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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o/[런던건축일기]

[8주차] 몇번의 우울과 한번의 술 그리고 잠깐의 행복

X Teo



8주차


월요일은 원래 Alex가 쉬는 날이니 나에게 주고 간 숙제를 하면서 하루를 버텼다.

그리고 화요일.. 이상하게 Alex가 너무 늦는다 싶었다.

10시쯤이 되어서 소장님에게 Alex의 연락이 왔다. 여자친구가 갑자기 아파서 병원이라고 했다.

Alex가 걱정되기도 했지만, 궁금한 것을 물어볼 사람도 없고 같이 대화 할 사람도 없이 또 하루를 보낸다는 것이 참 우울하게 만들었다.

가끔 느끼지만, 알게모르게 나는 누군가에게 감정적으로 의지하는 경향이 있다. 사무소에서는 Alex에게 의지를 하는 편이다.

그리고 돌아온 Alex는 표정은 그리 어둡진 않았지만, 두분의 소장님과 따로 밖에 나가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 다음날에도 다시한번 밖에 나가서 대화를 나누었다.

그래서 아마 Alex가 연봉협상을 하는 것이거나 사무소를 떠나려고 하는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장님과 대화를 끝내고 돌아온 Alex에게 무슨 일인지 물어봤지만, 말해 줄 수 없다는 섭섭한 말만 남기고 우리는 업무를 계속 했다.

그리고 금요일 저녁 퇴근시간 즈음..


소장님이 먼저 퇴근을 하시면서, Alex와 내가 진행중인 프로젝트에 대한 염려의 말씀을 몇마디 하셨다.

그러면서 Alex에게 말하길, 우리를 떠나더라도 이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 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때서야 나는 정말 Alex가 떠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Alex와 같이 퇴근을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달 후에 떠난다고 한다..


Alex나 이소장님이 아니면 늘 적막감만 흐르는 사무소에서, 말장난도 하고 항상 내가 의지하는 Alex가 떠나면 그 빈 자리는 너무나 클 것 같다.



사실 이번주는 Alex가 떠난다는 사실 뿐만 아니라 여러가지가 나를 우울하게 만들었다.

현실적으로 불가능 할거라 믿었던 런던에서 건축사무소에서 일을 하게 되었지만,

정작 나의 행복감은 그 전보다 낮아진 것 같다.


봄꽃이 피고 있지만, 나의 봄날은 오지 않은 것 같다.


너무 우울한 이야기만 했다.




목요일에는 Monthly Event가 있었기도 하다. 벌써 또 한달이 지났다니.

런던에서 순수예술을 바탕으로 사진작업을 하작가분이 오셔서 PT를 헸고, 우리의 예상보다 많은 분들이 찾아왔다.

자리가 모자라서 서서 PT를 봐야했던 분도 많았다.

나도 두명의 손님을 초대했다. 사진작가분이 PT를 하는 만큼, 사진을 전공한 친구를 한명 불렀고, 우리 사무소에서 실습을 했던 현준이의 친구임과 동시에 나의 이웃주민인 재일이도 불렀다.

런던에서 내가 가장 아끼는 친구는 몸살 때문에 이번에도 참석을 하지 못해서 너무나 아쉬웠다.

의자도 모자라고, 나이가 있는 분들이 많이 오셔서 그런지 지난달 처럼 신나게 술을 마시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대부분의 손님들이 일찍 돌아가고, 몇몇이 남아 12시까지 술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 달에 한번 있는 이벤트가 참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어서 좋기도 하지만, 한달간의 고생에 대해 회포를 풀 수 있기도 해서 참 좋다.



금요일 퇴근 후에는, 가장 아끼는 친구가 탕수육과 짬뽕을 같이 해먹자고 집에 초대를 해주어서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그래도 금새 런던의 하늘에는 다시 먹구름이 끼었다.


조만간 시간을 내서 가까운 곳으로 여행을 다녀와야겠다.