 리서치 과정을 통해 추려진 후보지들은 최종적으로 틈새호텔의 이웃이 될 지역주민들과의 만남과 이해 과정을 거쳐 호텔을 설치하게 된다. 


투숙객들은 광주라는 도시의 의미에 대해서, 지역 사람들과 공간과의 만남을 통해 간접적인 경험을 할 수 있다. 이것은 거대한 틀 속에서 지나쳐버렸던 사람들의 삶이자, 우리들의 이야기일 것이다. 


▷ 틈새호텔은 호텔뿐만 아니라 500m 내에 위치한 편의 시설들을 'In Between Hotel Supporter'라는 이름을 붙여 호텔의 일부를 만들어주었다. 광주 전역에 퍼져 있는 틈새호텔의 모습들

ⓒ서도호+스튜디오 와이+어바인덱스.랩




PM 17:00_ CHECK IN


올해 상반기 틈새호텔의 설치 장소는 2 곳으로 정해진 것 같다. '틈새 1'과 '틈새 2'로 동구 불로동과 남구 양림동이 설치 장소인데, 숙박 전 담당자로 부터 장소변경 문자를 받았다. 불로동에서 동명동으로 바뀌었는데 장소섭외 과정에서 사정이 있지 않았나 추측이 되지만 크게 불편함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광주에 살면서 최근에 동명동에 많은 호감을 갖고 있어서 오히려 더 설레였다. 체크인을 위해 찾아간 장소는 생각보다 큰 틈새였다. 틈새라기 보다는 공용주차장에 자리잡고 있었던 틈새호텔.


심지어 틈새호텔차량 옆에는 인근 건물에서 일하는 직원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순천으로 출장을 갔다고 하니 더욱 애매한 위치에 설치가 되고 있었다. 여튼 위 사진은 '틈새호텔'이 최종 설치된 모습이다. 사진으로 보면 생각보다 주변과 오묘하게 어울린다. 도시를 에워싸는 건물과 담장사이에서 독특한 존재감을 보여준다. 참고로 좌우측면에 그래픽은 실제로 틈새호텔 내부의 1:1 스케일의 단면을 보여준다. 멋지다.




PM 17:10_ ICE BREAKING


아직 설치가 완료되지 않아 담당자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던 도중 인근 주민으로 보이는 어르신들도 궁금한지 이것저것 물어보신다. 의외였던 점은 광주폴리에 대해서 어느 정도 알고 있었으며, 상당히 협조적인 모습을 보여주셨다. 예를 들어, 언제까지 설치되어있냐며 물어보시는 어르신에게 담당자는 다음날 오전 9시에 철수한다고, 최대한 불편함 없도록 작업하겠다고 대답했으나 어르신은 질문의도는 "언제 차빼냐?"가 아니라  "언제까지 이 곳에 주차가 되어있나?"였다. 어르신은 "여기에 다른 차들 주차 못하게 말해둘테니 알아두려고 한다."라는 말씀은 감동이었다. 말로만 듣던 광주시민의 참 된 모습이지 않는가? 이렇게 서서히 틈새호텔의 어색한 존재감은 주변과 녹아드는 것 같았다. 이 후에도 주민들이 지나가며 노크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여주셨다. 나 또한 귀찮을 수도 있는 관심에 대해서 호의적으로 최대한 홍보하고 정보전달하려고 노력했다. 



PM 17:30_ ARRIVE SAFE


틈새호텔이 단순히 이동을 하고 괜찮은 장소에 주차한 뒤 바로 숙박하는 모습을 기대했다면... 그 모습은 그냥 이상일 것이다. 머리 속으로 상상하는 것과 현실은 상당히 다름을 이 곳에서도 쉽게 확인이 된다.  ‘틈새호텔 마크I’에서는 개폐장치 모두가 전자동식이라서 군데군데 설치된 모터들로 의해서 상당히 많은 무게가 나갔다고 했다. 그래서 자연히 그 무게를 견디지 못하는 포터는 10km도 주행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 단점을 보완한게 ‘틈새호텔 마크II’ 전자동 시스템을 수동으로 교체하고 차체의 무게를 줄이고 기존에 이동성을 향상 시켰다. 또한 주차를 하더라도 차량내부에서 이동시 움직이는 문제와 다양한 지형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안전자키들을 통해 틈새호텔을 보조할 수 있는 작업들이 필요했다. 마지막으로 내부에서 사용될 물을 채우는 작업까지..


손이 참 많이 간다 싶지만, 틈새호텔은 아직 대중화가 되지 않는 단계에서 그 정체성은 작품이기에 박물관 한 켠에서 박제되지 않는 다는 점에서 차라리 이렇게라도 체험운영을 한다는 점에서는 도전적이다. 그래서  ‘틈새호텔 마크Ⅲ'를 기대하는 바이다. 







PM 18:00_ ABSORB


동명동의 주변풍경은 최근 상당히 주목하고 있다. 기존의 가옥을 리모델링한 카페들과 함께 신축주택들은 재미있는 모습들로 동명동을 채워나가는 중이다. 공교롭게도 틈새호텔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상당히 재미 있었다. 틈새호텔 내부는 비행기 내부에 사용되는 소재인 복합재인 CFRP(Carbon Fiber Reinforced Plastic, 탄소섬유강화 플라스틱)이 사용되었다고 한다.  가볍고 다양한 형태로 변형이 가능한데 이러한 재료적 성질이 틈새호텔에 적합하다고 디자이너들은 판단한 것 같다. 실제로 호텔내부는 건축물 내부라기 보다는 기체 내부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재료적 감성이라 해야될까? 호텔이라기 보다는 나만을 위한 퍼스트 클래스 룸처럼 느낌이 크다. 천천히 비좁은 이 곳에서 적응하기 위해 내부의 작동방법을 습득한다. 





PM 22:00_ BEDTIME


낯선 곳에서의 취침에는 샤워 후 즐기는 맥주 한 잔이 최고의 동반자이다. 생각보다 먼 거리에 있는 위치를 키오스크를 통해서 파악하고 호텔 안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즐겼다. TV도 끄고 나면 사색의 공간의 느낌보다는 우주에 떠다니는 우주선 내부처럼 혹은 빨리 가족을 만나고 싶어하는 영화 '인터스텔라'의 주인공 매튜 맥커니히로 빙의되며...오묘한 기분으로 사로잡히는 공간이다. 그리고 안락할까? 라는 의구심이 들기도 전에 포근한 이불 속에서 깊은 잠을 청한다.






PM 09:00_ CHECK OUT


천창을 통해 들어오는 은은한 아침 빛과 함께 들려오는 새들의 지저귐소리에 눈을 뜬다. 아이디어와 기술의 집약체인 '틈새호텔'에서 예상치 못했던 모닝콜은 새로운 감성을 투여해준다. 호텔이 주는 선물이 아닌 틈새가 주는 선물. 앞으로도 '틈새호텔'은 개선해야 할 부분이 조금 보이지만, 최소 한의 틈새주거를 위한 정량의 기능은 모두 갖추고 있으며, 만족의 열쇠는 본인 즉 체험자의 몫이라 생각된다. 개인적으로 좀 더 흥미로운 장소와 틈새를 발굴해 다양한 환경에 조우할 수 있는 기회를 체험자에게 마련해 준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인근에 거주하며 체험을 원하는 본인과 같은 사람보다 광주를 처음 방문하거나, 특별한 하루를 위한 사연있는 체험자가 있다면, 좀 더 전투적인 홍보를 통해 '틈새호텔'의 매력을 어필하면 어떠할까? 단순히 캠핑카와 비교하는 어리석은 잣대를 내밀며 비교하지 말고, 직접 도시의 틈새에 들어가 있을 '틈새호텔'의 확장을 기대해본다.

 





http://www.inbetweenhotel.com


예약 및 틈새호텔 소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