X Teo
4주차
런던에 온 이래로 가장 시간이 빨리 간 한달이었다.
평일은 사무실에서, 토요일은 Take-away 1 shop에서 일을 하고, 일요일은 친구를 만나거나 할 일을 하느라 쉴세가 없다.
이번 주도 계속해서 두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CAD로 도면을 그리던 Extension 프로젝트를 최우선으로 진행을 했다.
저번주부터 담당소장님이 금-월 휴가를 쓰셨고,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던 Mike도 몇일간 휴가였다.
우리회사만 총 3명이 휴가를 썼고, 협력 회사들도 요즘 휴가쓰는 사람들이 꽤 있더라.
영국은 1년에 28일 이상의 유급휴가가 보장된다.
12월말에 크리스마스 연휴가 있었고, 그 다음으로 큰 명절인 이스터[부활절]연휴가 4월경에 있으므로 일년 휴가를 골고루 분배를 하면 지금쯤인가보다.
여튼, 그래서 Mike가 없을땐 소장님과 도면을 상의하고, 소장님과 Mike 두분 다 없을때는 Alex와 상의를 해서 도면을 그렸다.
그랬더니... 누구는 도면에 해치를 넣으라고 하고 누구는 빼라고 하고.. 해치를 세로로 넣으라고 했다가 가로로 넣으라고 했다가.....
회사생활이나 군생활 등 사회에서는 상급자가 여러명이면 아랫사람이 곤란해지는 상황이 종종 생기지 않는가..
이번이 딱 그랬다. 사실 소장님 말만 따르면 제일 확실하긴 하지만, Mike가 지시한 것을 매번 소장님에게 다시 여쭤 볼수는 없지 않는가..
그래서 이번주는 똑같은 작업을 세배로 해야했다..
도면 그리는 일이야 사실 그렇게 문제는 아니었다.
정말 큰 문제는.. 건축주로부터 터졌다..
내가 도면상에서 확인하지 못한 문제를 건축주가 찾아냈고, 허가신고를 할때 불리한 영향을 줄까 걱정스럽다며 메일이 온 것이다.
특히 이 건축주는 이미 작년에 한번 계획안을 카운실에 신고 했다가, 이웃집에 비해 너무 큰 확장공사라며 퇴짜를 맞았었다.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에는 이웃집까지 끌어들여서 계획안을 진행하고 있기에 예민하게 하나하나 확인을 했던 것이다.
우리 사이트의 대지경계선 밖에 있는 이웃집과의 거리에 대한 부분이었다.
우리가 진행하는 집의 도면만 잘 신경쓰면 될 것 같지만, 영국에서는 인근 건축물과의 관계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절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건축주가 문제를 발견해서 우리에게 알렸다는 것은 수치스럽고, 우리에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더 큰 문제는 그런 일이 두번 연달아 일어났다는 것이다..
소장님과 Mike가 다른 프로젝트로 워낙 바쁘기때문에 내 도면을 검토하면서도 모든 부분을 꼼꼼히 하진 못했던 것이다.
나도 내가 파일을 받았을때부터 그려져 있던 것이니 또 그러려니 했고....
다른 사람이 하던 프로젝트를 받아서 하면서, 은연 중에 그 도면의 모든 것이 맞겠거니 생각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자꾸 생기고 있다.
3명의 상급자가 있건, 다른 사람이 진행하던 프로젝트건 간에..
결국 도면을 그린 사람에는 내 이름이 들어가고, 영원히 영국 Council에 남게된다. 그리고 누구든 그 도면을 열람할 수 있게된다.
해치를 세로로 그리라고 하든 가로로 그리라고 하든 결국은 나의 도면이고 왜 그리는지를 알고 그려야 하는 것이다.
확실히 알수 없는 선을 긋지 말아야하고, 남이 그린 도면이라도 내이름이 적힌 도면에 들어가는 순간 거기에 대한 책임은 내가 지는 것이다.
건축주로부터 두번의 오류지적 메일을 받고나서는 소장님께 배운 모든 노하우를 동원해서 도면 구석구석을 확인했다.
그 과정에서 또다른 오류를 몇개 발견했고, 그럼에도 Mike가 또 하나의 오류를 찾아 주었다.
예정했던 것 보다 늦게서야 건축주에게 보낼 수 있었고, 소장님께는 정말 면목이 없었다.
이번주는 그렇게 끝이 났다.
금요일은 다들 일찍 퇴근한다.
나와 Mike는 내 프로젝트를 마감한 뒤 같이 퇴근을 했다. Mike는 늘 퇴근을 일찍하는 편인데 나때문에 더 기다려 준것이다.
퇴근을 하며 헤어지기 전 Mike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씩 웃으며 뭐가 고맙냐고 대꾸 하길래..
"Everything..."
Mike랑 썸타는건 절대 아니다. Alex면 또 몰라도......
February Public Event
이번주는 우리 사무소에서 매달 마지막주 목요일에 진행하는 Public Event도 있었다.
보통 한명의 외부인을 초청해서 간단한 PT를 본 후 이야기도 나누고 와인과 맥주를 즐기는 자리다.
참석하는 분들은 런던에서 건축을 하고 있는 분들이 주축이지만, 패션업계, 공무원, 런던 여행객 가리지 않고 서로의 인맥을 타고 다양하게 온다. 그래서 재밌는 사람들을 많이 만나고 즐겁다.
이번달은 우리 사무실에서 실시설계를 진행할때 구조적인 부분과 상세도면을 작성하는 Ray가 PT를 맡았다.
현재 TfL(Transportation for London런던교통국)에서 CrossRail을 담당하고 있고, 우리 사무실에는 저녁에 하루, 이틀만 출근한다.
이번 PT의 주제는 Ray가 담당하고 있는 CrossRail에 대한 이야기였다.
CrossRail은 현재 유럽에서 진행중인 가장 규모가 큰 공사다.
도심에 40km에 이르는 터널을 만들어서 기존의 철도노선과 연결하는 공사다. 런던을 가로질러 동쪽과 서쪽을 잇게된다.
분홍색으로 된 구간이 지하터널 구간이다.
새로 굴착한 터널과 도심의 기존 터널이 만나는 순간
Greater London이라고 부르는 런던의 규모가 지금도 굉장히 크고, 지하철과 열차 덕분에 시민들의 생활반경이 굉장히 넓은편인데 CrossRail 덕분에 런던의 생활권 거리가 훨씬더 넓어질 것 같다.
엄청난 돈이 쏟아져들어갔는데, 완공 후에 운영에는 문제가 없을지 의구심이 들긴한다.
2012년에 올림픽을 개최했고, 월드컵도 한번 더 개최하려 애쓰고 있으며, 건축규제도 최근에 많이 풀어진 상태다.
세계의 수도 역할을 하며 수많은 인종이 함께 살고 있는 런던은 아직도 성장에 목말라하는 듯 하다.
그럼에도 항상 역사와 흔적을 존중하고, 시민의 목소리에 귀기울이려 노력하는 모습이 멋진 런던이기도 하다.
- 우리나라에서 익숙한 Take Out이라는 표현 대신, 영국에서는 Take away라고한다.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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