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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Diary

광주에서 온 편지

광주에서 온 편지 



한주가 마무리되고 퇴근 시간이 다가오던 금요일 늦은 오후. 

사무실로 택배 상자가 배달되었다. 그 상자 안에는 0Fany형이 나에게 선물로 보낸 책이 있었다. 

백희성씨가 쓴 ‘보이지 않는 집’ 이라는 이 책은, 하얀 바탕과 묘한 질감의 표지에 신비로운 디자인을 가졌다. 

적당한 크기와 적당한 무게 그리고 부드러운 감촉의 이 책은 그 물성만으로도 굉장히 설레게 하는 책이다. 


2015/01/21 - [0Fany/Review] - 150121 보이지 않는 집, 백희성



책 사이에서 편지가 삐죽이 나와 있었고, 한 장의 사진도 함께 있었다.

사진을 먼저 들여다보니, 내가 런던으로 떠나온 후 공간학생기자10기가 함께 찍은 사진이었다. 

뒷면에 두번째 선물이라고 쓰여진 짤막한 메모에서 지산동 감성변태 0Fany형의 진한 감성이 묻어났다. 


그리고 편지를 뜯어 찬찬히 읽어내려갔다. 

.. 



0Fany형과 나는 각각 전라도와 경상도라는 상반되는 성향의 지역에서 태어났다. 

하지만, 학생기자 활동을 통해 모인 10명과 함께하는 여행에서 해가 뜰 때까지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늘 우리 둘이었다. 

여러 번의 여행을 통해 더욱 정을 쌓았고, 블로그에 함께 글을 쓰게 되면서 서로의 생각과 감성을 더 깊게 공유하게 되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사람을 만난다. 

자주 만나는 사람, 친하다고 생각하는 사람, 각별히 마음이 가는 사람... 

머리 속에서는 그렇게 분류를 한다. 

짧은 시간을 만났어도 가깝게 느끼는 사람이 있고, 자주 만나지 못해도 언제나 가까이 있는 듯 느껴지는 사람도 있다. 

누군가가 유난히 가깝게 느껴지거나 각별히 마음이 가는 데에는, 감정을 깊게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감정을 공유하기 시작하는 중요한 요소는 여행과 글이라고 생각한다. 


팔천구백여km 떨어진 거리와 여덟 시간여의 시차를 두고도 

우리가 서로를 친형제처럼 가깝게 느끼는 이유는, 

그 모든 요소를 함께했고 함께하고, 함께 할 것이기 때문이다. 



2015.5.29





남자 둘의 사이를 설명하기로는 굉장히 오글거리고 이상한 글이지만,

먼 곳의 나를 위해 정성을 담아 선물과 편지를 보내준 형에게 고마움을 표하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