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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건축배낭여행] Episode.03 - 완결편


여행일기_ 마지막


 전날의 피로와 컨디션 조절의 실패로 온 장염의 기운을 가지고 마지막 일정을 소화하기로 했다.

마지막 날의 일정은 오전에 현대미술관의 무료셔틀버스로 경제적 시간적 체력적 손실과 부담을 줄였다. 정말 편하게 갔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 덕수궁관 <~>과천관 무료셔틀버스 운행시간 참고*

http://www.mmca.go.kr/pr/newsDetail.domenuId=6010000000&bdCId=201311120004086&searchBmCid=200902260000002


사실 마지막 날 일정은 이동거리가 꽤 있어서 밥도 제대로 못 챙겨먹고, 이동해 더위에 많이 지쳐있었다. 사실 이 날은 버스를 타고 광주도 가야했기에 안양에서 체력을 모두 소진할 생각이었다. 생각대로 거의 모든 체력이 바닥났고, 마을버스는 제 시간에 오지 않아 다소 긴장된 시간이었으나, 그래도 막차 시간은 맞춰 버스를 타고 내려왔다. 

안양예술공원까지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어서 걷는 중간 과일가게에 들러서 자두 한봉다리 사서 한 입씩 물고 걷자니 여행할 맛이 났던 하루였다. 시간관계상 안양예술공원에서 MVRDV가 설계한 전망대를 가지 못했지만, 다음을 기약하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떠나는 맛 또한, 다음 여행의 기다림을 위한 것 임을 잊지 않고, 이번 서울건축배낭여행 일정을 마무리 했다.


건축배낭여행 x SEOUL


140801_ 03일 차 




01.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展]



시원한 에어컨이 아낌없이 나오는 아트버스


아트버스 운행은 현대미술관의 서울관과 덕수궁관, 과천관을 운행하는 버스이다.


서울관 혹은 과천관에서 관람할 때 시간을 잘 숙지하고, 관람을 한다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가난한 배낭여행객에게는 서울과 과천을 잇는 무료버스로 이용 가능하다. 이 날은 생각보다 많지 않은 인원이 탑승했다. (우리 일행을 제외하고 없었음)


과천관에서 관람을 마치고 안양을 가야했기에, 나는 과천관 셔틀을 타고 전철역에 내려서 안양으로 향했다. 현대미술관의 교통편은 상당히 잘 되어있음을 몸소 체험했다.







전시관 내부 동선


개인적으로는 정기용 아카이브 전보다 전체적인 전시 큐레이팅과 작품들의 수준이 상당히 멋들어지게 어울리고 있었다.

정기용 선생님 같은 경우는 당신의 건축관, 작품에 관한 고뇌와 스케치를 생 날 것을 그대로 기록해 놓은 전시 성향이라면, 이타미 준의 전시는 건축가와 건축 그리고 그 과정에 담긴 예술의 혼이 담겨있다. 그래서 관객들로 하여금 조금 더 건축이 편하게 와 닿을 것이며, 다양한 드로잉의 시도와 정갈한 모형들은 시종일관 묵직하다. 


전시의 끝자락에는 제주 프로젝트를 전시한다. 드로인과 모형, 사진, 그리고 영상까지 아낌없이 이타미 준의 건축을 보여준다.

마치 그의 프로젝트가 있는 제주도로 타임머신을 타고 이동한 것 처럼 영상물은 좁은 공간에서 압도적으로 다가왔다.

마지막으로 이타미 준 선생님의 아뜰리에(작업실)을 통해 건축가의 작업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모든 소품은 실제 이타미 준의 방에서 옮겨온 것으로, 그의 작은 방에서 느껴지는 영감의 도구들은 하나하나 놓칠 수 없없다.








도면


목탄화 같은 도면은 하나 하나 드로잉을 하며, 선을 그으며, 빛이 들어오는 각도와 방에 비춰지는 생명의 에너지를 생각했을 것이다. 자세히 보면 놀랄 정도로 손 때가 그대로 도면에 남겨져 있다. 디지털화 되어버린 건축의 도면에 우리는 그와 같은 사고와 고민을 얼마나 자주 해보았을까? 라고 반문하며, 반성하게 된다.


오후 5시와 같은 저 빛줄기를 보라, 빛줄기를 통해 공간의 기능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단순히 건축드로잉을 넘어선 하나의 그림이자 예술로 비춰진다. 사실 이타미 준은 원래 화가를 꿈꿨던 사람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권유로 건축가가 되기로 하였으나, 그가 당대 화가들과 어울리며 자연을 거스르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자는 표현 기법을 건축과 잘 조화를 시켜 그려내려고 했음을 알 수 있다. 








스케치


그의 스케치에서 주목했던 점은 그는 항상 건축을 사랑했고, 건축을 생각했고, 건축을 통해 영감을 얻기를 기대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호텔의 메모장, 스케치북, 연습장, 공책, 신문지의 한 켠 등 생각을 기록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 그는 무조건 스케치를 했다. 그 스케치의 디테일이 정확하든, 완벽하게 마무리게 되었든지간에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빠르게 자신의 생각을 담아 온 생각의 조각 조각이 파편처럼 보이지만, 결국 그의 건축세계를 엿볼 수 있는 최고의 작품이라고 생각 된다. 










모형


모형의 재료는 주로 발사나무와 크라프트지를 이용해 만들었다. 물론 중간 중간에 다른 재료도 있었지만, 나무를 이용한 갈색 톤의 모형이 많았다. 그래서인지 전시장에 있는 모형재료의 일관성으로 차분하고 따뜻한 분위기를 연출 했던 것 같고, 모형에 크게 멋을 부리지 않고, 절제를 함으로써 오히려 눈에 띄었다. 







작업실


오른쪽 한 켠에 전시된 여러 개의 여권은 그가 이타미 준과 유동룡(한국이름)으로 재일교포의 신분으로 일본과 한국을 자주 오가며 작업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의 신분 때문에 일본에서 일정 기간마다 외국인 등록을 위해 10개 지문을 모두 날인해야 하는 불편함과 수모를 겪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평생 일본에 귀화하지 않을 정도로 한국에 대한 긍지가 강했음을 느낄 수 있다. 작업실 내부에는 그에게 영감을 준 도자기와 민화, 책 등이 함께 전시가 되어 있었다. 책장 한 켠에는 공간지도 자리잡고 있었다.

건축가의 작업실도 전시가 될 수 있다니... 비단 건축가 뿐 만 아니라, 미술가나 만화가 예술가 등 그의 은밀한 공간들 엿보는 것도 작품과 별개로 새로운 감흥을 줄 수 있음을 느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展] : REVIEW


해마다 나는 국내에서 열리는 건축관련 전시를 최대한 다 챙겨보는 편이다. 하지만, 어느 순간 뭔지 모를 갈증을 느낄즈음 만나게 된 이타미 준: 바람의 조형展 은 매말라가는 건축전시의 흥미를 촉촉하게 적셔주는 단비와 같은 존재였다.

사실 나는 전시를 보기 전 이타미 준의 몇 개의 작품과 그 작품에 관한 내용과 이미지를 알고 있을 뿐 더 알려고도, 알지도 못한 상황에 정말 적절하게 만나게 된 이번 전시는 시간을 갖고 천천히 돌아 본다면, 그가 만든 건축공간의 공간감과 감정을 느낄 수 없지만, 간접적으로 체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 되었다.


초기 그의 그림과 디자인한 소품들을 통해 그의 예술적 감성과 생각을 유추해 볼 수 있으며, 자연적 소재의 탐색을 통해 보다더 풍부한 재료의 언어를 구축하기 위한 고민을 했다. 그리고 그 고민의 흔적이 파편처럼 시각화가 되어서 건축 혹은 조형적인 작업으로 구현이 되었고, 공간이 만들어 졌다. 


그가 활동했었던 2000년대에도 그는 근대주의와 다양한 건축의 언어들 속에서 자신 만의 신념과 가치관인 자연의 건축을 위해 끊임없이 관계맺기를 했다. 다소 재료적인 원시적인 느낌과 감각적인 드로잉은 묘하게 그의 건축과 결부가 되었고, 닮아갔다. 그의 말년에 진행한 프로젝트 '제주 프로젝트'는 자연과의 감성을 잘 닮은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아직 가보지는 않았지만, 꼭 그의 건축을 몸소 체험하기를 기약하는 자리였다. 


이타미 준의 건축에서 크게 긴장감이나, 우아함 그리고, 다양한 건축 기술 등은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그는 건축과 공간의 본연의 모습보다 자연을 닮은 공간과 건축을 생각했고, 담기 위한 노력을 했기에 마치 바로 앞의 나무의 하나 하나 생김새를 만든게 하니라 숲을 만들어 나가는 건축가로 비춰진다. 


건축가 개인의 생각이 대중과 얼마나 호흡을 하고 공감할 수 있는가의 전시였던, 이번 전시는 그 간 내가 왜 건축전시에 갈증을 느꼈고, 왜 이번 전시로 하여금 단비와 같은 비유를 했는지 알 수 있었다. 건축가 개인의 사유 기호를 어떻게 정리하고 보여줄지는 자기 스스로 정리하겠지만, 이번 전시는 고민도 고민이지만, 그는 건축가인 만큼 최대한 시도를 통해 보여줬다. 


어떠한 방법이 되었든지... 다소 거칠고, 정제가 되지 않은 모습들이 오히려 이타미 준의 건축과 그의 사고를 보여줬고, 전시의 자료정리나 표현들이 꾸밈없이 솔직하게 보여줘서 기분 좋은 전시였다. 




02. 김중업박물관












김중업 선생님의 건축을 소개하며, 내부 창은 고스란히 김중업 선생님이 설계했던 유유산업 공장을 조망한다. 모형으로만 건축가의 작품을 전시하는 것이 아닌, 중간 중간에 열린 창을 통해 건축어휘의 발견과 작품의 감상이 자유로운 이 곳은 장소성만 하더라도 김중업 박물관으로 불릴 자격이 있는 곳이다.









김중업 박물관에서 바라본 풍경. 비움과 채움, 흔적과 재해석이 공존하면서 공장의 기억을 부식시키고 있다.







김중업박물관 : REVIEW


한국 현대건축의 거장이 만든 공장이자, 고려시대의 건축 흔적이 공존하는 이 곳은 (주)유유산업(제약회사) 안양공장 이다.

안양 석수동에 위치한 이 곳은 건축에 관심이 많았던 공장주가 김중업 건축가에게 의뢰해 지어진 건물이다. 부지 내에는 보물 제 4호로 지정된 중초사지 당간지주와 고려시대 삼층석탑 등이 자리하고 있다. 현재는 김중업관, 문화누리관, 안양사지관, 어울마당 4개 동의 건축물이 리모델링 되어서 안양시민들을 위한 다양한 문화공간으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김중업박물관 내부에는 건축가 김중업의 생애와 그의 작품과 생각을 담은 노트 자료 등이 고스란히 전시되어 있다. 어떻게 보면 건축가 본인이 설계한 건축물에 자신의 모든 것을 전시해 놓은 이 곳은 대한민국 최초의 건축가 박물관이라고 생각된다. 최근에 정기용, 이타미 준 건축가의 기획전시로 아카이브형의 모습을 전시한 것과는 다른 분위기다.

하지만, 단순히 유유산업 안양공장이 건축가 김중업 작품이라 하더라도, 적지 않은 부분이 비워지거나 리모델링이 된 상황이라 그의 건축어휘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지는 않아서 아쉽다. 그래도 그 장소성 하나 만으로도 손색이 없긴 하다.


건축과 문화, 역사의 삼위일체가 공존하는 이 곳. 더 많은 건축과 문화, 역사의 담론의 장이자 지역민들이 사랑하는 장소로 거듭나기를 기대한다.




03. 안양파빌리온



















안양파빌리온 : REVIEW


안양예술공원 내 재미있는 작품들을 뒤로하고, 얼마 남지 않은 시간 이 곳은 꼭 보고가야지 라고 생각했던 곳.

2006년 완공된 후 "알바로시자홀"이라는 이름으로 불렸지만, 2013년 "안양파빌리온"이라는 이름으로 재개관한 이 곳.

사실 이 곳의 이름이 알바로시자홀 혹은 안양파빌리온으로 불리는지에 대해서 사실 잘 모르겠다. 심지어 이름이 어울리지도 어떠한 의미를 주는지도 유추할 수 없은 건물의 이름이다. 그래서 너무 아쉽다. 정체 불명의 이름을 갖고 있지만, 그 안의 공간은 어찌나 이렇게 잘 해놓았는지 참 아이러니하다.


이 곳을 설계한 사람은 건축가 알바로시자(ÁLVARO SIZA). 이 할아버지는 포르투갈을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건축 노벨상으로 불리는 프리츠커 상을 1992년에 수상한 건축 거장. 최근에 그의 작업이 파주출판단지에 있는 미메시스와 이 곳 안양파빌리온을 시작으로 아모레퍼시픽 연구소 등 국내에도 많은 활동 하고 있는 원로 건축가.


같이 작업한 알바로 시자(중간)의 제자이자 국내 건축가 김준성(오른쪽).국내에 알바로 시자의 작업은 주로 제자인 김준성과 함께 작업하는 것 같다. 항상 공동설계자로 이름을 올리고 있으니... 


(출처:http://zoonggun.tistory.com/130)


개인적으로 알바로 시자는 좋아하는 건축가 이다. 

말끔하지 않지만 선 하나 하나 살아 움직이는 듯한 스케치와 선 굵은 곡선의 조형적 감각 그리고 순백색의 건물와 어울리는 빛의 콘트라스트는 건축 그 자체를 말로 포장하지 않더라도, 정말 잘한다라는 말이 나오는 그 야말로 건축노장의 노련미가 보이기 때문이다. 작년 겨울 그의 작품을 만나기 위해 그리고 태호가 비슷한 기간 다녀왔을 때 미메시스에 작품들이 다 반출되어서 생 날 것의 공간을 체험해 볼 수 있을 거라는 말을 듣고, 파주를 갔지만 아쉽게도 전시 준비중이라 추운 파주의 하루를 보낸 것으로 기억이 난다.

  

(출처:http://zoonggun.tistory.com/130)


내가 감동했던 그의 스케치(미메시스 뮤지움)와  동아대에서 현대건축론을 공부했을 때 교수님께서 알바로 시자에 관한 여담으로 그는 시가를 물고, 직원에게 시켜 벽에 전지를 붙여 놓게 한 후 하루 종일 펜을 가지고 스케치를 한다고 한다. 

최근 유투브를 통해 본 시자의 모습 중 추가로 그는 비틀즈 노래를 흥얼거리며 아마도 작업에 몰두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더 재미난 이야기는 이 할아버지가 그린 조감도나 평면도는 신기하게도 스케일자로 대보면 얼추 스케일이 비슷하게 스케치를 한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위의 스케치에서도 보이는 것 처럼 그는 부분 투시도를 간결한 선으로 그려 놓는데 거의 비슷하게 시공이 되어서 비슷한 공간감을 느낄 수 있다. 정말 소름 돋는 할아버지다...


여튼 미메시스를 보지 못해도 안양파빌리온 이 곳이라도 내가 국내에서 눈치 안보고 알바로 시자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라 더욱 설렜다. 사진의 모습처럼 그의 과감한 곡선처리와 시간에 따라 내부에 유입되는 채광창과 지붕에서 뿜어 나오는 자연광은 은은하다. 순백의 공간 조명이 없이도 내부는 충분히 멋드러졌다.


내부 공간의 가구들 또한 오묘하게 파빌리온의 공간과 어울리면서 한층 더 풍부하게 만들었다.

다소 아쉬운 점은, 인근에 계곡이 있는데 여름철이 되면 많은 피서객들이 오는 곳 같았다. 근데 주변에 화장실이 없는지 이 곳 파빌리온의 외부로 나있는 화장실을 이용하는 악취와 보기 민망한 청결도는 보는 내내 안타까웠다. 모래로 막혀버린 세면장은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공간이 갖는 공공성의 모습과 함께 주변 계곡을 이용하는 안양시민의 공공에티켓이 잘 발휘가 되어서 보다 깔끔하게 관리를 하면 어떨까? 이 작은 건축물의 진정한 힘은 프로그램이었다.


국내 유일의 종이로 만든 공공예술 전문 서가 [공원도서관]과 안양공공예술프로젝트와 관련한 다양한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프로젝트 아카이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었다. 내가 방문했을 때는 몇몇 젊은 학생들이 디자인을 하는지 열심히 깍고 붙이고 하는 모습들이 보였다. 이 곳에서 디자인과 관련한 장비 혹은 간단한 작업을 할 수 있도록 마련해 놓았다.


시자에게 있어서는 정말로 작은 프로젝트이지만, 그 프로젝트에도 적당한 긴장감이 흐르는 힘이 느껴지니, 적어도 그의 진심이 담긴 건축물이라 할 수 있다. 이 곳에서도 정신 못차리고 사진을 찍었는데, 미메시스와 다른 곳을 가보면 어떨까?


마지막 사진들은 가장 가보고 싶은 알바로 시자의 작품이다. 언젠가 남미 그 중 브라질을 가게 된다면, 이 곳은 꼭 가야겠다.

자연을 닮은 건축 그리고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궁금증을 자아내는 이 건축물. 블로그를 통해 리뷰할 기회가 꼭 왔으면 한다.






Iberê Camargo Foundation Museum, Porto Alegre, Brazil; designed by Alvaro Siza Vieira (20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