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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Fany/Urban X Architecture

가변형 예술극장, 일상적 모습으로 변태하다.



[흔한 동네산책의 관찰노트_ 01] 가변형 예술극장, 일상적 모습으로 변태하다.




 가을을 심하게 타는 나에게 산책과 독서, 음악감상은 바쁘더라도 자연스럽게 몸이 저절로 반응하게 한다. 그리고 자취를 시작한지 약 6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나는 우리동네(지산동 X 동명동)를 사랑하게 되었다. 6개월의 시간이 서로 어색함을 깨는 시간이었다면, 나머지 시간은 좀 더 주민처럼 깊숙히 들어가 즐겨보고 싶은 생각이다. 물론 나는 아직 주소지변경을 하지 않았지만(법적으로는 동네주민 아님), 이동네에서 잔뼈가 굵으니 최대한 모든 감각을 이용해서 흔한 동네산책의 기록을 시작해 볼까한다. 왜 기록을 시작하는지 기록의 끝은 언제인지는 묻지 마시길 그냥 마음가는대로 기록하는 것이니까. 주목하지도 말고, 그저 동네청년이 이렇게 도시와 건축이랑 어울리나 보다라고 생각하면된다.






아시아예술극장 페이스북을 공유해 놓으니 주간스케쥴과 일일 공연에 관한 내용과 장소가 간략하게 정리가 되어 쉽게 정보를 얻을 수가 있다. 그래서 주말간에 예술극장 야외상영하는 작품관람을 위해 가보았다. 그전에 예술극장 내부가 궁금했다. 약간은 허전하지만, 거대한 로비를 공유하며 예술극장 매스와 문화창작원의 매스가 충돌하고 있다. 내부공간의 분위기는 사람과 공간 모두가 아직은 어색한 모습으로 어울려져 있지만, 조만간 친숙해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다.






티켓팅과 함께 월간 공연스케쥴의 브로슈어를 받을 수 있는 곳 로비는 대체로 마감이 목재로 되어있어 따뜻한 느낌이지만, 기둥들의 포인트 조명이 상당히 센스있게 되어있어, 마치 빛기둥처럼 아름답다. 바닥의 마감이 목재와 석재로 되어있는데 그 경계가 애매하다. (다 이유가 있겠지...)




 

 


 

어둠의 적막을 깨는 엘리베이터 그리고 차가운 인공빛의 반사와 왜곡

 


기교는 없지만 조금만 주위를 둘러보고 관찰하면, 생각치 못한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다. 오늘 발견한 그 요소 중 하나. 엘리베이터와 인공빛, 그리고 마감으로 인한 반사광의 왜곡이다. 외부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엘리베이터가 마치 무중력 공간에 드라이아이스가 왔다갔다 반복운동을 하며, 재미난 놀이기구처럼 보인다. 그리고 그 수직운동은 외롭지 않게 건너편 다공패널이 함께 해준다. 물론, 사소하고 필요해 의한 무조건적인 동선이지만 카페트처럼 깔린 거대한 문화마당 앞에서는 모든게 볼거리로 느껴진다.

 


 







 

함축적 다공성의 매력


수직적으로 3가지의 다공패턴으로 이뤄진 외벽에는 다공의 밀도 형태의 차이로 심심함을 달랜것 같다. 인상적인 부분은 지상에 마련된 빛의 공원 난간 다공패널인데 건물 밖으로는 조금더 세밀한 원형의 다공패널이 사용되었다. 그리고 드문드문 설치된 조명이 지나가는 사람으로 하여금 존재감을 아슬아슬하게 보여준다. 마치 존재를 다 보여주기 보다는 함축적으로 사람과 공간을 노출시키는 방법인 것 같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신비스롭고 아름다우며 지하공간과 지상공간의 경계를 호기심으로서 흐려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시험관에 담긴 무중력 공간과 가능성의 중첩

 


도시를 연결하는 거대한 수평축과 지하로의 유입을 위한 수직동선. 그 사이에 생겨난 여백공간은 다양한 가능성을 불러일으키는 상상의 여지를 준다. 단순히 기술적 가변형 극장이 아닌 실험적 극장이 탄생할 여지를 남겨둔다. 그리고 그 첫번째로는 야외극장인 것으로 보이는 이벤트는 흥미로워 보인다. 난간에 기대서서, 앉아서, 누워서, 고개만 살짝 내밀고 시민은 관심을 표출한다. 어느 순간 하나의 건축물이라는 인식은 사라진지 오래다. 참으로 신기한 장소다.
 






 


 


 

건축패널 렌더링이 실제가 되는 모범사례

 


실제로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의 공모제안에서 이 장면을 그래픽이미지로 넣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많은 건축학도들이 아름다운 장면 연출을 위해 허상일 수도 있는 장면들을 도출해 내곤 한다. 물론 우리가 생각하는 최적의 청사진이지만 실제로 그렇게 이용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자발적 참여에 의해서다. 건축은 인간의 행동을 제안할 뿐이지 제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오늘의 산책에서는 마치 컴퓨터 화면에서나 보는 장면들이 실제로 구현되어 있는 것처럼 착각하게 되었다. 시민들은 스스로 참여하고 있었고, 생동감있는 풍경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작품을 위해 거대한 공간의 조명들은 하나둘씩 꺼지기 시작하며, 영화만을 위한 공간으로 존재하며, 늦은 가을밤 숨죽이며 시민들과 호흡하고 있었다.


 


 



 

 


 

 

편의점CU에서 4캔에 10000원으로 구매할 수 있는 양질의 맥주와 함께 조용히 씹을 수 있는 먹거리와 함께 즐긴다면, 이곳을 활용하는 최고의 방법일 것이다. 안타깝게도 나는 귀차니즘이 발동되어서 준비하지 못했다. 마치 놀리기라도 하는 듯 어둠 속에서 들리는 탄산 빠지는 소리를 들을때마다 다이어트로 예민한 여자처럼 반응하였고, 참지 못한 나는 자리를 떴다.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아쉽게 뒤로한채...


어쩌다 마주친 아시아예술극장 X Zhao Liang Project : 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