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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Travel X Photo

[독일건축배낭여행] 5.프랑크푸르트의 독일건축박물관

x Teo


쾰른의 짧은 일정을 서둘러 마무리하고 찾은 다음 도시는 Frankfurt다.

프랑크푸르트는 독일에서 가장 높은 건축물들이 모여있는 도시로, 유럽중앙은행을 비롯해 여러 기업이 밀집해 있다.

그래서인지 국제 항공편이 많고, 괜히 프랑크푸르트라는 이름이 익숙하다. 


관광객으로 프랑크푸르트를 찾는다면, 대부분 Museumsüfer라 불리는 박물관 지구를 갈 것이다.

나 역시 박물관 지구 내에 있는 독일건축박물관과 Stadel Museum 그리고 Richard Meier가 설계한 Museum Angewandte Kunst 등을 보려고 프랑크푸르트를 찾았다.

박물관 지구 외에도 괴테의 생가나 Römerberg 광장 등이 유명하다.


 


중앙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마인강의 남쪽과 북쭉으로 여러 박물관/미술관이 모여있다.




Günter Behnisch가 설계한 Communication Museum이 눈을 사로 잡는다.

귄터 베니쉬는 뮌헨 올림픽 공원의 마스터 플랜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Frei Otto가 설계한 주경기장으로 잘 알려진 바로 그 뮌헨 올림픽 공원이다.


귄터 베니쉬가 어떤 건축을 했는지는 아직 잘 모르지만, 그에대해 정보를 찾다보니 인터뷰 내용들이 썩 흥미롭다.

좀더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축가다. 

베니쉬의 인터뷰를 보고 싶다면 다음을 펼쳐보길 바란다.





독일건축박물관, O.M.Ungers X Ingo Schrader




독일건축박물관. 이곳은 건축가 Oswald Mathias Ungers의 집이기도 했던 건물이다.

웅거스는 독일건축에서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건축가로 평가된다. 

19세기에 지어진 이 건물의 전면파사드만 남기고 개조해 자신의 집으로 이용했고, 이후에는 그의 업적을 기리는 건축박물관으로 개관했다.

개관을 한 뒤 5년 간은 포스트모더니즘의 시기와 겹쳐 활발한 전시와 담론이 오고 갔다. 하지만 90년대에 들어 방문자수가 급감하면서 박물관을 폐쇄한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웅거스를 기리고 건축박물관을 존치시키는 것에 공감대를 가진 사람들이 힘을 모았고, 지역건축가 Ingo Schrader의 개보수로 재개장 하여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입장료를 내고 나면 이런 스티커를 붙이고 입장한다. 아마 날마다 색깔이 바뀌는 것 같다. 그럼 초록색이 돌아오면 무료??

나중에 가게되는 비트라 뮤지움에서도 이런 스티커가 입장권의 역할을 했다.


입장 문턱을 넘기위해 구입한 표를 보여주고 박물관에 들어가는 것과 달리, 몸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은 무언가를 체험하러 들어간다는 느낌을 줬다.

마치 놀이공원에서 손목에 종이팔찌를 감거나 손등에 도장을 찍는것과 같이 말이다.

형식상 크게 다를 것은 없으나 이런 사소한 것에서부터 사용자경험의 차이가 생긴다.



기획전시 공간에서는, 부산 영화의 전당 설계로도 잘 알려진 Coop Himmelb(l)au의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프랑크푸르트 도시 개발의 과정을 보여주는 전시가 있었던 걸로 아는데, 그 전시를 볼 수 없어서 다소 아쉬웠다.


독일건축박물관은 상설전시보다는 다양한 기획전시를 선보이며, 일반대중과 전문 건축인 사이의 간극을 좁히기 위한 노력을 한다고 한다.




쿱 힘멜브라우의 여러 작업 중에서도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의 설계과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다.

프로젝트 하나를 위해서 만든 매스모형의 수가 굉장했다.  조형성에 있어 많은 고민을 한 듯 하다.






아까 스티커 로고가 도트 디자인으로 되어있었듯이, 미술관 내 대부분의 타이포그래피가 도트 디자인으로 되어있다. 



렘 쿨하스가 좋아하는 집 속의 집 개념이다. 약간 유치한 듯 하지만 상징성을 주려 한 것 같다. 

수직적 공간연속성을 느낄 수 있게 한다. 단면적으로 조금 더 재밌는 공간이 있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상설전시는 독일건축에만 제한되지 않고, From primordial hut to skyscraper라는 주제로 원시주거부터 시대별로 주목할 만한 건축을 모형으로 보여준다.



19세기 런던으로 몰려든 노동자들이 살던 열악한 주거환경 모습이다. 그림으로 유명한 장면인데 입체적 모형을 만들었다.




디지털로 아카이빙 된 정보도 컴퓨터를 통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물리적인 아카이브 기능은 조금 떨어진 곳에 따로 건물이 있다고 한다. 독일 건축에만 한정되지 않고, 2만여권의 책을 소유하고 있다. 그 외에도 18만 여건도면과 스케치, 600개의 모형, 사진, 가구 등을 수장하고 있다고 한다.

그외에도 자료 수집과 연구 그리고 다양한 세미나와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으며 연간지 출판과 건축상 수여도 하고 있다. 

독일건축박물관은 단순히 건축 관련 전시를 주최할 뿐 아니라, 건축문화 발전을 위해 다양한 면에서 힘을 쓰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건축박물관에서 중요한 볼거리 중 또 하나가 바로 마인강 넘어로 보이는 프랑크푸르트의 스카이라인이 아닐까 싶다.




동선 상의 마지막에 기획전시실이 하나 더 있었다. Iwan Baan이라는 사진작가가 52주간 52개 도시에 머물려 찍은 사진이 전시되고 있었다.

한국은 얄밉게 피해다녔더라.. 작가 개인적으로 한국에 대한 매력을 느끼지 못했나보다. 분발하자. 때로 여행객은 단 한 장의 사진때문에 그 도시에 이끌리기도 한다.




Museum Angewandte Kunst, Richard Meier




건축학과에 입학하면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이 근대건축의 4대거장이다.

르 꼬르뷔제, 프랭크 라이트, 미스 반데 로에, 그로피우스.


그리고 나 스스로 깊은 관심을 가지게 된 첫 건축가는 리차드 마이어 였다.

작업실 스터디에서 모두가 소규모 주택을 선택할 때, 나는 겁도 없이 리차드 마이어의 바르셀로나 현대미술관에 빠져들었다.

그리고 방학 내내 작업실에서 숙식하며 모형을 완성했던 적이 있다. 건축에 대한 열정이 불타올랐던 첫 순간 이었다.


지금은 그때만큼 리차드 마이어를 좋아하진 않지만, 여전히 그의 작품은 첫사랑과 같은 애틋함이 있다.




미술관 앞의 공원이 참 좋았다. 볕이 잘 들었고, 공원 여기저기서 사람들이 여유를 즐기고 있었다.



크게 자란 나무들 때문에 건축물 전체적인 모습이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 덕분에, 자칫 압도적일 수 있는 거대한 백색 건축이 한결 부드럽게 느껴졌다.





철저한 정사각형의 그리드 상에서 만들어지는 입면과 평면 그리고 기하학적 곡선의 첨가에 백색 마감.

그의 건축은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확실히 알아볼 수 있다. 


내가 찾았을때는 이미 미술관 폐장시간이 지난 뒤였고, 나의 일정 또한 시간이 넉넉치 않았다.

확실히 이번 여행은 많은 건축물을 보려다 보니, 일정이 다소 빡빡했다.


하나의 큰 덩어리가 아닌 3개로 분절 된 볼륨과 그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매개공간이 흥미로웠다.


이 프로젝트는 그의 프로젝트 중에서도 비교적 주변 맥락에 대한 많은 고민이 많은 편이다.

대상지 내에 19세기 빌라를 존치하는 것이 중요했고, 마인강변에 있다는 점과 공원 내에서의 경관 또한 무시하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평면은 두 개의 그리드 위에서 이루어졌다.

빌라의 배치와 평행한 그리드를 만들었고, 다른 하나는 그것을 마인 강이 만든 자연적인 선에 평행하도록 비틀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빌라의 입면을 분석 만들어진 정사각형 그리드를 자신의 건물 적용시켰다.



공원 내의 통행로를 대상지 내에 관통 시킴으로써 개방성과 공공성을 가지게도 했다.


이로써 두개의 그리드 시스템 위에 사선으로 관통하는 두개의 통행로가 더해져, 상당히 복잡한 선들을 가지게 되었다.

보통 이렇게 여러 선을 따르면, 그것을 정리해서 건축화 시키는데에 굉장히 애를 먹는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마이어의 강점이다.








날씨가 아주 맑았고, 좋은 건축을 많이 본 덕분에 짧은 시간이나마 좋은 기억으로 남은 도시가 되었다.

슈타델뮤지움이나 뢰머광장도 보지못했고, 독일에서 가장 높은 건물로 노만 포스터가 설계한 Commerzbank본사 건물도 놓쳤다.


프랑크푸르트를 찾기 위한 핑계거리를 남겨놓았다고 위로한 채,

Freiburg와 Vitra Campus를 향하는 기차에 몸을 실었다.



※참고문헌 - 독일 건축 박물관, 백경무, 대한건축학회지 2003년 8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