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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런던건축일기]

[13주차] Barbecue Party

X Teo


Barbecue Party


또 한달이 끝이 났다.

한달이 지났다는 것은 월급이 들어온다는 의미에서, 그리고 내 경험이 또 한달 쌓였다는 점에서 기쁘다.

하지만 런던에 온지 일년이 지나고 나니, 이제 한달한달 지나가는 것이 슬퍼지기 시작했다.

다시 겨울이 돌아올때 쯤이면 런던을 떠나야 하기에, 그 날이 다가오고 있다는 것이 슬프다.

최소 8개월은 넘게 시간이 남았지만, 워낙에 걱정과 근심을 미리 당겨서 하는 나라서 그렇다.


'걱정을 해서 걱정이 없으면 걱정이 없겠네' -티벳 속담


5월 중순부터 일을 시작하기로 했던 2명 중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Becky가 이번주에 출근을 했다. 급한 인테리어 프로젝트가 있어서다.

Mike에 이어서 또 한명의 정통 런더너가 우리 사무실에 들어왔고, Alex 자리였던 내 옆에 앉았다.

전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의 영어 중에서 오리지날 영어인 영국 영어가 젤 알아듣기 힘들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다.

한국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발음도 이유이지만, 또 하나는 그들이 굉장히 다양한 표현과 Slang을 즐겨쓰기 때문이다.



School project - 이상과 현실


이번주는 Mike가 담당하고 있는 학교 증축 프로젝트를 도왔다.

실측을 해 온 대로 모델링을 하는 작업과 건축주에게 제안할 옵션 두가지를 그렸다.

학교 프로젝트는 우리 사무실에서도 처음이고 꽤 재미있는 프로젝트가 될 것 같다.

건축주는 더 많은 면적만을 요구했고, Mike는 주진입로와 동선이 불편한 문제도 해결하려고 했다.


모델링을 어느정도 마무리하고 건축주에게 메일까지 보낸 뒤에, 학교에 부속된 보육원에 어떤 마감재를 사용 할 수 있을지 사례조사를 했다.

Archdaily, Architizer, Google 이미지 검색 등을 하다보면 눈을 사로잡는 형태와 재질의 프로젝트가 쏟아진다.

반면에 실제 사무실의 프로젝트는 재정상의 이유로 디자인의 자유도가 상당히 떨어진다.


건축이라는 분야에 발을 담그기 시작하는 대학 1학년을 시작으로 건축가로써의 삶이 끝날때까지, 건축은 늘 이상과 현실을 오가며 줄다리기를 하는 업역이라는 생각이 든다.

학교에서는 너무 이상만 바라보아서 문제이고, 사무실에서는 현실에 허덕이게 되는 것이 고되다. 

그래도 건축가는 늘 꿈을 버리지 않는다. 꿈을 버린 건축가는 건축가로써의 생기를 잃는 것이다.


사무소들은 현상설계팀을 따로 꾸리는 경우가 있는데, 설계경기를 통해 사무소의 디자인 역량을 뽐내고 경쟁을 한다. 

일반적으로, 당선이 되지 않으면 어떤 보상도 받을 수 없기에 영세한 사무소가 그것에 많은 투자를 하기에는 위험도가 높다.

공모전은 꿈이고, 전화로 닦달하는 건축주는 현실이다.


우리 사무실은 공모전에서 수상한 적도 있고, 지금은 많은 중소규모 Residential Project에 집중하고 있다.

많은 프로젝트로 인해, 특히 소장님들이 굉장히 고생이 많으시다. 하지만 사무소는 한단계 더 성장하기 위해서 새로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내가 계속해서 몸 담을 수 있는 곳은 아니겠지만, 우리 사무소의 미래가 무척이나 기대된다.



Billings Gate Market - 인종과 문화적 다양성


매달 마지막 목요일에 진행하는 Event로 이번달은 바베큐 파티를 열었다!

KK형이 주도해서 진행하게 되었고, 형은 Billings Gate Fish Market에서 새우와 조개, 생선도 사와서 같이 구워 먹으면 좋겠다는 제안을 했다. 

소장님이 승인을 하셨고 이벤트 당일 아침 6시에 형과 나는 Market에서 만나서 거친 백인 아저씨들을 상대하며 해산물을 샀다.

영국에서 가장 큰 Fish Market이라기에 어마어마 할 줄 알았다. 막상 가보니까 굉장히 크긴 하지만, 노량진수산시장 등의 한국 대형시장보다는 작았다. 훗. 아무래도 우리가 다양한 해산물을 더 많이 먹기 때문일거다. 

19세기에는 Billings Gate Market이 세계에서 가장 큰 수산시장이었다고 한다. 당시 런던은 세계에서 가장 큰 항구 중 하나였으니 그랬을만도 하다.

지금의 위치로 옮기기 전에는 배에서 수산물을 내리던 곳이 시장이었지만, 지금에는 육로를 통해 해산물이 모인단다.


멍게나 해삼 등 한국에서 흔히 보는 해산물은 보이지 않았다. 어딘가에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침 이른 시간에 가야하는데,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거리에 저렴하고 싱싱한 해산물을 살 수 있으니 종종 가게 될 것같다.


재미있는 점은, 시장에서 해산물을 팔고 일을 하는 사람은 영국 백인들이고 구매하는 사람은 대부분 다른 민족이라는 사실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상상하는 서구의 모습과 달리 영국에서는 노동자계층 대부분이 백인이다. 

한식당에서 일하던 때, 매일같이 가던 대형 중국 슈퍼마켓도 관리직과 계산원은 중국인이지만 무거운 짐을 옮기는 노동자는 모두 백인이었다.

전세계에 식민지를 만들고 흑인노예를 부리며, 우월주의에 빠졌던 그들이 동양인 아래에서 육체노동을 하고있는 모습이 참 생경했다.

우리의 편견 속에 자리한 흑인 노동자들의 모습은 주로 미국의 예전 모습일 듯 하다. 아마 미국은 농장 경영을 위해서 흑인노예를 많이 부려야 했기에 유럽권보다 훨씬 많은 흑인 노예를 수입 했을 것이고, 노예제도가 폐지된 후에도 사회적 인정을 받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런던에서 생활하면서 인종에 대한 편견과 다양성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사실, 문화적인 부분에서 인종별 차이의 극복은 어려워 보인다.

흔히 백인문화로 보는 오페라, 미술품 등의 영역에서는 확실히 백인층이 다수다. 반대로 재즈 카페나 연주회 등에서는 흑인 비율이 높다.

오랜 세월, 부모로부터 받아온 문화 향유의 습관이 계속되어 온 것이기에 여전히 차이는 존재한다.

그럼에도 신기한 것은, 당연히 베트남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 베트남 음식점에서, 한국 사람이 많을 것 같은 한식당에서 서구권 인종을 훨씬 많이 볼 수 있다는 점이다.


차이는 차별이 아닌, 다양성으로 장려되어야 한다. 

각자의 문화를 즐기는 것은 문제가 되지않지만, 그것에 배타성이나 우월성이 생기는 것은 위험하다.




Monthly Event - Barbecue Party


이번달 이벤트에는, 평소처럼 사람들을 많이 초대하거나 홍보를 따로 하지 않았다.

주변 친구를 몇명 정도만 데려오는 내부적 행사로 진행했다.

그럼에도 바베큐 파티 여서인지 꽤 많은 사람이 모였다.

KK형과 내가 준비한 고기, 해산물이 꽤 많은 양이어서 남을까 걱정했지만, 많은 분들과 함께 넉넉히 나누어 먹을 수 있었다.


특히 Becky는 친구를 3명을 데려왔는데, 그 중에 한국 분도 계셨다. Becky가 IKEA에서 같이 일했던 분이라고 했다.

두 분이 일을 하던 Sussex 지방은 외국인의 비율이 굉장히 낮은 곳이라 회사에 동양인이 없고, 한국어를 정말 오랜만에 쓴다고 하셨다.

Becky와의 인연으로 우리사무실 이벤트에 오게된 것도 신기했지만, 이야기를 하다보니 SP누나와 대학동기였다! 

하필이면 누나가 그리스로 휴가를 가고 없었지만 다음에 다같이 뵙기로.

역시 한국사회는 정말 좁고, 인연이라는 것이 신기하다는 것을 또 한번 느꼈다. 이제 인연에 대해서는 말하기도 입 아플 정도다.


바베큐 세트를 새로 구입하고, 많은 식재료를 사느라 이번 이벤트는 사무실의 지출이 꽤 컸다.

다행히 손님들이 굉장히 좋아했고, 모두 같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기에 다행이었다.


아쉽게도 Alex는 학교 일정 때문에 참석하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