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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사소한 영국]

[사소한 런던] 첫번째. 지하철(Underground, Tube)

이제 런던에 온지 약 한달이 되었다.


보통 여행을 할때 나는 계획을 철저하게 세우는 편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영국으로 오기전에는 대략적인 계획만 있을 뿐, 어디를 꼭 가봐야겠다거나 영국에 대한 사전 조사를 그리 많이 하지 않았다.

짧은 여행이 아닌 생활을 위한 곳이기에 그랬던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영국에서의 생활이 더 재미있게 느껴진다,

사소한것 하나하나가 새롭다. 

때로는 당황스럽고 난감할때도 있지만, 그런 새롭고 낯설음이 내가 영국에 애착을 가지기 시작하는 요소 중 하나가 되었다.



지금부터 내가 얼마간 살아갈 영국에서의 사소한 것들을 하나하나 기록해 나갈까 한다.



사소하다
(사물이나 대상이)적거나 작아서 보잘것없거나 중요하지 않다.



영국을 소개하는 여행책 어디에서도 볼수 없는 정말 보잘것 없는 내용들의 열거가 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런 작고 보잘 것 없는 것에 생활방식과 습관이 녹아있고, 

그것을 통해 그들의 가치관과 관습을 꽤뚫어 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사소한 런던]

첫번째. 지하철(Underground, Tube)



잘 알려져 있다시피, 영국에서는 지하철을 흔히 Underground 혹은 Tube라고 부른다.

영국에서 Subway라고 하면 단순히 지하도를 뜻한다.


Tube라는 이름에 걸맞게 지하철역 내부통로가 마치 튜브처럼 천장이 둥글다.

그외에도 런던 지하철에는 사소한 재미가 있다.




-    지하철 광고판


런던에와서 처음 튜브를 탈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것은 '광고'였다.
 
통로와 에스컬레이터 옆 광고가 마치 팝아트 작품전처럼 느껴졌다.



동일한 크기의 액자 속에 형형색색의 광고 포스터가 걸려 있다.


모든 포스터는 각자의 개성을 가지고 있지만 같은 크기, 일정한 간격이 통일성을 주며 정돈된 모습을 보여준다.




한국의 지하철에서는 아주 큰 사이즈 광고판이나 슈퍼그래픽[각주:1]이 주를 이룬다면,

런던의 지하철은 좀더 작은 사이즈의 훨씬 많은 광고들이 동일한 크기로 길게 이어진다.

새로운 광고 하나하나가 더 재미있게 느껴지는 사소한 시각적 즐거움이 있다.




-    에스컬레이터의 왼쪽은 항상 비워둔다 !


런던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에서는 항상 한줄 서기를 해야한다.

에스컬레이터를 탈때는 오른쪽에 서서, 바쁜 사람을 위해 길을 비워두어야 한다.

이는, 런던 지하철이 워낙 오래되다보니 계단이 있던 곳에 에스컬레이터를 만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계단이 없고, 오직 에스컬레이터를 통해서만 지하와 지상을 오가기 때문에 바쁜 사람을 위해 비워두는 것이다.

(계단이나 엘레베이터가 있는 곳도 있다.)

단순히 암묵적 에티켓이 아니라, 방송과 안내판을 통해서 에스컬레이터에서는 오른쪽에 서 있을 것을 요청한다.

그와 더불어, 영국인들은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무척 싫어하는 성격[각주:2]이 이런 한줄서기로 나타났을 것이다.



계단과 에스컬레이터가 함께 있다면, 안전을 위해 에스컬레이터에서는 걷거나 뛰어서는 안되는 것이 맞다.



우리나라에서도 한때, '한줄서기'운동을 하며 한쪽을 항상 비워두자고 공익운동을 했었다.

하지만, 그 위험성이 지적되면서 다시 '두줄서기'운동을 시작했다. 

바삐 움직이는 도시인들은 여전히 에스컬레이터를 걸어서 이용하고, 두줄로 서서 이동을 막으면 눈총을 받기도 한다.

그렇다보니 사실 우리도 한줄서기를 하는 것과 다름없긴 하지만, 



런던에서는 반드시 오른쪽으로 서야 한다는 사실!

  




-    지하철의 음악가


런던에서는 거리의 음악가를 많이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지하철의 음악가들은 좀더 특별함이 숨어있다.

2002년까지는 런던의 지하철 내에서의 버스킹[각주:3]은 불법 이었다. 

하지만 2002년 부터 오디션을 통과하는 사람에 한해 허가된 구역내에서 공연을 하는 것을 허용했다.

지하철에서 버스킹을 하는 것도 오디션 경쟁을 통과해야 하다니.. 한편으로는 그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영국은 자신들이 최초라는 타이틀을 아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데,

오디션을 통해 허가증을 주고, 지하철 내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파리와 뉴욕이 먼저라고 한다.

하지만 최초의 지하철은 영국!




사진에서 보이는 연주자의 발 아래의 구역이 뮤지션을 위한 곳이다.


전자기타를 연주하는 분이였는데, 연주가 정말 뛰어났다. 


더 놀라운것은 오른쪽 팔꿈치 아랫쪽을 잃은 몸으로 그런 연주를 한다는 것! 



런던 지하철과 같이 유동인구가 엄청나게 많은 곳에서 이런 오디션과 같은 최소한의 통제가 없다면 ,

연주자들끼리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 싸움이 날 수도 있고, 행인들의 통행에 방해가 될 수 도 있다.


수익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단순히, 사람들에게 나의 연주를 들려주고 함께 즐기기 위해서 오디션까지 봐야 한다는 건 

자유가 제한되고 통제가 앞서는 체제 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대신 런던의 수많은 공원과 관광지들은 얼마든지 그들에게 개방되어 있는 만큼, 

지하철에 한해서는 최소한의 통제가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



사족 1.

런던 어디에서든 허가를 받지 않은 노점상은 철저하게 단속하고 철거한다. 

브릭레인, 노팅힐 등의 마켓에서 비용을 내고 허가를 받아야 장사를 할 수 있다.

하지만, 12시쯤 런던 센트럴에서는 핫도그를 파는 이동식 노점들을 자주 볼 수 있다. ^^;






  1. 벽체 전체에 그래픽 작업을 하는 대형 프린팅 혹은 예술작업. 건물, 아파트, 학교 등에 벽을 미관상 장식하는 것 [본문으로]
  2. 섬나라의 공통점인가?? [본문으로]
  3. 허가를 받지않고 거리 등에서 공연을 하며, 행인들의 자발적인 돈을 받는 것.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