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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건축배낭여행] 예술의 섬과 보이지 않는 건축




 지난 나오시마의 밤은 비가 그치면서 어느새 수 많은 별과 달빛들로 채워져있었다. 그리고 맞이하는 아침. 싱그러운 봄날의 색감으로 가득차 있는 나오시마의 한적한 마을은 처음 이 곳에 도착했을 때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다가왔다. 그래서 마지막 몇 시간 동안 이 곳에서 함께 할 모든 일들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AM 07:05_ NAOSHIMA BATH(I♥湯)


 어제는 물에 빠진 생쥐꼴이라 작품이고 뭐고 감상할 여유 없이 바로 탕으로 향한 기억으로 오늘은 외관을 천천히 내부공간과 연관지어 둘러본다. 모자이크의 패턴과 함께 콜라주 기법 그리고 낯설게 하기 등. 상당히 이국적이면서도 그 이국이 어디인지 모르는 도발적인 작품이다. 외관의 4개의 면은 마치 여러가지로 뻗은 골목에서 한 컷 한 컷 마주하는 듯한 장면을 연출하고 있다. 정말 궁금한 것은 이러한 재료들을 어디에서 구해왔는지가 궁금할 정도이다. 






AM 07:15_ FERRY TERMINAL, NAOSHIMA


지추미술관으로 가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다시 향한 미야노우라항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약 20분 동안 어제 비가와서 제대로 보지 못한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의 작품인 Naoshima Pavilion 과 건축가 듀오 SANAA(니시자와 류에 + 카즈요 세지마)의 여객선 터미널을 둘러 보기로 했다. 우선 나오시마 여객선 터미널은 정사각형의 평지붕과 그것을 받치고 있는 얇은 철제봉으로 가볍게 보인다. 그리고 그 안은 거울과 투명유리 노출콘크리트로 조금 채워 넣었다. 지붕으로 들어오면 금새 양과 음의 전환을 맞이하며, 내부가 아니지만 내부로 들어온 듯 착각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안에서 보이는 주변의 장면들은 아름답고 평화로운 작은 어촌마을을 고스란히 담아내고 있다


땅과 바다, 움직임과 멈춤, 투명성과 불투명, 가벼움과 무거움 등 모든 풍경이 대비를 이루고 있지만 비례감 있는 어울림으로 약간의 저울질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더욱 포근하다. 결국에 이 모든 장면을 만들어 낸 것은 재료에 있다고 생각한다. 저철분유리와 얇은 유리프레임, 그리고 육중한 지붕을 들고 있는 스키니한 기둥들. 풍경을 담기 위한 절제는 그다지 많은 공간을 필요하지 않는 여객선 터미널의 공간을 최소화 시키면서 풍경을 담아낸다. 멋지다. 단층의 건물을 이렇게 훌륭하게 만들어 내다니... 쉽게 지나치기에는 너무나도 매력적인 건축물이다.







AM 07:33_ NAOSHIMA PAVILION


나오시마에서 아직 식지 않은 가장 최신 작품이다.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의 '나오시마 파빌리온' 그는 이번 작품을 토대로 "미래의 건축은 기하학적 구름과 같은 장소이다."라고 말하며, 앞으로 자신이 나아 가야 할 거대한 포부를 작은 스케일로 직접 담아볼 수 있는 기회로 삼은 작품처럼 보였다. 지역주민들과 관광객으로 하여금 커뮤니티 장소이자 편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장소를 만든 작품인데... 왠지 앉을 수 있을 만한 곳처럼 보인 곳에 살짝 무게를 실어보니 살짝 불안했다. 구조체가 기둥으로 박혀있는 구조가 아니라 얹혀져 있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떨어질 것만 같았다. 런던에서 보여줬었던 2013서펜타인 갤러리와는 조금 차이가 나는 디테일들과 마감은 아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복잡한 구조체를 어떻게 만들었지? 라는 의구심과 함께 용접공에게 경의를 표할 정도이다. 이 디자인은 나오시마의 29번째 섬을 만든다라는 생각으로 시작했고, 불규칙한 돌과 같은 형태로 디자인을 했다고 한다. 하나의 건축물처럼 벽과 바닥 지붕을 단일화 된 모양으로 구성이 되어 있으며,  내부에서는 편안한 휴식을 위한 시청각적 감각을 이용해 새로운 풍경과의 조응을 기대하는 곳이다. 







 


AM 08:00_ BENESSE HOUSE ART SITE, NAOSHIMA


지추미술관을 가기 위해 베네세하우스로 왔다. 이 곳에서 무료셔틀을 이용해서 지추미술관 첫 입장을 위해 약 1시간 반 정도 이 곳을 둘러보았다. 시간관계 상 이우환미술관과 베네세뮤지엄은 이번에 생략하기로 하고, 인근에 작품들을 둘러 보기로 했다. 시원한 파도소리와 함께 이 곳에서 편안하게 숙박을 했던 사람들과 지추미술관을 가기 전 우리와 같이 대기를 하고 있는 사람들. 목적의 뚜렷한 두 무리가 어색하지만 이 곳에 생명력을 더한다. 곳곳에 뿌려진 다양한 작품과 함께 이 곳 저 곳 보물찾기 하듯 찾아 가는 재미도 쏠쏠하다. 걸어가기에 적당한 규모의 이 곳은 자유로운 동선을 지향하는 하나의 미술관과 같다. 하지만 외부에 안도 다다오의 노출콘크리트 거대한 벽과 함께 외부에 전시 중인 월터 드 마리아의 Seen/Unseen Unknown/Unknown이 문이 닫혀져 있어서 아쉬움이 컸다. 













AM 10:50_ CHICHU ART MUSEUM, NAOSHIMA


2004년 완공이 된 지추미술관. 자연에 둘러싸인 건축, 풍경을 계승하고자 하는 주제를 한층 더 부각시키기 위해 모든 것을 땅속에 묻었다. 땅속의 어둠 속에서 공간을 떠오르게 하는 것은 ''이다. 이 거대한 미술관은 오로지 빛을 의지하고 클로드 모네와 월터 드 마리아, 제임스 터렐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공간 하나 하나가 예술가와 건축가의 최상의 협업을 통해 탄생했다


무엇보다 배치를 통해 세토 내해의 자연경관을 매우 드라마틱하게 관람객으로 하여금 조우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왠지 이 곳에서의 작품과의 만남도 설레였지만, 사계절 그리고 다양하게 변하는 빛과 하늘을 통해 담아 낼 이 곳의 모든 공간이 궁금했다. 건축 또한 하나의 거대한 작품으로 남아있기에 이 곳은 입구에서 부터 출구까지 한 군데도 놓칠 수 없는 건축물이다. 곳곳에 전이공간들은 관람객으로 지속적인 메시지를 보내온다. 나는 과연 이 곳에서 단순히 작품만 감상하는 미술관으로 여기기에는 부족하고 오히려 그 이상의 공간이라고 생각되었다.



COMMENT


과연 태풍이 오는 날씨에서의 지추미술관은 어떠한 모습으로 있었을까? 사실... 상상하고 싶지 않다. 그만큼 지추미술관은 날씨와 빛의 영향을 많이 받는 미술관이다. 비가 오면 우산을 쓰거나 혹은 비를 맞고 이동 해야하는 경우가 있을 것이다. 오히려 어제는 여러가지 상황들로 부터 우리를 방해를 해 가지 못하게 한 이유가 바로 오늘의 지추미술관은 과연 1365일 중 가장 아름다울 때다. 라고 하늘이 우리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생각된다. 보이지 않는 건축을 통해 건축을 알게되고, 건축을 느끼게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나오시마의 아름다운 선물을 두둑하게 가슴 속에 담아내었고, 테시마 섬을 건너뛰고 이누지마 섬으로 향했다. 과연 이 곳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