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3년 나는 London Design Festival 중 하나인 Tent London에 참가를 했었다. 전시도 전시지만, 더 설렜던 이유는 런던으로 출국 전 알게 된 Open House London(이하 OHL)이 내가 런던에서 체류 중에 즐길 수 있어서였다.
그래서 9월 21-22일 중에 열리는 이 행사를 위해 꼭 가야할 곳을 정하기로 했다. 이 행사가 열릴 때에는 특별히 시민과 관광객들로 하여금 Private한 공간을 오픈하는 자리여서 잘 생각하고 계획을 짜야한다. 안타깝게도 나의 신분이 런던에 관광이 아닌 전시를 위해서 왔기에 전시장이 있었던 Brick Lane에서 21일은 반나절을 보내야했다. 하지만 이게 어디인가 그래도 OHL을 통해 그 동안 책으로만 보았던 건축물을 즐길 수 있으니 이날을 손꼽아 기다렸다.
순서 상관없이 처음으로 포스팅할 예정인데, 오늘은 건축가 사무소인 '리처드 로저스 사무실(Rogers Strik Harbour + Partners)'을 소개할까 한다. OHL에서는 건축가 사무소로 10 곳의 사무실을 방문할 수 있었다. 그 중 나는 가장 대중적이면서 스타건축가로 알려진 Foster와 Rogers 사무실을 방문하고 싶었는데 사정상 Foster사무실은 갈 수 없었다. Rogers Strik Harbour + Partners 사무실 이름부터 특이하다. 이름은 리처드 로저스와 그의 파트너인 그레이엄 스터크, 그리고 아이반 하버의 이름 머릿글자를 딴 것이라고 한다. 원래는 '리처드 로저스 앤 파트너스'였는데 최근에 바꾸었다고 한다. 상호명을 바꾼일에서 부터 회장인 로저스의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자~ 이제부터 Rogers Strik Harbour + Partners로 떠나보자.
그전에 간략하게 리처드 로저스에 대해서 소개를 한다면, 영국의 건축가이자 하이테크 건축의 선구자이다.
온화한 미소가 매력적인 백발의 할아버지는 어느덧 나이가 80이 넘어섰다. 80의 나이를 비웃듯 그는 여전히 하이테크 건축물로 디자인을 뽐내고 있다. 70~80년대 건축계의 이슈로 존재감을 발휘했던 렌조 피아노와 리처드 로저스, 노먼 포스터와 프랭크 게리 등 나이 지긋하신 할아버지지만 아직도 여전히 현역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발휘하고 있다. 그의 데뷔작인 퐁피두센터와 로이드 빌딩 등이 있다.
Centre Pompidou
Lloyd's of London
Rogers Strik Harbour + Partners는 Hammersmith역 인근에 위치한다. 역에서 내려서 10분 정도 마을의 분위기를 느끼며 걸어가면 나오는데, 런던을 처음 방문한 관광객이라면 런던의 번화가가 아닌 조용한 분위기의 마을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나로서는 이 마을도 관광지처럼 보인다.
조용한 주말의 아침이라서 그런지 마을이 너무 고요하다. 하지만 귀엽게 잘 손질된 정원을 보면서 이들의 정성을 느껴본다.
슬슬 그의 냄새가 풍겨오는 것 같다. 실제로 이 건물 바로 옆에 사무실이 위치해 있다.
기대반 설레임반으로 드디어 도착했다. 일행들 중에는 건축학과 학생이 없어서 오늘은 혼자 이 곳에 왔다. 도착하니 내 또래보다는 주로 어르신들이 많았다. 사진에서 보다시피... 입구에서 기다리면 이 곳 직원이자 오늘은 봉사자인 사람이 와서 10~15명 정도 그룹을 지어 갈 것이니 기다려 달라고 한다. 대기시간은 10분정도 기다렸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거나 복잡하지 않다.
Jason이라는 직원이 우리를 안내해 준다. 짧게 자기소개를 하며, 오늘의 코스를 소개한다. 코스라고 해봤자 사무실과 모형제작실, 그리고 티타임 정도이다. 정말 유익한 정보들은 모형과 사무실이 아니라 직원이 들려주는 이야기들이다. 현재 자신들이 하고 있는 프로젝트와 관련 에피소드 등을 말해준다.
1층 로비에는 모형이 전시되어 있다. 오늘을 위해 DP했다기 보다는 본래 이렇게 전시를 해둔 것 같다. 그래서 창밖에서도 주민들도 평소에 모형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1층에서 부터 질서정연한 색감들이 최근 로저스의 프로젝트에 구사를 하는 색상을 말해준다.
사무실 바로 앞에는 리처드 로저스의 부인이 운영하는 레스토랑이 있는데 가격이 상당해서 직원들도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투어객 중 유일한 동양인이며 가장 나이가 어렸다. 투어에는 건축에 관심을 갖었던 시민들과 건축가이 참가했는데 젊은 건축가들이 로저스의 프로젝트에 대한 질문과 근무여건 등 많은 질문을 했으나... 사실 귀담아 듣지 못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이 공개한 사무실을 돌아다니며 사진을 담아봤다. CG와 캐드도면보다는 주로 핸드드로잉들이 많이 있었다.
모형제작실에 들어와서는 촬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주로 최종모형은 외주로 맡긴다고 한다. 최근에는 중국에서 이뤄지는 프로젝트를 많이 맡고 있는데 사진에는 없지만 사실 디자인이 좀 재미있다. 그들도 만들어진 모형으로 떼었다 붙였다 하면서 별칭(Spaceship)을 붙여준다.
개인적으로 많은 건축설계사무실을 가보거나 경험해 보지 못했다. 그래서 함부로 이 사무실을 이래서 좋았다. 이런 부분은 별로였다. 라고 언급하기에는 조심스럽다. 최근에 읽었던 <구본준의 마음을 품은집> 마지막에는 건축가 사무실에 대한 이야기를 해준다.
건축가의 디자인과 철학을 담은 건축물처럼, 그만큼 특유의 가치관을 담고 운영하는 사무실도 재미있는데 유럽에서는 단연 리처드 로저스라고 소개를 한다. 담겨져 있는 내용은 다소 충격적이다. 그가 표현하기로는 거의 "사회주의자" 수준이다라고 했다. 그럼 그의 사무실 운영철학을 살펴보자.
- 최고 디렉터의 급여는 가장 적은 급여를 받는 건축가의 6배까지만 허용, 회장(리처드 로저스)는 9배까지 받을 수 있다.
- 설계 수주할 때에는 돈이나 작품성을 위해서가 아니다. 철저히 평화가 아니라 파괴나 전쟁을 추구하는 건축주의 일은 하지 않는다.
- 대표 건축가들은 지분을 소유하지 않는다. 그 지분은 자선단체가 소유한다.
- 모든 이익은 직원들과 나눈다.(구성원 모두가 각자 시민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지녀야하기 때문)
리처드 로저스의 운영 철학은 공동체 정신과 분배, 사회적 책임을 강하게 추구하는 유럽의 사회주의 전통을 반영한다. 그 자신도 철저히 이러한 철학과 신념을 갖고 자신의 건축을 실현해왔다. 그는 건축가 이자 도시계획가인데 그는 철저히 개발론자의 관점이 아닌 에너지 효율과 친환경성, 지속 가능성을 중시하고 있다. 또한 계층 간의 어울림과 사회적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하는데 앞으로 그가 맡는 프로젝트로 그의 신념을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관점이다.
그간 그가 보여준 건축물로 나는 개인적인 선입견을 갖고 있었다. 그 선입견으로는 결국 그가 세계에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일텐데 바로 "하이테크 건축" 에서 가장 존재감을 보여주는 것인데 단순히 조형미와 하나의 건축성향을 보여주는데 주목하는 줄 알았으나, 그가 말하는 "하이테크 건축"은 언어가 아닌 솔루션이라고 한다. "하이테크 건축"은 결국 도시의 화두인 지속가능성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이자 그가 말하는 "Compact City"에 대한 건축의 방법이라고 설명한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Rogers Strik Harbour + Partners 방문을 마쳤다.
마을주민들, 지역건축가, 학생 등이 어울려 유명 건축가 사무실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히 거장 작품에 대한 호기심과 동경이라고 생각했으나, 그 뿐만아니라 거장이라는 네임벨류를 가지고 혹여나 도시 혹은 우리마을에 건축적 폭력을 하진 않는가 감시하는 자리라고도 생각되었다. 다행히도 내가 다녀 온 Rogers Strik Harbour + Partners는 그들의 가치관에서도 철저히 프로젝트를 임하기 전에 필터링을 하기에 해당사항은 없었다. 그만큼 시민들이 건축에 대한 사랑과 애정이 느껴진 시간이었다.
40여분가량 된 투어를 마치고 다과와 함께 개인적으로 편하게 둘러보며, 직원들 표정은 모두다 행복해 보인다. 주말인데 불구하고 자신의 사무실에 대한 자랑을 하기 보다는 겸손하게 시민들로 하여금 건축을 편하게 즐길 수 있도록 소개를 해준다. 로저스의 건축이 주는 교훈보다 그의 신념에서 많은 교훈을 얻었다.
9월 런던을 방문한다면, Open House를 통해서 꼭 건축가의 사무실을 방문해 볼 것을 추천한다. 올해는 9월 20-21일에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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