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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건축배낭여행] 여행의 마지막 목적지 마루젠&준쿠도 서점 그리고 헤픈엔딩







여행의 마지막밤과 함께 이번 일본건축배낭여행의 짧은 일정이 끝을 보인다. 물론 가고 싶었지만 가지 못했던 곳과 기대하지 않았던 곳에서의 특별한 경험들은 결국 다시 한 번 재방문을 기약하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아와지섬에서 나와 오사카로 향한다. 이번 여행이야기로는 많은 에피소드를 담고 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소도시에 이제 막 적응하려던 시점에 대도시로 다시 버려져... 우리는 길을 잃었다... 그리고는 몇시간을 길에서 보냈고, 계획과 많 틀어졌지만,  여행의 최종목적지 마루젠&준쿠도에서 책을 사는 것은 성공했으니 만족한다. 혼돈의 시작 오사카로 다시 들어가본다.




PM 18:20_ KUROMON MARKET


오사카 서민의 식탁이라고 불리는 구로몬시장. 시장이 문을 닫기 전에 참치회와 고베규를 먹기 위해서 호텔도 이 곳과 가까우면서 최고의 번화가 '도톤보리'와 인접한 곳에 예약을 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고베에서 기차역을 잘못찾아 오사카에 예상보다 늦게 도착했으며, 우리의 참치와 고베규는 셔터문으로 닫혀있었다. 많은 상점들이 슬슬 문을 닫고 있는 중에 얼추 나와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외국인의 표정 또한 마치 우리의 모습을 거울로 보는 듯 했다. 그래도 역시나 유명한 시장이라서 그런지 꽤 역동적인 시장이이었다. 요즘에 나이와 함께 여행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살짝 비린내도 나고 위생적이지 않더라도 사람의 정이 느껴지는 전통시장을 찾게 되는데, 그 도시를 쉽게 알 수 있는 서민들이 만들어가는 곳이라 많은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손쉽게 오사카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이다



http://hepfive.co.kr/

PM 18:50_ HEPFIVE


구로몬시장에서의 아쉬움을 남기고 세계 최초의 빌딩 일체형 대관람차가 있는 헵파이브를 가기로 했다. 물론 이날은 우리가 오사카 주유패스 1일권이 있어서 이 곳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었다. 최대한 노을이 지는 모습을 감상하며 로맨틱한 오사카의 모습을 감상하고 싶었다. 하지만... 왠일인지 오사카에서 갑자기 길치로 변해버린 나는... 또다시 길을 헤맸다. 결국 찾았지만... 오늘 운행이 취소 되었단다... . 안되려고 하니 모든게 계획대로 되지 않았다. 이 또한 여행의 매력이겠거니 다음 목적지로 향했다.





PM 19:10_ UMEDA St.


헵파이브에서 나와 오사카에서 꼭 가봐야되는 우메다 공중정원을 가야했다. 적어도 1일권 주유패스를 유용하게 쓰려면, 나와 같이 계획하면 안될 것 같다. 오사카성 - 헵파이브 - 우메다 공중정원 정도는 기본적으로 입장료가 무료이면서 장소들이 그리 멀지 않은 거리이기에 꼭 다녀왔어야 했는데...오사카성은 시간이 늦어 못갔고, 헵파이브는 휴무였으며 마지막 희망인 우메다 공중정원을 가기 위해 도착한 우메다역. 또 다시 이곳에서 나를 기다리는 혼돈의 시간이 다가왔고, 길을 헤매기 시작했다


도시의 고층건물밀도가 높았으며 오사카가 이정도면 도쿄는 어떠할까? 라는 상상을 해본다. 고층빌딩들이 시야를 방해하고 있어서 우메다 지역에서 가장 높아 보였던 우메다 빌딩은 계속 보이지 않았다. 정말 정신이 나갈것 같았던 우메다. 역은 또 어찌나 크던지... 실내공간도 모두 휴먼스케일을 벗어난 압도적인 긴장감을 나타냈다. 그 도시의 풍경 잠시 감상해본다.




PM 19:44_ KIRIN ICHIBAN GARDEN, JR OSAKA St.


헵파이브에서의 아쉬움을 풀고자 계획상에는 적어두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기린 이치방가든이 눈 앞에 보였다. 기린맥주의 팝업스토어로 최근에 서울에도 상륙한 것으로 알고 있다. 맥주거품을 영하로 얼려 슬러쉬로 갈아내 안그래도 시원한 생맥주 위에 자비없이 올려둬 맥주의 탄산과 풍미를 달아나지 않게 잡아준다. 갈증해소는 물론 스트레스까지 풀렸던 프로즌비어. 실내에는 자리가 없지만, 실외에 스탠딩테이블과 테이블이 마련되어 있다







PM 20:30_ UMEDA SKY BUILDING


오사카를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꼭 가야하는 우메다 스카이 빌딩의 공중정원. 이번에 알게된 건축가 하라 히로시의 작품이다. 생소한 건축가이지만, 일본 내에서는 유명한 건축가라고 한다. 그리고 그의 작품처럼 보이는 건물들이 길을 걷다보면 한두번 정도는 보게 된다. 건축가 단게 겐조가 그의 스승이라고 하니 조금은 그의 건축어휘가 보이는 것 같다


그가 선호하는 하이테크 디자인은 최초의 리차드 마이어, 노먼 포스터, 렌조 피아노의 느낌과 전혀 상반되는 느낌이다. 미래적 이미지와 일본 전통의 미학적인 가치관을 그대로 반영해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해 설계를 하는 것 같다. 물론 내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구글링을 통해 본 건물들을 보면, 이전의 하이테크 건축의 선구자들과는 다소 다른 느낌이다. 정확한 지식은 없지만, 유추해보면 메타볼리즘의 영향을 받은 건축가로 추측된다그러지 않고 이렇게 신기한 디자인을 해내다니... 하기야 스승이 메타볼리즘의 선구자이니 영향을 안받을 수 없다고 생각된다


이 곳은 실내외에서 오사카의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실내에서도 다양한 레벨에서 각자 선택적으로 야경을 감상할 수 있으니 재미있다. 외부 공간은 마치 우주에 와있는 것 처럼 형광입자들로 복도가 꾸며져 있다. 참으로 독특한 풍경 속에서 이 곳을 제외한 독특할 것 없는 오사카 야경을 둘러본다. 마치 법적으로 정해 놓은 것만 같은 빌딩들의 빛들은 아름답기 보다는 딱딱해 보인다. 멋진 풍경이지만, 건축물의 이질적인 느낌과 이제껏 경험해보지 못한 신기한 건축물 앞에서 편안함을 느끼기 힘들어서인지, 얼마 안있어서 지상으로 내려왔다. 아래에서 올려다 보니... 우리나라에서는 시도조차 못할 것 같은 건물처럼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PM 21:45_ MARUZEN & JUNKUDO


유명한 우메다 스카이 빌딩도 찾아서 가는데 거의 40분을 할애했는데 이 서점은 어찌 찾아갈꼬... 했지만, 신은 아직 나의 편이었다. 22시까지 운영하는데 정확히 15분전에 도착했고, 사고자 했던 책을 찾으려고 서적검색대로 갔지만, 영어는 지원이 안된다. 그래서 직원에게 책의 사진과 제목을 보여주고 기다렸다. 미리 한국에서 제고 파악을 하고 간 상태라 크게 걱정하지 않았고, 점원 또한 5분만 기다리면 가져다 준다니 하...그래도 다행이었다. 그리고 한바퀴 돌아보는데 1층에 비치된 안도 다다오의 서적들... 한칸을 독점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우메다 마루젠 & 준쿠도 서점은 안도 다다오의 작품이다


외관에서는 슬래브와 구조 기둥들이 외부로 노출이 되어있다. 기둥은 마치 나무처럼 보일 정도로 건축경계선을 따라 배열되어 있다. 내부에는 최소한의 기둥과 벽으로 건축물을 지지하고 있다. 서점건물이라 크게 벽들이 많이 필요하지 않았을 것이다. 따로 파사드(입면)를 신경쓰지 않아도 창들을 모두 슬래브 끝선에서 한걸음 뒤로 물러 있으며 외부 동선을 추가시켰고, 불필요한 치장들을 덜어냈다. 전체적인 디자인은 멋들어 보이지만, 구조적인 해석이 돋보이는 절제된 건축물이다. 이 곳에서 발견한 특이한 점은 건축가의 서적이 눈에 잘 띠는 곳에 비치되어 있었다


물론, 안도 다다오에게만 그 자리를 허락한 것 같다.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일본에서 혹은 오사카에서 안도 다다오의 위상은 대단했다. 오죽하면 노출콘크리트 마감상태만 보고도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작품인지 구분할 수 있을 정도로 오사카 내에는 많은 건축물들이 그의 손에서 태어났다. 나는 건축가 후지모토 소우의 건축작품집을 구매했다. 최근에 발매된 책이며, 2015년도까지의 작품을 다룬 건축작품집인데, 역시나 상당히 재미있는 작업들이 내용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목표 달성은 했으니, 이제 마지막 밤을 만끽할 일만 남았다. 






PM 22:45_ DOTONBORI


사진으로 보는 오사카에서 빠지지 않았던 도톤보리. 인공수로를 기점으로 좌우로 펼쳐진 상점들은 서로 경쟁하듯 간판으로 호객행위를 한다. 인공수변으로는 건축물들의 배면이라 거의 간판으로 치장한 것 같다. 그래서 수변을 산책하다보면 마치 홍콩의 골목에서나 볼 수 있는 낡은 건물들이 보이는데 나름 분위기가 조화롭게 어울린다. 이 물이 흐르는 물인지는 모르겠지만, 물색이 탁했다. 악취는 나지 않았다. 도시에서 수공간의 역할은 상당한 것 같다. 서울의 청계천도 그러하듯, 인공수로를 따라 걸으며 산책을 하면 빠듯한 도시 속 삶을 살짝 이완시켜주는 기능을 하는 것 같다. 물론 심리적인 효과인데, 인간은 태아때부터 물과 친숙한 관계였기에 그런 것 같다. 기대와 달리 차분한 분위기였으며, 늦은 시간까지 운영했던 오코노모야키를 먹으며 마지막 밤을 즐겼다. 알고간 것은 아니였지만, 찾아보니 치보라는 가게인데 맛집이라고 한다. 난 잘 모르겠다.







AM 09:25_ OSAKA CASTLE


간사이공항으로 가기전 조금 서둘러서 어제 가지 못했던 오사카성을 가기로 했다. 아쉽게도 시간과 재정상 천수각은 가지 못했지만, 니시노마루 정원에 들어가 잠시 아주 잠시 여유를 즐겼다. 5월이라 그런지 현장학습 또는 소풍과 단체관광객이 어울러져 상당히 복잡했다. 실제로 오사카성을 보게 되면, ...웹상에서 너무 자주 봐서 그런지 크게 감흥이 없었고, 오히려 엄청난 규모의 해자를 보니 더욱 신기했다. 해자를 넘어 보이는 도시의 풍경은 어제 느꼈던 빡빡한 고층빌딩의 밀도를 다른 풍경으로 만들어준다. 서둘러 짐을 찾고 공항으로 향했다. 5일간의 여행은 이렇게 알차면서도 아쉽게 끝났다.




COMMENT


날씨로 인해, 혹은 길을 헤매거나 잘못된 정보로 인해 여행을 계획한 곳보다 적은 곳을 보고 왔다. 항상 그렇듯... 이제까지 가보았던 유럽이나 다른 나라와는 다르게, 오사카에서의 건축물이나 유명하다는 관광지는 도시의 운집된 고층빌딩밀도로 인해 전이감을 상실되게 만들었고, 그래서인지 내 기대와 다르게 실망감을 주었다. 물론 도시의 풍경자체가 비슷한 경제성장을 경험했던 우리와 묘하게 닮았지만서도,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모습을 보이고 있다


아쉬움을 남긴 여행이었지만, 나오시마여행에서의 즐거움과 추억은 잊을 수 없을 것 같다. 다음에도 기회가 된다면, 짧은 스케쥴이 아닌 조금은 넉넉한 시간을 가지고 돌아본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든다. 그리고 도쿄를 가보지 않았지만, 일본의 진정한 매력은 작은도시에서 보여지는 것 같다. 작년에 다녀온 도토리현에서도 느낀 것 처럼 이번 오사카는 나에게 더욱 긴장감을 심어줬으며, 아직도 복잡하다... 


6편으로 연재해본 거창한 타이틀을 달고 일본건축배낭여행이라고 지칭했지만, 일반적인 여행과 다르지 않다. 그냥 주된 목적이 무엇인지가? 여행테마를 잡아간다. 나에게는 건축없는 여행이란...아직은 상상해보지 못했지만, 언젠가는 다른목적의 여행이 매력적으로 다가올 수 있을 기회가 있었으면 한다. 개인적으로 1편에 기록해 두었던 여행 경로는 나쁘지 않으니 5일정도 오사카와 나오시마를 보는데 유익한 도움이 될 것 같다. 2번의 다음 메인페이지 소개도 영광스러웠고, 스스로도 정리하고 돌아볼 기회를 갖게 되어서 만족한다.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갈까? 기대해보면서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