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olumba Museum, Cologne Germany, By Peter Zumthor
겨울에 선물받은 책을 미루고 미뤄서 이제야 다 읽었다. 상당히 얇지만 그만큼 깊이가 있는 책이라 편하게 읽기에는 어울리지 않은 책인지라 천천히 시간을 갖고 곱씹어보며 읽어보았다. 어쩌면 그의 어휘선택이나 철학이 다소 어울리지 않는 이미지와 조화를 이루려고 하나 개인적으로는 공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스위스 시골에서 누구보다 건축에 대한 생각과 실천으로 건축을 가장 치열하게 한 건축가임에는 이 책에 잘 담겨져있다.
많은 젊은 건축가들이 존경하는 건축가로 페터 춤토르는 자신이 생각하는 건축을 말했던 강연과 기고문 등의 내용을 묶은 책이다.
책의 전체적인 내용은 자신의 건축철학과 관점에 대해서 조근조근 이야기한다. 내용 중간에는 동료건축가 혹은 현대 건축가에 대한 반론과 인정하는 내용이 있다. 내용의 본질은 다르지만 그가 다른 건축가들을 거론하며 한 내용이 적대가 아닌 건축에 대한 솔직한 이야기인지라 더 흥미롭게 다가온다.
Brother Claus Filed Chapel, Mechermich, Germany By Pter Zumthor
건축의 강론처럼 느껴지는 책의 내용들은 이제껏 이뤄진 건축과 도시와 경관, 그리고 교육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담아낸다. 맞음과 틀림이 아닌 다름에 대한 안타까움을 나타내며 건축을 생각한다. 그 중 기억에 남는 내용들은 몇 가지 기록해 본다.
p.12 "건축은 내부와 주변의 삶을 담는 봉투이자 배경이며 바닥에 닿는 발자국의 리듬, 작업의 집중도, 수면의 침묵을 담는 예민한 그릇이다"
p.15 "디테일은 적절한 지점에서 설계의 기본 아이디어가 요구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결합 또는 분리, 긴장감 또는 가벼움, 마찰, 견고함, 취약성 등을 표현한다."
그가 말하는 디테일과 그가 행하는 건축으로 그대로 반영된다. "페터 춤토르 = 디테일"이라 하여도 부족할 판이다. 사실 다른 건축가도 디테일에 대한 표현과 기술에 대해서 많은 노력을 한다. 하지만 그 디테일은 춤토르의 등장 전후로 나뉠정도로 그의 건축을 교훈삼아 최근 많은 건축가들도 디테일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고 개발하고 있다.
p.17 "일상의 평범한 것 속에도 능력이 있다. 다만 그것을 보려면 충분히 오래 응시해야 한다."
p.29 "아름다움에도 핵심이 있다."
p.65 "건축 교육이란 스스로 질문하고, 교수의 도움으로 해답을 찾으며 질문을 줄여나가면서 다시 해답을 찾는 것이다. 이 과정의 무한 반복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먼저 학생들 앞에 서 있는 사람이 해답을 이미 알면서 질문하는 것이 아님을 알려주어야한다."
건축교육 뿐 만 아니라 건축을 공부하는 사람이라면 가슴에 새겨야 할 내용이다.
p.78 "대상에 깊이 집중한다. 나는 추상적인 의견과 생각 너머에 있는 직관의 정확성과 감각적 경험의 진실성을 신뢰한다"
p.96 "도시에서 시간은 그곳의 공간처럼 압축적이지만 경관의 시간은 거대하다"
페터 춤토르는 창작 혹은 개발에 있어서 철저한 분석을 통해서 만들어 낸다. 그리고 그의 건축은 최대한 아름다움에 대한 근원적인 생각부터 시작하는데 그만큼 그는 자연과 분위기, 경관에 대한 많은 신경을 쓴다.
그래서 인지 그의 글에서는 다양한 재질에 관한 이야기부터 구조, 치수에 대한 내용이 자주 노출된다. 그가 말한 "추상적 의견과 생각 너머에 있는 직관의 정확성과 감각적 경험의 진실성을 신뢰한다"라는 말처럼 추상적, 추론적인 관념에 빠져있지 않는다.
마치 건축을 다 아는 것처럼 이야기하지 않지만 건축을 대할 때에는 깊은 집중을 통해 얻어낸 결과를 가지고 전개하는 모습들이 장인의 모습 그대로 보여준다.
외면보다 내면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외면을 중요시해 만들어진 경관에 대해서 안타까움을 말하며, 마치 다른 건축가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처럼 여겨진다.
자신만의 철학 만에 갖혀서 대중과 자연에게 실험하지 아니하고, 땅과 하늘 그리고 자연을 깊이있게 지켜보면서 박제된 건축이 아닌 풍경으로써 건축을 만들며, 그는 스위스 작은 산골마을에서 지금도 고분분투하고 있다.
같은 건축가들이 왜 그를 존경하는 건축가로 꼽는지는 사실 그의 건축을 직접 눈으로 관찰해야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의 디테일을 실제로 관찰하고 싶다.
우리 도시 주변에 아직도 신축되는 건축물들이 곳곳에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이 얼마만큼 디테일에 신경을 썼는지 정주해보지 않으면 잘 모를 것이지만 꼼꼼하게 관심을 갖고 지켜본다면 다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찾기는 힘들 것이지만 디테일을 보여주는 건축을 마주한다면 온몸에 전율이 일어난다.
사실 본인은 몇 달 전에 한 건축가의 작품을 방문했었다. 그 곳에서 느껴진 디테일에 대한 이야기들은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농도 짙은 공간이었다.(경험하지 못한 것이지 찾아보면 좋은 공간은 많다고 생각됨.)
건축을 정의 할 수 없지만 참으로 다양한 조건들을 기반으로 해서 완성되는 건축은 한명의 인간과 같을 수 있다고 생각된다.
그리고 그 건축이 현재 우리사회의 문제점으로 지적되는 외피, 외면의 모습이 아닌 내면과 본질로서 우선적으로 반영이 된다면, 도시의 경관이 질서있는 아름다움으로 가득찰 것으로 기대가 된다. 춤토르가 강남에 온다면 무슨 생각을 할까?....
건축장인이 말하는 감각적인 이야기들을 듣고자 한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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